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재미있게 보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에는 자신의 꿈을 위해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자주 그려진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은 모두 한결같이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며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 그리고 끝끝내 자신의 꿈만 아니라 모두와 함께 꿈을 이룬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늘 감동했다. 언젠가 주인공처럼 자유롭게 내 삶을 살아가고 싶었고, 오늘을 왁자지껄 떠들면서 웃으며 살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살다보니까 삶이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막연히 꿈을 품은 채 꿈을 좇는 삶은 이상에 가까웠고, 현실은 늘 오늘 하고 싶은 일과 오늘 해야 할 일 사이에서 머뭇거리다 ‘나는 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라는 고민을 하기 바빴다. 그렇게 살다보니 나는 어느 새 스물아홉이 되어 있었다.


 나름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손에 쥔 눈에 띄는 결과가 없어서 한숨을 쉬는 스물아홉인 오늘,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라는 책을 우연히 만났다.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라는 책의 저자는 선박으로 부르는 커다란 배의 2등 항해사로 일 하는 인물로, 저자는 바다 위의 배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오늘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처음 이 저자의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을 때 대학 강연을 통해 만난 김승진 선장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김승진 선장님은 과거 무기항 무정거로 세계를 횡당한 한국 최초의 인물이다. 온전히 홀로 배 위에서 시간을 보내며 갖은 자연을 마주하며 바다를 횡단했다. 오늘 읽은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의 저자 김승주 씨는 요트가 아니라 컨테이너선의 항해사가 되어 바다를 횡단하고 있었다.


 책의 프롤로그를 통해 저자는 자신의 책을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바다를 유영하는 스물일곱 항해사의 이야기다. 육지에서도 바다에서도 별반 다를 것 없는 각박한 현실 앞에서 어찌해야 할지 몰라 흔들리는, 아직은 인생에 서툰 항해사의 일상을 담았다. 땅과 바다, 서로 머무는 곳은 다를지라도 고뇌의 뿌리는 한 몸이지 않을까. 우리가 끝끝내 쓰러지지 않으려면 오늘을 치열하게 살아내야 한다. (본문 19)


 프롤로그에 적힌 이 글을 읽고 난 이후 곧바로 나는 본격적으로 책을 펼쳐서 읽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무심코 ‘저자가 바다 위에서 2등 항해사로 항해를 하고 있을 때, 나는 스물일곱일 때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기도 했고, 내심 저자의 이야기에 깊은 감탄을 하기도 했다.


 저자가 책을 통해 풀어내는 이야기는 ‘이렇게 하면 잘 살 수 있다.’라는 형태의 이야기가 아니다. 때때로 어두컴컴한 바다 위에서 육지의 도시 불빛을 바라본 풍경이 어땠는지, 바디 위에서 만난 무지개 끝에 무엇이 있었는지, 바다와 육지를 오가며 문득 느낀 행복이 어떠했는지 천천히 풀어내고 있다.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의 한 부분을 읽어보면 다음과 같다.


결국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었다. 누군가에게 스쳐지나가는 낭만과 힐링의 공간, 여행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일터이며 사랑하는 사람과 일상을 보내는 삶의 터전이었다. 그 속의 저마다의 이야기와 아픔, 소소한 재미와 감동도 있을 것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나라가 갑자기 가까이 다가왔다. 힘든 일을 하고 온 뒤라 더 친근감과 동질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아주 짧게나마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결국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란 단순한 사실이 왠지 배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본문 98)


 여행으로서 그 나라를 방문하지 않고, 컨테이너선을 이끌고 짧게 머무르는 저자라 가능한 감상은 괜스레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리게 한다. 아마 다른 사람도 이 책을 읽노라면 문득 머릿속에 낯선 선착장 풍경과 배 위의 풍경이 떠오르며 저자가 느낀 고독, 행복에 대해 깊이 느끼는 시간을 갖게 된다.



 언제나 글을 쓰면서 마음에 와 닿은 그 심연을 글로 풀어내고자 하지만, 늘 마음먹은 대로 잘 풀어지지 않아서 조금 답답하다.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를 읽으면서 저자는 어쩜 이렇게 글을 잘 풀어낼 수 있었는지 내심 감탄했다. 스물일곱인 나도 블로그에 늘 한사코 글을 썼었는데….


 내심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시샘이 나기도 했던 책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 문득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스물아홉, 청년 백수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한 편의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다가오는 추석에 어디 갈 일이 없으니, 한 번 마음 잡고 짧은 글을 한 번 써봐야 하겠다. (웃음)


대신 내 방엔 작고 여린 전등이 하나 있다.

방안을 비추는 것은 작은 불빛 하나면 충분하다. 이걸 보면서 행복하기 위해 온통 밝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이 불빛 하나가 바다에 작은 표식이 되어주길 바라면서 잠이 든다.

목적을 잊지 않도록,

시간에 휘둘리지 않도록,

내가 나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본문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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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2019.09.09 18:04 신고

    스물 일곱.....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런 꿈도 없이
    그저 시간에 맡겨 살았던 저의 젊은 시절이 떠오르네요.
    되돌릴 수 없는 줄 알면서 그 때는 당연히 몰라겠지요.
    조금은 무겁게 읽고 갑니다.

    • 2019.09.10 09:27 신고

      여강여호 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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