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부사장과 박창진 사무장의 대립이 의미하는 것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12. 22. 07:30
땅콩 회항 사건의 조현아와 박창진 대립이 가지는 단순한 해프닝 그 이상의 의미
많은 자본주의 사회가 가진 자가 더 가질 수 있게 돌아가는 사회이겠지만, 한국 사회는 좀 더 가진 자를 위해 돌아가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소득이 높을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법도 마련되어 있지 않고, 가진 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에는 더 강하게 처벌하기보다 기업의 역할을 이유로 가석방되거나 처벌이 없어지는 일이 쉽게 발생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노·사의 갈등이 자주 나타났다. 전태일의 분신자살을 통해 노동법을 준수하는 시스템이 갖춰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의 법과 시스템은 자본가(즉, 가진 자)를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부당 해고를 하더라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부와 손을 잡고 용역 업체를 동원해 참사를 일으키기도 한다. 정말 대단한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남보다 더 가지고 있다면, 겸손하게 고개를 숙일 줄 아는 사람이 바로 군자(리더)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그 군자(리더)의 자질을 갖춘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차세대 기업 리더로 주목받는 젊은 기업에서는 그런 모습이 종종 보이지만, 대체로 현 기득권을 형성하는 세력은 가질수록 더 고개를 뻣뻣하게 들면서 아래 사람들을 향해 발길질하는 소인들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 언론을 통해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은 일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리고 2014년 막바지에 발생한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은 이런 우리 사회의 모자람을 전 세계적으로 알린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땅콩 회항 사건은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다양한 언론에서 'NUT RETURN(땅콩 회항)' 사건은 있을 수 없는 사건이라며 보도하고, 조롱하고 있으니까.
정말 진심일까요?, ⓒOhmyTV
땅콩 회항 사건은 지금도 여전히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한 채, 싸움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건을 축소해서 묻어버리는 대한항공 조 사장 일가와 더는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며 칼을 빼 든 사무장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거짓말과 은폐를 통해 벗어나려고 했지만, 사무장의 폭로로 다시 한 번 더 질타를 받고 있다.
나는 이 사건이 단순히 한 대기업의 횡포와 잘못된 시스템이 만든 경영과 갑질 등으로 요약하기에는 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으로 좀 더 의미를 두고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난 땅콩 회항 사건과 조현아 부사장과 사무장의 대립을 우리 사회의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대립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검찰에 출두할 때에도 논란은 한둘이 아녔다. 국토부 조사위원회에 대한항공 출신이 있었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조현아 부사장이 오니, 검사실 옆의 여자 화장실 청소를 다시 해달라'는 부탁, 일등석 승객들에게 달력과 모형 비행기로 입막음을 시도하려고 했다는 의혹, 사무장을 찾아와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폭로 등 하나하나 다 말하는 게 힘들 정도이다.
그럼에도 조현아 전 부사장은 여전히 진실로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죄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에 박창진 사무장이 언론 앞에 나서서 조현아 전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킬 당시에 한 행동을 낱낱이 폭로했고, 조현아 전 부사장이 건넨 쪽지 사과문을 추가로 폭로하면서 여전히 조 전 부사장이 형식적으로 사과하는 척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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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사건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허술한 조사를 받았고, 박창진 사무장은 가진 자의 세력으로부터 거짓 진술 강요와 협박까지 받았다.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이루어지는 모습은 단순히 한 기업의 임원과 직원의 대립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즉, 권력층과 소시민이 대립하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가?
이 두 사람의 싸움이 만들어 낼 결과는 한국이 2015년 새로운 한 해를 어떻게 시작할지 정하는 출발선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2014년 막바지에 벌어진 박근혜 정부와 관련한 사건도 여전히 가진 자의 입놀림 속에서 똑바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데, 점점 쌓여가는 우리 시민의 분노는 어쩌면 이 땅콩 회항 사건이 엉성하게 마무리가 될 때 갑작스럽게 터질지도 모른다.
ⓒ변호인
영화 <변호인>에서 들을 수 있었던 송우석(송강호 역) 변호사 명대사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2013-4년 한국을 가장 뜨겁게 한 대사였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사는 한국은 그런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과거의 모습을 돌아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헛소리 하지 마. 모든 권력은 가진 자와 박 대통령 각하에서 나오는 거야."이라고 우리에게 겁박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점점 광기에 사로잡히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발걸음으로 2014년 한 해를 마무리하고, 2015년 한 해를 시작하게 될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지금 이대로 계속 발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에게 기다리는 건 '어두컴컴한 미래'뿐이라는 사실이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싸움을 상징하는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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