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는 실현 가능할까
- 문화/독서와 기록
- 2019. 9. 2. 09:03
어릴 적에 읽은 공상 과학 만화에서는 21세기 미래를 무대로 종종 이야기가 그려졌다. 그때 읽은 만화에서는 오늘날 21세기에는 자율 주행 자동차가 등장해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에 탑재된 인공지능이 운전을 하고, 화석 연료를 이용한 기차는 자기 부상 기차로 바뀌어 있는 등의 미래가 그려져 있었다.
당시 읽은 만화의 21세기 기술이 오늘날 다소 실현되어 있는 부분도 있지만, 아직은 기술력의 보완이 필요해 실현이 되지 못한 부분도 상당히 많다. 그중 한 가지가 바로 현재 많은 연구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자율주행 시스템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연구 개발은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분야다.
오늘날 우리가 집에서 사용하는 로봇 청소기는 작게 보면 자율주행 시스템이 들어간 청소기라고 볼 수 있다. 스스로 거실과 방을 돌아다니고, 로봇 청소기에 달린 센서의 기능으로 장애물을 피해서 가기도 하고, 배터리가 닳았을 때는 스스로 충전기를 찾아가 충전을 하는 기능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 돌발 상황이 적은 집안이고, 인공지능이 탑재된 모델이 소형 로봇 청소기라 가능한 일이다. 만약 이러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자동차에 넣었을 때 과연 한국의 복잡한 도로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길에 온갖 불법 주차가 난무하는 한국 도로에서?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는 솔직히 비전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장시간 운전해야 하는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기능은 빛을 발휘할 수도 있겠지만, 길이 엉망진창인 한국의 국도는 무심코 자율주행 기능을 믿었다가 사고를 당할 확률이 높다. 우리는 여기서 ‘자율주행’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경우에는 고속도로만 아니라 국도 같은 경우에도 정해진 형태에 따라 깔끔하게 잘 다듬어져 있고,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등 면적이 넓은 나라에서는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자동차를 이용해 이동할 때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정말 길밖에 없는 길이 상당히 많은 나라다.
그런 나라이기 때문에 자율주행 기능이 들어간 자동차는 빛을 발휘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한 지역에서 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데에 자동차로 6시간~10시간 정도가 걸리는 곳을 길밖에 없는 길을 달려야 하니까 운전자에게 자율주행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한국은 그런 상황이 굉장히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자율주행 자동차 시스템이 완전히 자동차 혼자 운전을 하는 형태의 시스템으로 갖춰져서 기능하는 게 힘들다. 대신 어디까지 운전자를 보조하는 시스템으로 자율 주행 시스템은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데, 오늘 읽은 <자율주행>이라는 책에서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스템은 전방 추돌을 막아주는 장치다. 이에 반해 미국인은 차선을 지켜주거나 차선 변경을 도와주는 시스템과 자동 순항 제어장치를 선호한다. 몇 가지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결합하면 지금도 2단계 자동화는 가능하다. 예를 들어, 차선 이탈 자동복귀 시스템과 자동감응식 순항 제어장치를 함께 사용하면 자동차 스스로 앞차를 따라 주행할 수 있다.
아우디 Q7을 보면 얼마나 많은 보조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고, 또 어떤 시스템을 추가로 장착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고객은 자신의 목적에 따라 투어 패키지, 시티 패키지, 파킹 패티키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세 가지 보조 시스템 패키지를 모두 선택할 수 있다. (본문 107)
위에서 언급한 여러 종류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한국에서도 이미 고가의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은 사용해본 적이 있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전공 대학교수님의 고가 외제차를 몇 번 타본 적이 있는데, 당시 자동차에 달린 여러 운전자 보조 시스템 장치를 보면서 상당히 놀란 기억이 있다.
지금도 드라마 PPL 혹은 CF 홍보를 통한 자동차 광고를 보면 차선 이탈 자동복귀 시스템, 주차 보조 시스템 등의 기능이 상당히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이러한 운전자 보조시스템이 자율주행 시스템의 완성으로 가는 계단이 되고 있다. 조금 더 후에 완전 자율 주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번에 <자율주행>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아직은 요원해 보이는 자율주행에 대한 비전과 현실적인 과제를 한눈에 알 수 있어서 무척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어디까지 자동차만 생각했던 자율주행 시스템이 생각지 못한 분야에서 활용되면 상당한 효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것도 대단히 흥미롭게 읽었다.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자율주행 혁신을 선도한 기업은 구글이 아니라 존디어(John Deere)다. 존디어는 이미 오래전에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알아서 밭일을 하는 자율주행 트래거를 내놓았다. 밭에는 양방향 차량 통행, 보행자, 교통 신호등, 교통 표지가 없고, 다른 차량이나 지켜야 할 법도 거의 없으므로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밭마다 지면, 지형, 울타리나 수로 같은 제약 조건 등이 모두 다르다는 어려움도 잇다. 그렇다고 해도 농사는 자율 주행 자동차를 이용하기에 이상적인 분야다. 물론 요구되는 조건은 도로 교통과 다소 다르다. (본문 212)
과연 자율주행 트랙터가 어떤 식으로 차후 농업 분야를 바꾸게 될지 기대된다. <자율주행>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이외에도 자율주행과 관련된 시장 분석과 정부를 위한 10가지 제안,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읽어볼 수 있었다. 아마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자율주행과 관련된 기업을 조사해서 지금부터 주식을 조금씩 사서 모아두는 일도 미래 투자를 위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과거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했던 시절에 나는 ‘가상 화폐가 현실적으로 가치가 높아지겠어?’라며 사지 않은 걸 후회했지만, 이번에는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를 해내고 싶다. (웃음)
확실하게 우리 산업 분야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다줄 자율주행. 아직은 해결해야 하는 많은 도전 과제가 남아있는데, 향후 20년 후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되어있을지 궁금하다. 자율주행과 향후 찾아오게 될 미래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자율주행>이라는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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