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배려자 아파트 입주 막아선 참담한 집단이기주의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7. 16. 07:30
집값 떨어진다며 사회적 배려대상자 입주를 막아선 아파트 입주민, 정말 사람 맞아?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볼 수 있었던 고등학교의 암묵적인 카스트 제도는 드라마의 재미를 높여준 요소였다. 거대 재벌의 후계자에 속하는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한 사배자(사회적 배려대상자)를 자신이 가진 힘으로 악의적으로 괴롭히는 모습은 시청자를 분노하게도 했고, 차은상의 당돌한 돌진을 응원하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건 소설이나 드라마 속에서만 존재하는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다. 암묵적인 카스트제도는 아직도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원래 신분제 사회였던 우리나라는 그 시대가 변하더라도 가지고 있는 부와 권력으로 암묵적인 계급이 나누어진다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지 않을까.
지난주에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로 뜬 '연세대 카스트 제도'라는 논란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많지는 않더라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학교에서 볼 수 있는 이런 차별은 이전에 SBS에서 방영된 《학교의 눈물》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학교 폭력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잘못이다.
[문화 이야기/방송과 행사] - 학교의 눈물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했나?
단지 드라마 설정으로 끝나지 않는 이 암묵적인 카스트 제도와 사람에 대한 차별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을 해야 할까?
위에서 볼 수 있는 사건은 그런 일이 우리 사회에서 멀쩡히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하나의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를 놀라게 한 염전 노예사건부터 시작해서 크고 작은 일이 차별로 시작해서 사람을 악의적으로 대하는 일은 절대 없어진 일이 아니며, 여전히 대를 이어서 꾸준히 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
위 사건은 2년간 미분양 상태로 있던 아파트를 LH가 한부모 가정 혹은 장애인 등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게 임대하며 일어난 일이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입주가 집값을 떨어뜨린다면서 기존 아파트 거주인들이 입주를 반대하고 나선 것인데, 그 행동이 참으로 기가 막힌다.
그들은 단순히 "집값 내려간다. 오지 마라."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이삿짐을 실은 차가 들어오지 못하게 차로 주차장 입구를 막아놓기도 하고, 사배자 입주민들의 카드키를 빼앗아 출입을 막기도 했다. 무슨 한두 살 먹은 어린아이도 아닌데, 하는 일이 정말 유치하지 않은가?
정말 웃기는 일이다. 도저히 어른이 할 행동이라고 생각하기가 어렵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멀쩡한 척을 하며 삶을 살 수 있는 걸까. 난 이런 현상을 그저 집단 이기주의의 현상으로 말하기보다 그 이전에 개개인의 인간성과 도덕성 부족의 문제가 일으킨 사회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집값이 내려가는 건 사회 배려대상자의 입주가 아니라 애초부터 글러 먹은 그 사람들의 인간성이 원인인 것 같다. 아무리 겉이 화려하더라도 속이 썩은 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저런 되지 못한 사람이 거주하는 아파트이니 환경이 얼마나 좋지 않겠는가. 그래서 집값이 떨어진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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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일을 멀쩡히 일으키는 건 분명히 잘못된 교육이 심어준 잘못된 가치관에 그 원인이 있다. 사회생활의 일부라며 차별을 정당화하고, '저런 아이와 놀지 마. 덜 떨어진 집안의 아이야.'라며 차별을 아이에게 가르치는 부모가 있기에 이런 일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거다.
아마 그들의 아이가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받으면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런 아이가 아니다. 개미 한 마리도 죽이지 못하는 착한 아이다'며 웃기지도 않는 변명을 하지 않을까? 조금만 상상하더라도 그런 그림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쓴웃음이 나온다. 아하하.
그런 잘못된 가치관은 한 세대에서 끝이 나지 않고, 그런 식으로 대를 이어가면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잘못이 아니다'고 생각하고, 가르치기 때문에 이 글에서 언급한 '집값 내려간다'며 사배자 입주를 막은 몰상식한 사람들' 같은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좀 더 좋은 환경을 보고, 좀 더 좋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노력하고, 좀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저런 사람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은밀하게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 이유는 앞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가치관이 세습되는 것에 그 이유가 있다. 지금은 조금씩 교육 가치관이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기성세대는 저 잘못된 가치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매번 '집값 올려줄 후보를 뽑아야지'하며 투표하는 미개한 국민도 여전히 많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인간의 조건 아르바이트 편》에서 볼 수 있었던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런 사람들로부터 차별을 받는다. 그래도 그들은 굵은 땀방울을 흘리면서 사는 것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땀을 인정하는 사람이 늘어갈 때, 우리 사회는 분명히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도 최저임금을 두고 많은 논쟁이 있고, 각 장관 후보자의 자질을 두고 끊임없이 의견 충돌이 있고, 세월호 사건 책임을 두고 다툼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결국은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아가리라고 믿자. 우리에겐 그렇게 믿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앞으로 더는 이 나라에서 '집값 떨어뜨리는 사회 배려대상자는 여기 오지 말아라'는 몰상식한 말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손가락질받아야 할 건 사배자가 아니라 그런 차별을 만들어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임을 아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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