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은 올해 가장 대단한 영화였다
- 문화/문화와 방송
- 2023. 11. 23. 18:05
지난 수요일(22일)을 맞아 정식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을 보기 위해서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 <타겟>을 본 이후 한동안 굳이 영화관을 찾아서 보고 싶은 영화가 없었는데, <서울의 봄>은 출연하는 배우만 아니라 영화가 그리는 소재가 12·12 군사 반란 사건이다 보니 이 영화는 무조건 영화관을 찾아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 <서울의 봄>의 소재가 된 12·12 군사 반란은 아마 중·고등학교 시절 한국사 시간에 잠을 잤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사건이다. 12·12 군사 반란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육군 내 비밀 사조직 하나회를 중심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육사 출신 권력자들을 모아 일으킨 사건으로, 이 사건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크게 쇠퇴했다.
영화 <서울의 봄>은 평소 정치와 한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충분히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작게나마 12·12 군사 반란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벌인 일들을 아는 사람들이 영화를 볼 경우 상당히 의미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영화 <서울의 봄>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이야기의 분위기가 무거웠다.
나는 민주화 운동이 열리던 시대에 열심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살았던 운동 세대도 아니고, 지금도 민주주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한 명의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면서 누구나 하는 것처럼 정치인들을 욕하고, 먹고살기 힘들어서 나라 탓을 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런 내가 보더라도 영화 <서울의 봄>은 스크린에 불이 들어온 순간부터 눈을 뗄 수 없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학교에서 한국사와 정치를 배웠든 시간에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고, 현재 검찰을 중심으로 권력이 개편되어 새로운 독재 정치를 준비하는 듯한 현 윤석열 정부의 모습의 모습과 12·12 군사 반란을 주도한 인물들이 무척 겹쳐 보였다.
영화 <서울의 봄>은 평소 영화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영화와 드라마, 예능 등의 장르를 통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이름 있는 배우들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넷플릭스 <D.P>에서 보았던 김성균과 정해인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도 반가웠는데, 영화 <서울의 봄>에서 가장 최고의 배우를 뽑으라고 한다면 당연히 황정민이다.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광'이라는 캐릭터는 권력을 욕망하면서도 절제된 모습을 가진 캐릭터였다. 그동안 사람들은 황정민의 캐릭터 연기는 늘 뻔하다고 말하면서도 황정민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완성도는 늘 높게 평가했었다. 그리고 그건 영화 <서울의 봄>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황정민이 연기한 권력을 욕망하는 전두광의 모습은 완벽했다.
덕분에 영화 <서울의 봄>를 통해 권력을 욕망하는 전두광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12·12 군사 반란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다. 황정민이 연기하는 전두광의 라이벌이자 권력을 찬탈하기 위한 가장 큰 방해꾼인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을 연기한 정우성의 연기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가 영화 그 이상을 만들었다.
아마 내가 영화 <서울의 봄>을 이렇게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관에서 어느 누구도 팝콘을 소리 내어 씹어 먹거나 콜라를 소리 내며 마시는 사람이 없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퀄리티가 높을수록 누군가의 말소리와 팝콘을 먹는 소리, 콜라를 마시는 작은 소음이 영화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을 크게 방해하곤 한다.
하지만 운 좋게도 평일이라 그런지 쩝쩝 소리를 내면서 팝콘을 먹거나 콜라를 마시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작은 소음을 내는 사람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애초에 팝콘을 가지고 상영관에 들어온 사람이 하나도 없었던 게 행운이었다. 이 영화 <서울의 봄>은 팝콘을 먹거나 콜라를 마시거나 떠들면서 보기 보다 그냥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물론, 영화를 어떻게 볼지는 관람객 본인의 선택이지만, 나는 불쾌한 팝콘 냄새와 소음이 없는 곳에서 영화 <서울의 봄>을 보았을 때 영화 <서울의 봄>을 제대로 관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한 차례 보거나 12·12 군사 반란을 짧게 공부한다면 이 영화를 더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서울의 봄>은 정치적인 의미를 따지기 전에 영화 그 자체만 보더라도 대단히 흥미로운 서사를 갖고 있었고, 정치적인 의미를 넣어서 해석한다면 오늘날 한국이 처한 정치 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영화 <서울의 봄>은 모든 이야기를 마친 이후 엔딩곡을 들으면서 12·12 군사 반란에 가담한 인물들이 추후 어떤 지위에 올랐는지 알 수 있다.
아마 정치에 어느 정도 견해가 있는 사람들은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면서 욕을 할 수도 있고, 지금 그들의 밑에서 자란 사람들이 여전히 정치와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힘을 지니고 있는 모습에 개탄스러워할 수도 있다. 군부 독재 정부는 막을 내렸어도 그 사상은 여전히 한국 정치와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건 고작 44년 전의 일이니까.
오늘날 정치를 본다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북한이 개입한 반란이라고 말하고, 12·12 군사 반란을 혁명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요직에 앉은 모습이 흔하다. 그런 사람들이 굉장히 불편해 할 수도 있는 영화 <서울의 봄>은 그래서 더 가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 <서울의 봄>은 현실적이다.
그러니 기회가 닿는다면, 아니, 꼭 기회를 만들어서 영화 <서울의 봄>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군부 독재 정부의 잔재가 여전히 짙게 남은 우리 현대사에서는 다시 이런 일이 없어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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