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시루, 부산 기장군에 소문난 한정식 전문점
- 여행/국내 여행기
- 2019. 7. 13. 10:21
지난 금요일(12일) 어머니와 함께 양산에 납품을 하러 갔다가 점심을 먹으러 부산 기장군에 있는 ‘흙시루’라는 가게를 찾았다. 이 가게를 어머니가 친구들과 함께 방문했다가 너무 맛있었는데, 마침 초복이니 조금 맛있는 것을 먹자며 납품을 마친 이후 양산에서 곧바로 부산 기장군을 향해 갔던 거다.
‘흙시루’라는 이름의 한정식 전문점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었다. 이곳은 한옥을 테마로 건물이 지어져 있었고, 단순히 음식을 판매하는 음식점 하나만 아니라, 정원까지 함께 운영하며 야외 웨딩 촬영도 할 수 있었다. 처음 제2주차장에서 뒷문으로 들어갔을 때 눈에 들어온 풍경에 깜짝 놀랐다.
이건 누가 한옥 체험관이라고 말해도 믿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내가 넋을 놓으면서 놀라고 있으니 어머니가 “진짜 멋지제?”라며 흐뭇해하셨다. 이렇게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잠시, 미리 예약을 했기 때문에 따로 있는 입구에서 이름을 말한 이후 안내받은 방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당시 멍한 상태로 따라가느라 안내받은 방 외부의 모습은 찍지 못했는데, 내부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방 안도 완전히 한옥 형태라 한정식을 분위기 있는 곳에서 먹고자 하는 사람에게 딱 좋은 장소라고 생각한다. 이뿐만 아니라 위에서 빨강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문을 열고 주방에서 음식과 그릇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곳이다. 주방과 이런 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흙시루에서 구경할 수 있는 놀라운 점 중 하나다.
메뉴판은 다음과 같다.
역시 다소 이름있는 집이고 분위기가 고풍스러운 곳이다 보니 가격이 하나같이 전부 다 비쌌다. 유일하게 저렴한 건 물냉면(5000원), 비빔냉면(6000원), 잔치국수(3000원) 세 메뉴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냉면이나 국수 한 개만 먹고 가는 사람은 열 팀 중 한 팀도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보통은 못해도 한정식 일반 메뉴인 ‘흙시루 밥상’을 시키지 않을까 싶다.
나와 어머니는 당일 초복이었기 때문에 오리 정식을 2인분 시켰다. 가격을 보기 전에 어머니가 이미 시키신 터라 나중에 가격을 보고 “엄마, 미쳤나 ㅋㅋㅋ 1인분에 2만원이나 하는 걸 우째 먹노?”라며 놀랐는데, 어머니는 뭐 이런 날도 있다면서 웃기만 하셨다. 뭐, 이런 날도 있는 거다. 아하하.
음식을 주문하고 조금 있으니 식전 음식으로 호박죽이 나왔다.
이 호박죽은 정말 달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 먹었던 호박죽 중에서 가장 깔끔하게 먹을 수 있었던 호박죽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본격적으로 한정식을 먹기 전에는 죽으로 가볍게 시작하며 속을 풀어줘야 한다. 왜냐하면, 한정식은 그 반찬 가짓수가 적어도 8첩 이상은 나오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볼 수 있는 사진이 하나씩 갖춰지기 시작하면서 오리 훈제 고기로 피날레를 장식한 흙시루 오리 정식이다.
양파 장아찌부터 시작해서 반찬 하나하나가 정말 맛있었다. 그동안 간이 센 음식을 좀 먹다보니까 이렇게 담백하게 모두 맛있는 음식을 먹은 건 오랜만이었다. 더욱이 오리 훈제는 도대체 어떻게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진짜 오리 특유의 그 기름진 맛보다 깔끔하고 담백하게 먹을 수 있어서 완전 좋았다.
이렇게 오리고기를 상추에 쌈으로 싸서 먹다보면 된장과 밥이 함께 나온다. 된장도 역시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깔끔한 맛으로 구성되어 있어 밥과 함께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한 끼 식사 1인분에 2만 원이나 한 무서운 가격이지만, 그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음식의 질은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음식을 다 먹고 난 이후에는 마지막에 식혜가 또 식후 디저트로 나온다. 역시 한정식 마무리는 식혜로 마무리하는 게 최고다. 지나치게 달지 않고, 적당한 수준에서 달달한 식혜가 아주 일품이었다. 이렇게 초복을 맞아 특별한 한정식을 먹은 이후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마치고 향한 곳은 주차장이 아니다.
나와 어머니가 향한 곳은 흙시루 정원으로, 여러 개의 식당 별관 뒤로 걸어 나가면 손님들이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늘 양이 많이 나오는 한정식을 먹은 직후 식후 운동으로 걷기 딱 좋은 산책로로, 여기에는 갖가지 꽃과 식물이 어우러져 있어 사진찍기에도 좋았다.
당시 들어가지 않은 식물원도 있는데, 아마 아이들과 함께 혹은 친인척과 함께 특별한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식당이라고 생각한다. 가격이 다소 비싸기는 하지만, 이 정도의 가격에 이 정도 품질의 한정식을 즐길 수 있으면 완전 후회없는 선택이 될 거다.
당시 우측 옆테이블에서 먹은 사람들 중 한 사람은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부산까지 날아와서 언니동생과 함께 흙시루를 찾았던 것 같았다. 오랜만에 만나 가족처럼 지내는 사람들끼리 함께 한 끼 식사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한정식 전문점 흙시루. 계절마다 달리 찾으면 참 좋을 것 같았다.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