여자아이 같았던 한 남자아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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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 같았던 한 남자아이의 이야기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릴 때, 여자같은 남자아이들을 '미소년'이라고 칭한다. 오늘 할 이야기는 주인공은 미소년은 아니지만, 인터넷 상에서 여자로 많이 오해받았고, 과거 남자 애들 사이에서 어느정도 귀여움을 받았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부끄럽지만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라는 것을 먼저 말해둔다. 지금의 나의 모습을 보면 도저히 상상을 못하겠지만, 나에게는 그런 과거가 있었다. 자,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읽기 싫다면 읽지 않아도 좋다)



 나는 중학교 2학년 시절 아이들에게 많이 맞기도 맞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저런 귀여움도 조금 받았었다. (참고로 내가 나온 중학교는 남중이었다) 나중에 그 때문에 조금 더 때리기도 했다는 말을 친구로부터 듣기도 했다. 매번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나를 두고 이런 말이 적지않게 오고 갔다. 

A: " 내 이 녀석 집에 데리고 가서 애완동물로 키우고 싶다. " 
B: " 이 녀석은 생긴 거랑 몸 빼고 전부 다 여자다, 진짜. 벗겨서 달린지 확인해보고 싶네 " (,,,,)
C: " 얌마, 이 녀석한테 이상한거 가르치지 마라. 이 녀석은 순수함의 자체라고. " 
D: " 애는 아직 애다. 우리랑 같은 수준인건 공부실력 밖에 없다. " 
E: " 미안, 내가 잘못했다. 그만 좀 울어라 "


 등 이 정도의 말이 말이다. 뭐, 확실히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적이 많았다. 어디를 놀러가거나 하더라도 '야, 이거 먹어봐' 하면서 막 이것저것 사주기도 하고, 사달라고 말을 안해도 상당히 맛있는 것을 나에게 사줬다. 중학교 시절 학원을 다닐 때도 그렇다. 나는 학원에서 늦게까지 공부할 때, 밥 값으로 돈을 거의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주위 친구들이 매번 다 사줬기 때문이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그냥 사주고 싶어서. 왠지 불쌍해보여서 ㅋㅋㅋ" 라는 말이 많았다. 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애매한 상황이기는 해도, 그 당시에 나는 공짜로 정말 많이 얻어먹었기 때문에 그저 행복했었다. (하하하하)  

 지금 생각하건데, 아마 그 이유는 내가 잘 울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잘 울었었다. 초등학교 때는 남자애들이 때리는 것을 여자 애들이 보호해주는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내가 남자 노릇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하하하하) 중학교 때도 그러했기 때문에, 학원이나 학교에서 아이들은 가끔 내가 선생님한테 맞을 때 마다 울지 않으면 "오, 노지 !! 많이 컸네!!" 라던가 "이제 조금 남자다워졌네!" 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반에서 아이들 몇몇이 이런 말을 하곤 했었다. 

" 노지, 니는 무조건 공학가야된다. 그래야 니 여자애들한테 귀여움 많이 받는다. "
" 니 공학가면, 여자애들 한 부대로 몰고 다닐걸? " 
" 니 왜 남고로 썼노, 공학으로 가지. 그게 니한테 더 편할텐데 ㅋㅋㅋ " 


 하지만, 고등학교에서 키가 갑자기 많이 자라면서 그런 말은 안들었다. 중학교 때는 워낙 몇몇 놈들이 많이 괴롭히는 바람에, 힘을 기른다고 싸움도 조금 하는 바람에 조금 거칠어졌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만난 중학교 친구들이 나를 보면 하는 말이 "노지, 왜 그렇게 징그러워 졌노? ㅋㅋㅋㅋ 중학교 때는 졸래 귀여웠는데" 였다. 뭐, 나로써는 조금 기뻐해야 되는지 슬퍼해야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고등학교 때도 맞거나 싸우면 곧잘 울기도 했었으니까 말이다. (지금도 꽤 잘 우는 편이다. 무슨 슬픈 노래를 듣거나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같은 것들을 보면 그저 펑펑 울어버린다, 아마 감수성이 풍부해서(?) 그럴 것이다.) 


 남자애라도 가족에 누나가 많거나, 여성적 집안에서 자라면 여자애처럼 행동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수업시간에 누나가 많은 집안에서 자란 남자애들은 다 노지처럼 자란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시면, 아이들이 "노지는 여자가족 엄마말고 없는데요? 쟤 진짜 왜 저렇게 여자같을까요?"라고 의문을 던지고는 했었다. 



 위 이야기가 현실세계에서의 이야기 였다면, 인터넷상에서도 여자로 오해받는 일이 자주 있었다. 지금도 인터넷으로도 몇몇 사람들이 나를 여자로 많이 오해하고는 한다. 그 이유가 프로필 이미지나 쓰는 말투가 여자같아서라고 한다. 나는 그저 평범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상당히 심했었다. 내가 온라인 게임을 할 때 쓰는 캐릭터는 무조건 여캐릭터이다. 만약, 누가 "왜 남자면서 여자 캐릭터만 쓰냐? 변태냐?"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이렇다. "그거야, 여자 캐릭터 옷이 이쁘고 더 마음에 드니까. 남자 캐릭터는 별로. 나는 이쁘게 꾸미고 싶다고" 너무 이상한 대답일려나? 여튼, 넘어가도록 하자. 



 나는 '바람의 나라'라는 게임을 하면서 게임 상에서 절대로 남자취급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처음에 무조건적으로 나를 여자로 안다. 단순히 여 캐릭터를 하기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성 유저들중에서도 여캐릭터를 쓰는 사람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 많이 달랐던 것일까? 

 바람에는 다른 게임에서의 클랜(길드) 역할을 하는 문파가 있었다. 그 곳에서 친해진 사람들은 줄곧 나를 '언니' 라고 많이 불렸다. 여자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자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나한테 할 때, 나는 몹시 난감했었다. 매번 "나 남자라고" 이야기를 할 떄마다, 반 이상은 못 믿겠다면서 전화를 받아보라고 했었다. 그렇게 전화를 한 적도 몇 번 있었다. (쩝.. 게임 내에서도 욕을 먹을 때 마다 매번 '이 샹년이, 이 계집년이'라고만 들었었다)

 어떤 때는 한 사람이 너무 잘해줘서 이상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더니 나보고 하는 말이 '너, XXX랑 친하지? 나랑 사귀자'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장난치지 말라고, 남자인거 알면서 무슨 개소리햐나고 해도, 그 녀석은 ' 니 맨날 여자애들이랑 놀고 있잖아, 문파원에서 니가 남자라고 믿는 사람 아무도 없다. 난 진심이라고. XXX랑 YY도 실제로 사귀고 있다고' 라고 했었었다. 참. 내가 그 놈 때문에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말을 다 할 수가 없다. 이 경우는 마치 길가다가 남자가 남자에게 좋아한다고 고백받은 경우와 뭐가 다르단 말인가? 



 이 이야기들은 정말로 실재했던 특별하지만, 부끄러운 나의 과거 이야기들이다. 사실, 나는 어릴 때 내가 여자로 태어나지 못한게 참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왜냐하면, 어릴 때 나는 운동을 하는 것보다 책을 보고, 피아노를 치고, 그림 그리는 것을 더 좋아했었다. 뭐 이런저런 타 취미나 행동거지도 남자 같기보다는 여자애 수준이어서, 줄곧 가족들이나 친척들에게 '니가 무슨 계집애가! 무슨 남자가 그렇게 자꾸 행동하노!' 라며 많이 혼나기도 했었다. 지금은 어떻게 생각햐나고 물으면, 나는 노코멘트로 대답하겠다. 그저 가끔  나는 나 스스로 내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다운 여자로 태어났으면, 더 즐겁게 지낼 수 있었을텐데 라고 생각하곤 한다.  
(지금은 이래도 어릴 떄는 나름 미소년?ㅋㅋㅋ 뭐, 그래도 초중학교의 학교시절은 생각하기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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