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에게 추천하는 에세이,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2019년을 맞아서 한국식 나이로 서른이 되니 이래저래 불편한 일이 많아졌다. 그동안 나는 언제나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살고 싶어 했지만, 또 마냥 그럴 수 없는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과연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 하는 고민을 하는 날이 예상치 못할 정도로 늘었기 때문이다.


 역시 주변 친구 중에서 아직 결혼한 친구나 혹은 결혼을 생각 중인 사람은 없지만, 여전히 부모님 세대의 인식은 ‘이제 그 나이가 되었으면 결혼은 해야지.’라는 말이 익숙하다. 이제 나의 어머니는 아예 내가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하는 걸 포기한 듯싶지만, 그래도 가끔 비슷한 말을 넌지시 던지신다.


 “너는 여자도 안 만날 거냐? 밖에 나가서 사람 좀 만나라.”


 그런 말을 가끔 들을 때마다 “엄마는 내 같은 남자를 누가 만나고 싶어 하겠나?”라면서 우스갯소리로 넘어가기도 하고, 내가 가진 여러 애니메이션 포스터를 가리키며 “내가 사랑하는 건 바로 여기 있는 2차원이야!”라고 외치고 싶기도 하다. 물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어머니는 아시는 것 같지만….


 어떻게 보면 굉장히 불효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내 팔자고 이게 내가 사는 방식이라서 그걸 바꾸기가 쉽지 않다. 아니, 애초에 바꿀 마음이 없다고 말하는 게 오히려 더 옳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평생 살아가며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는 일을 하고 싶다.



 오늘 우연히 나와 같은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는 저자의 이야기가 담긴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라는 이름의 책을 만났다. 이 책은 저자가 과거 모. 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책으로, 책에 담긴 에피소드를 하나씩 읽을 때마다 ‘정말 나도 그래 ㅋㅋㅋ’라며 웃을 수 있었다.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를 펼쳐서 읽으면 얼마 가지 않아 이런 글을 읽을 수 있다.


이런 나를 삼십 년도 넘게 봐왔으면 이제 적응할 때도 됐건만, 엄마는 여전히 내가 꼴도 보기 싫은 모양이다.

“남들처럼 밖에 나가서 여기저기 쑤시고 다녀야 남자를 만나든 말든 하지. 집에만 처박혀 있으면 이 세상에 너라는 애가 존재하는 줄 누가 알아줘. 뭐? 힘들어? 개똥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너 이렇게 살다가 시집 못 가고 ‘버커리’ 돼서 늙어 죽으면 어쩌려고 그래. 뭐라고? 그까짓 시집 안 가도 잘 먹고 잘 산다고? 아으, 내가 진짜 너 때문에 속이 터져서 살 수가 없어. 도대체가 누구를 닮아서 이 모양 이 꼴이야 너느으으으으은!” (본문 28)


 저자는 집에서 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바깥으로 별로 나갈 일이 없는 데다, 나이 서른이 넘도록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엄마로부터 이런 잔소리를 들었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무심코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저자의 엄마가 한 잔소리는 딱 내가 들었던 잔소리였기 때문이다.


 여성 작가의 이야기라 위화감이 있기는 했지만, 이런 이야기를 통해 뜻밖의 동질감을 발견한 나는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라는 이름의 책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에피소드를 차례차례 읽을 때마다 ‘나도 이런 에피소드가 많은데 책으로 낼 수 있을까?’라는 욕심도 솔직히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이야기는 책이 되고, 내 이야기는 책이 되지 못하는 이유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저자의 이야기는 단순히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면서 독자에게 웃을 수 있는 공감 요소를 잘 담고 있지만, 내가 평소 블로그에 쓰는 이야기나 유튜브에 담는 이야기는 좀 느낌이 달랐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이야기는 칼럼에 실릴 뿐만 아니라 책이 될 수 있고, 내 이야기는 칼럼은커녕 책이 될 수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에 한 번 이렇게 솔직한 의견을 적은 서평을 모아서 저자와 같은 형식의 에세이로 책을 출판하고자 한번 투고를 해보고 싶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인 욕심과 생각을 하기도 했던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 책은 굳이 순서대로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이다. 어디까지 에세이’ 장르의 책이고, 저자가 겪은 여러 에피소드를 한곳에 모아둔 것이기 때문에 읽고 싶은 페이지부터 읽어도 된다.


 나도 처음에는 책을 차례대로 읽다가 다음부터는 휘리릭~ 페이지를 넘기면서 멈춘 곳의 에피소드를 읽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미안합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제가 원래 그래요.’라는 저자의 지나치게 솔직한 사과가 적힌 글도 인상 깊었고, 어떤 장면은 옮겨두고 싶을 정도로 공감도 갔다.


 그 장면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선생님, 제가 책을 읽어봤는데요.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했는데도 잘 안 되는 거예요. 근데 그렇게 하는 게 맞아요?” 그러자 선생님 왈.

“주윤아.”

“네.”

“좆 까라 그래.”

“예!?”

“좆 까라 그러라고.”

이어지는 선생님의 말씀은 이러했다.

무엇이든 네가 느끼는 대로 하면 되는 거다. 남의 말을 너무 따라갈 필요는 없다. 너만의 방식대로 해서 누군가가 알아주면 좋은 거고 만약 알아주지 않더라도 너의 것이 남으니 그것 또한 좋은 일 아니겠느냐. 그러니 누가 시키는 대로 하지 말고 무엇이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네 마음 가는 대로 해라.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겼다. 그러나 타고난 성격이 어디 가겠는가. 나는 여전히 남의 말에 신경을 쓰고 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다가 너무 힘들어지는 어느 날이면, 그러니까 예를 들어 일기는 일기장에 쓰라는 악플을 봤을 때, 이제 그만 시집가야지 하는 잔소리가 쏟아질 때, 여자면 화장 좀 하고 이쁘게 꾸미고 다니라는 개소리를 들었을 때에,

“좆 까라 그래!”

크게 외친다.

아, 물론 속으로만. (본문 284)


 이 장면을 읽으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좆 까라 그래!”라는 말은 영화에서 자주 들었던 대사인데, 이렇게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를 통해서 이런 말을 들으니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아니, 대사 자체가 가진 것보다 저자가 선생님께 들은 말이나 저자가 듣고 나서 하는 행동도 너무 시원시원했다.


 한 권의 에세이를 읽었을 뿐인데도 뭔가 저자와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은 듯한 기분이다. 물론, 저자의 이야기 중에서는 내가 크게 공감할 수 없었던 부분도 많았다. 그 부분은 저자가 여성인 탓도 있고, 내가 살면서 클럽을 가거나 혹은 밤늦은 시각이나 새벽에 술을 마신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20살 중반까지는 밤 10시에 자고 아침 6시에 일어나는 습관을 지켰고, 늦은 나이에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이제는 새벽 1시 정도에 자서 아침 7시 30분 정도에 일어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더욱이 나는 아직도 술과 담배, 현란한 클럽 같은 문화와 완전히 선을 그은 채로 살아가고 있다.


 아마 노래방이라는 곳을 어릴 때 부모님 손에 이끌려 다녀온 이후 간 적이 두 번도 없는 20대는, 아니, 30대 남성은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뿐이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시끄럽게 오두방정을 떠는 곳을 무척 싫어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그게 바로 내가 살아가는 삶의 고집이라는 거다. (웃음)



 오늘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라는 이름의 에세이. 처음 제목을 읽었을 때는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룰 것 같았지만, 막상 책을 읽으면 결혼과 연애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는 저자의 이야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제목에 어울리게끔 저자가 주변에서 듣는 ‘결혼해라’, ‘연애해라’는 잔소리를 듣는 장면과 함께 저자가 겪은 연애 경험담(주로 실패담이다.)과 맞선 경험담도 읽을 수 있었다. 이 부분은 내가 성별이 달라도 킥킥 웃으면서 공감할 수 있었는데, 아마 다른 독자 또한 나와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오늘 당신이 조금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에세이를 찾는다면, 나는 오늘 읽은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라는 이름의 에세이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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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유부남
    2019.06.19 23:36

    오히려 결혼과 출산을 선택사항 처럼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네요.

    나 같은 경우는 19살에 아버지 사업이 망한후로 집구석 먹여살리느라 모든 꿈 희망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모든 선택의 기회를 박탈 당한 인생을 살면서 내가 마지막 하나의 희망으로 남긴것이 바로

    내 자식들이 어떻게 생겼을 까. 내 아들 딸이 어떻게 생겼을까. 죽기전에 그 얼굴은 꼭 보고 죽고 싶다

    그런 절박한 최후의 희망이었음.

    그래서 힘들때마다 나는 그 말을 하고 되뇌면서 살았음

    당신을 만나러 가고 있습니다. 당신을 만나러 가고 있습니다...

    결국 나는 지금 세상에서 제일 이쁜 사랑하는 아들과 딸과 무서운 마누라를 얻었음

    내게 선택의 기회란것이 있었다면 지금의 행복은 없었을 것임.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 2019.06.20 14:27

    공감이 많이 될 듯 합니다.
    저도 처지가 비슷하니까요.ㅎㅎㅎ
    그러기에 웬지 읽지 않을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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