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온 판사 14화 완결을 통해 본 법치주의
- 문화/문화와 방송
- 2024. 11. 3. 11:18
그동안 재미있게 보았던 SBS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시리즈가 14화로 완결을 맺었다. 이 드라마는 평범한 법정 드라마가 아니라 약간의 판타지가 섞인 법정 드라마로,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느낌의 판사가 사이다 판결을 내리는 드라마가 아니라 진짜 지옥의 악마 판사가 판결을 내리는 드라마였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악마라고 한다면 인간과 거래를 하면서 어떤 소원을 이루어주는 대가로 무언가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아니면 아주 잔인하게 인간을 죽이면서 갖고 노는 존재를 떠올려 볼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 볼 수 있었던 악마들은 누구보다 인간적인 존재들로 그려졌었다.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건 바로 죄를 저지른 인간들이었다.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놀면서도 반성은 1도 하지 않는 끔찍한 죄인들이 활개 치는 것을 벌하기 위해서 지옥에서 온 판사가 그들에게 알맞은 판결을 내리는 게 <지옥에서 온 판사>의 핵심이었다. 물론, 그들 중 상당수는 법으로 처벌을 받지 못했지만.
어차피 교도소에 가더라도 반성하지 않을 죄인들을 지옥에서 온 판사 강빛나 유스티티아는 그들에게 가벼운 형량을 선고한 이후 지옥 판사 유스티티아로서 재차 판결을 내리면서 그들을 지옥으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유스티티아는 죄인들이 피해자에게 저지른 일을 그대로 체험하게 하면서 그들이 합당한 고통을 겪게 했다.
아마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를 재미있게 본 사람들은 절대 죄를 반성하지 않을 죄인들이 그들이 저지른 죄만큼 고통을 받다가 지옥으로 가는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현실에서는 그렇게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죄인들이 저렇게 죄를 뉘우치고 응당한 처벌을 절대 받을 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옥에서 온 판사 유스티티아의 판결은 그 죄인 한 명을 대상으로 한다면 합당한 판결이었지만, 다른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었다. 그래서 <지옥에서 온 판사>의 인간 판사 강빛나로서는 계속 욕을 먹으면서 지내야 했다. 그것도 우리 사회의 불만과 욕구를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리지 않는 판사를 비롯해 검찰에 대한 비판 욕구는 상당히 높은 편이니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사건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는 김건희 주가 조작 사건은 검찰에서 제대로 조사조차 되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에 정의는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13화>에서 정태규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강빛나 판사의 모습은 큰 의미가 있었다. 그녀가 지옥 판사 유스티티아로서 죄인을 지옥으로 보내는 처벌을 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에 의해 그에 합당한 판결을 내리는 모습과 그 반응도 드라마에서 제대로 보여주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우리가 원하는 현실에서 원하는 법원의 모습은 이런 판결이다. 짓지도 않은 죄를 만들어서 억지로 죄인으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누가 보더라도 증거가 명백한 죄인들은 죄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김건희 도이치 주가 조작 사건은 검찰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고 하더니 영장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밝혀졌다.
그만큼 현실은 법치주의가 개판이었다. 가진 자들에 의한 가진 자들을 위한 법치주의에 정의란 있을 수 없다. 마이클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 많은 이가 관심을 기울었던 그 시대가 다시 막을 올린 지금 시대이기에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 볼 수 있는 강빛나와 유스티티아가 내렸던 판결은 아주 특별했다.
부디 우리 현실에서도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 그러한 판결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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