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와 이강인의 싸움? 패기와 치기는 다르다
- 문화/문화와 방송
- 2024. 2. 15. 09:54
2023 카타르 아시안컵 4강에서 만난 요르단을 상대로 유효 슈팅 0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운 한국 축구 대표팀의 모습에 많은 사람이 아쉬움을 나타냈다. 선수들은 사우디 전부터 호주 전까지 연장전을 치르면서 누구보다 노력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많은 사람이 전술이 없는 감독과 그 감독을 선정한 축구 협회를 비판했다.
하지만 클리스만 감독은 웃으면서 "아시안컵 4강까지 간 거면 잘한 거 아니냐? 왜 비난을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식으로 인터뷰를 하며 논란이 되었고, 축구 협회장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금의 논란과 비판에 무대응 전략을 취했다. 사태가 이렇게 흐르다 보니 사람들은 더욱 강하게 감독과 협회장을 나무랐다.
그런데 어제부터 갑자기 클린스만 감독과 축구 협회장과 협회에 대한 시선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바로, 영국의 언론사를 통해 보도된 한국 축구 국가 대표팀의 불화설이 국내 언론을 도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요르단 전을 치르기 하루 전날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이 있었고, 이 다툼에서 손흥민은 손가락 골절을 당하는 부상을 입었다.
단순히 손흥민이 손가락 골절을 당하는 부상을 입은 것만 아니라 서로 감정이 상한 선수들은 제대로 게임을 풀어나가지 못하면서 요르단 전에서 허무하게 패배했다는 점이 문제다. 국내 언론사들은 축구 협회에 사실 확인을 요구하자 축구 협회는 다른 어떤 때보다 빠르게 사실이을 인정 했고, 사람들의 관심은 선수들의 갈등에 쏠렸다.
이름 없는 선수들의 싸움이 아니라 한국 축구 국가 대표팀의 주장이자 세계적인 선수로 손꼽히는 '손흥민'과 차기 주장 1순위 후보로 손꼽히는 '이강인' 둘이 싸웠다고 하니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가 부딪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도대체 두 사람은 어쩌다 이런 사건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던 걸까?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손흥민이 저녁을 일찍 먹고 탁구를 치려고 했던 이강인과 몇 후배들에게 "내일 시합이니까 쉬자. 그만해."라고 말했다가 이강인을 중심으로 후배들이 반항하자 몸싸움이 '벌어질 뻔' 했다고 한다. 이강인의 이런 안하무인한 태도에 일부 선배들이 그를 다음 경기 선발에서 제외해 달라는 요청까지 있었다고 한다.
어디까지 선수들 본인들로부터 어떤 상황이었는지 명확히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 사정을 잘 모른다. 하지만 다툼이 있었던 건 분명하고, 이 다툼으로 손흥민과 이강인 두 사람을 주축으로 한 선후배들 사이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요르단 전에서는 패스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괜히 한국의 유효 슈팅이 0이 아니었던 거다.
평소 축구 경기를 하면서 보는 이강인의 모습은 패기 넘치는 모습이 많다 보니 많은 사람이 응원했다. 지난 사우디 전과 호주 전에서도 이강인은 마지막까지 죽어라 뛰면서 다른 선수들에게 고함을 치면서 집중할 것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모습에 많은 사람이 "차기 주장은 이강인이다."라며 이강인을 끝까지 믿고 응원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내부 불화설의 중심에 있는 이강인을 본다면 '패기'와 '치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실력은 출중해도 아직 나이가 어린 데다가 어릴 때부터 스페인에서 생활했다 보니 문화가 다를 수도 있다. 그래도 선배가, 주장이, 그것도 손흥민이 타이르는 말에 반항하며 감정을 드러내면서 부딪힌 건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싸웠던 이들도 문제이지만, 이것을 통제하지 못한 감독도 문제였고, 물타기를 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 축구 협회도 문제였다.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정리될지는 알 수 없지만, 부디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가 이렇게 사소한 일로 부딪히며 팀을 해치는 것보다 다시 하나로 똘똘 뭉쳐서 다음 월드컵을 준비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 축구 협회장과 축구 협회, 그리고 감독은 좀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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