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은 장편 소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후기
- 문화/독서와 기록
- 2024. 1. 4. 14:27
나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책을 읽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잠시 현실을 잊고 이야기의 세계에 몰입하는 것도 좋은 일이고,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알지 못했던 마음을 마주 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오늘 읽은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라는 이름의 장편 소설은 후자에 해당했다.
처음 이 책을 읽은 계기는 네이버 도서 인플루언서 키워드 챌린지의 키워드로 등록이 되어 있어 어떤 책인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본 것이 계기였다. 인터넷 서점을 통해 책을 검색해 보니 정말 많은 후기가 있었고, 책의 표지와 줄거리를 짧게 읽어 보았더니 책이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을 읽기로 했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의 들어 가는 글을 읽어 본다면 이렇게 적혀 있다.
만약에 말이야. 후회되는 일을 되돌릴 수 있다면, 마음에 상처로 새겨져 굳어버린 얼룩 같은 아픔을 지울 수 있다면, 당신은 행복해질까?
정말 그 하나만 지우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책을 넘기기 전에 읽을 수 있었던 이 글은 이미 책을 읽기 전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아마 후회되는 일이 없거나 마음에 상처로 남은 일이 없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강한 사람은 후회와 상처를 딛고 일어서서 웃으면서 살아가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혼자서 아파하거나 아픈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라는 소설은 우리가 한번은 지우고 싶은 그때의 아픔을, 그때의 후회를 마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메리골드'라는 마을에서 마음 세탁소를 운영하는 주인공 '지은'은 세탁소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아 그들이 지닌 마음의 얼룩을 하얀 티셔츠에 묻어나도록 하고, 그 얼룩을 정말 지워도 될 것인지 결정하게 한다.
보통 우리는 하얀 티셔츠에 묻은 얼룩은 지워야 깔끔하다고 생각하지만, 때때로 하얀 티셔츠에 묻은 얼룩은 그 자체로 색다른 멋을 내기도 한다. 세탁소를 찾은 사람들의 얼룩도 그랬다. 하얀 티셔츠에 묻은 얼룩은 아픔이기도 하고, 후회이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로 내가 열심히 살아온 것을 증명하는 얼룩이었다. 얼룩의 의미는 사람마다 달랐다.
우리는 분명히 누구나 후회하는 일이 있고, 마음에 상처로 남은 일이 있다. 하지만 그 일을 통해서 우리는 더욱 단단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적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일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어떤 상처로 인한 기억은 분명히 지우는 것이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지만, 어떤 상처는 상처로 있기에 힘이 된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를 읽어 본다면 아래와 같은 글을 읽어볼 수 있다.
"있지요, 전에는 내 불행이, 내 아픔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살다 보니 모두 아픔을 간직하고 살더라고요. 제 불행만 불행이 아니었던 거죠. 저는 요즘 사는 중 가장 행복해요. 편안해요. 저녁 버서를 탔는데 노을이 너무 예쁜 걸 보면 눈물 나게 행복해요. 어떤 땐 낮에 버스를 탔는데 버스에 저 혼자 있어요. 전세 낸 것처럼, 어디 여행 간 거 같더라고요."
"행복한 일은 천지에 널려 있어요. 늦잠을 자서 출근해야 되는 줄 알고 허겁지겁 눈을 떴는데 알고 보니 주말이야. 안도하며 눈을 감아요. 마저 자는 잠이 얼마나 달큰한지. 저는 그냥 지금 이런 일상이 좋아요. 불행하다 느꼈던 상처를 지우고 싶던 순간이 물론 많았지만 그날들이 있었으니 오늘이 좋은 걸 알지 않겠어요. 불행을 지우고 싶지 않아요. 그 순간들이 있어야 오늘의 나도 있고, 재하도 있으니까요. (중략) 지우지는 않을 건데, 떠올릴 때 덜 아프게 주름만 조금 다려주세요." (본문 171)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사정 없는 사람은 없다는 말을 떠올렸다. 사람은 누구나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말할 수 없는 크고 작은 상처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누군가는 그 상처에 괴로워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그 상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남을 괴롭히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 상처를 딛고 일어나서 힘껏 오늘을 살아간다.
나는 그 차이가 내 상처를 마주 볼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 상처를 마주 보고 '내가 이래서 아팠구나'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상처를 이겨낼 힘을 갇게 된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에서 지은이 만난 재하의 어머니인 연자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지은도 잠시나마 자신을 깊이 마주한다.
이 소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그렇게 ㅏㅁ음 세탁소를 찾는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그 얼룩을 마주하면서 아픔을 덜어내고, 아픔을 마주하면서 오늘의 행복을 다시금 확인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서 '메리골드'라는 마을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지은과 함께 책을 읽는 독자가 마음속에 있는 얼룩을 마주하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히는 장면들이 적지 않았다. 눈으로 글을 따라가면서 읽고 있으니 괜스레 가슴이 북 받쳐서 짧게나마 눈물을 흘리고 말았는데, 나는 이러한 시간이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라는 책을 읽으면서 무심코 눈물을 흘렸던 이유는 그만큼 우리도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가 상처를 받았다는 것을 몰랐거나 상처를 받았어도 괜찮은 척을 했을 뿐이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를 통해 읽어볼 수 있는 마음 세탁소를 찾는 사람들과 마음 세탁소를 운영하는 지은의 이야기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였다. 우리가 자각하지 못한 마음 속 '상처'라는 이름의 얼룩을 지우거나 다릴 수 있게 해 주었다.
나는 최근에 한 번도 울지 못한 사람에게 이 책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는 울고 싶을 때 우는 것만으로도 한결 나아질 수 있다. 울고 싶지 않아서 울지 않는 게 아니라 울 기회가 없어서 울지 못한 사람에게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라는 책은 울 기회가 되어주고, 다시금 웃을 수 있는 힘이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부디, 올해는 울고 싶을 때 울 기회를 찾아 울 수 있기를 바라면서 아래의 글을 남기면서 글을 마친다.
"걱정 말어. 모든 건 잠시뿐이고 그마저도 전부 흘러가는 겨. 거짓말 같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흘러가. 울고 싶을 때 울어야지. 시원하게. 웃고 싶을 때도 맘껏 웃고. 그러면 전부 흘러가. 끝의 끝까지 가보고 두려움의 얼굴을 마주 볼 때 새로운 시작도 할 수 있는 겨." (본문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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