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탐정 오이카케 히나코, 독특한 미스터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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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처럼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에는 옆에 선풍기를 미풍으로 틀고, 소설 한 권을 집어들고 읽는 일이 가장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속 이야기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 새 약하게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와 더위를 잊은 채로 이야기를 즐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 만난 소설은 <짝사랑 탐정 오이카케 히나코>라는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에 ‘탐정’이 들어간다고 해서 주인공이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 에도가와 코난처럼 살인 사건이 빈번하게 노출되거나 혹은 가는 곳마다 피비린내가 나는 사건이 벌어지지는 않다. 하지만 사건은 늘 주인공과 함께 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오이카케 히나코는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여학생이다. 그녀는 겉으로 보면 평범한 여고생이지만, 속을 파헤쳐 보면 두뇌는 어른인 포기를 모르는 명탐정은 아니었다. 조금 특이하다고 말할 정도로 한 캐릭터에 대한 사랑이 너무 지나쳐서 선을 넘어버리는 그런 인물이었다.


 예를 들어, 한 인물을 자신의 최애캐로 삼아서 좋아하기 시작하면, 평범한 사생팬은 명함조차 내밀지 못할 정도로 그 인물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며 그 인물이 참여하는 이벤트를 따라다녔다. 처음에 이 모습을 소설로 읽었을 때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이걸 어떻게 봐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주인공 오이카케 히나코가 말하는 최애에 대한 의의는 십분 공감할 수 있었다.


“에이, 혹시 남친이 생겼다고 쳐도.” 히나코는 오른손에 젓가락을 든 채로 책상 위에 턱을 괴었다. “솔직히 뭔 소용인데?”

“뭔 소용.....? 무슨 소리야?”

마리카가 계란프라이를 젓가락으로 집으며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괜히 싸우면 머리 복잡해지지. 읽씹 당하면 마음 복잡해지지. 다른 여자애가 다가가면 마음 불안해지지. 또 내가 나 혼자 좋다고 맘대로 딱 들이대면 질려서 싫다고 멀어질 것 같지. 뭐랄까? 기분 좋을 일이 하나도 없잖아?”

“그런 귀찮기만 한 관계보다도, 너무 거리가 가까워져서 부딪쳐 싸울 일도 없고, 편지나 메시지만 보내도 마음이 두근두근하고, 행복해지고,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여자애랑 친해지면 정보수집도 쉬워지니까 오히려 더 좋고, 아무리 일방적으로 좋다고 해도 괜찮고, 궁극의 이상을 찾아 헤매도 절대 부서지지 않는 관계가 훨씬 더 마음 편하지 않아?”

“그래서, 결론은?”

“남자친구보다 최애한테 입덕하는 게 훨씬 낫다는 거지, 쭉 행복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 (본문 19)


 소설 <짝사랑 탐정 오이카케 히나코>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읽을 수 있는 주인공 히니코가 친구들에게 최애캐에 대해 역설하는 장면은 여러모로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최애캐를 좋아한다는 건 어떻게 본다면 고달픈 문제의 반복이 기다리는 현실의 연애보다 훨씬 더 편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 사람들이 점점 현실의 연애에 눈을 돌리는 것도 그와 같다고 생각한다. 괜스레 가슴골을 드러내고 방송을 하는 아프리카 인기 여자 BJ에게 별풍선을 쏘는 사람들도 그런 현실의 한 부분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 혼자 과금을 하면서 짝사랑하는 건 마음이 편하니까.


 최애캐에 과금을 아끼지 않으면서 오늘의 소소한 행복으로 삼으면서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굉장히 행복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읽은 소설 <짝사랑 탐정 오이카케 히나코>의 주인공 히나코가 좋아하는 최애캐는 기묘하게 특이한 사건에 휘말린다. 그리고 히나코는 최애를 위해서 발 벗고 나선다.


 그렇게 히나코는 자신이 좋아하는 최애캐가 처한 어려움을 도와주고, 거리가 가까워지는 아주 특별한 플래그가 서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최애캐와 조금 더 가깝게 지낼 수 있으면 두손 들고 만세라도 외치고 싶은 순간이다. 그런데 히나코는 그렇게 거리가 좁혀지면 그 최애캐를 바꿔버리게 된다.


 히나코가 털어놓는 그 이유는 바로 이렇다.


“애초에 오빠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라. 최애, 최애, 이런 건 말이야, 응원하고 멀리서 바라보고 등 뒤를 쫓아가는 존재지, 대등하게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라고. 최애란 건 말이야, 마음의 안녕을 가져다주는 숭고한 존재라고. 말하자면 신이란 말이야. 생각이라는 걸 좀 해봐. 보통 신이랑 사귀고 싶어 하냐고! 안 그러잖아! 신이랑 식사 한 번 하러 가고 싶겠냐고!”

“뭘 그렇게까지 오버를......”

“뭐가 오버야! 어쨌든, 난 유야님께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고. 이미 꿈에서 다 깨고 말았어. 둘이서 만나기 전의 순수한 짝사랑의 관계로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게 되었어. 아 진짜 너무 슬프다고. 나는 유야님을 멀리서 그저 바라보고만 싶었는데에에!” (본문 107)


 살짝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최애캐를 좋아하는 한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보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게 히나코는 최애캐와 거리가 미묘해지거나 최애캐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눈치채면 금방 최애캐에 대한 사랑이 식어버렸다. 참, 이렇게 독특한 캐릭터가 있나 싶다.


 오늘 읽은 소설 <짝살아 탐정 오이카케 히나코>는 그렇게 히나코가 좋아하게 되는 최애캐 5명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모두 히나코에게는 배드엔딩, 최애캐에게는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결말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려지는 다소 가벼운 느낌의 미스터리도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었다.


 주인공 ‘오이카케 히나코’라는 캐릭터가 지나치게 개성적이기 때문에 약간 호불호가 나누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독특한 매력과 재미가 있는 작품이라서 가벼운 미스터리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기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아, 그리고 내가 일본어를 알게 된 부분인데 주인공의 성이 ‘오이카케’라는 점도 재밌었다. 일본어로 ‘오이카케’는 ‘오이카케루(追いかける)’라는 ‘뒤쫓아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주인공이 가진 성격과 아주 맞아 떨어지는 이름이 아닐까 싶다. 히나코는 여러모로 대단한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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