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군은 사랑을 하지 않는다, 처음 사랑을 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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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에 나는 누군가 “넌 어떤 사람이 좋냐?”라고 물어봤을 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이 어떤 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른이 된 지금도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그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다.


 그래도 요즘 추상적으로 생각한 좋아하는 이상형은 있다. 그 이상형은 늘 곁에서 태양처럼 눈 부신 웃음을 지어주면서 함께 있는 나마저 웃게 해주는 사람이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느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요즘따라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자연스레 사랑을 소재로 하는 주인공과 히로인의 이야기도 자주 접하게 되는데, 그 책들을 읽을 때마다 내 마음속에 들어온 주인공과 히로인은 늘 활짝 웃을 수 있는 인물들이었다.


 왜 그런지 생각을 해봤더니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내가 진정으로 활짝 웃는 일이 얼마 없을 뿐더러, 누군가와 함께 하기보다 늘 혼자서 웃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이 어려웠고, 불편했고, 힘들었고, 늘 도망쳐서 혼자 있는 걸 고집했다.


 딱히 혼자 있는 일이 불편하다거나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때때로 사무치는 감정을 부딪칠 곳이 없어서 방황한 적이 적지 않다. 그때마다 내가 손을 내민 건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그 마음을 전하는지 마음에 새겼다.



 오늘 읽은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타다 군은 사랑을 하지 않는다>라는 책도 그런 책 중 하나다. 이 책은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방영이 되기도 한 작품의 소설로, 애니메이션에서 본 <타다 군은 사랑을 하지 않는다>의 히로인 테레사의 감정이 섬세하게 잘 묘사되어 있어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 <타다 군은 사랑을 하지 않는다>는 주인공 타다 군의 시점과 히로인 테레사 두 사람의 시점을 오가며 감정을 묘사했다. 하지만 소설 <타다 군은 사랑을 하지 않는다>는 두 사람의 시점을 오가지 않고, 오로지 히로인 테레사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그리며 테레사 한 명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아마 이 부분은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들은 다소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오히려 이렇게 ‘테레사’ 한 명의 시선으로 집중한 덕분에, ‘테레사’라는 히로인이 가진 여린 마음과 함께 처음 하는 사랑에 당황하는 모습을 무척 가슴 깊이 울리며 다가왔다고 생각한다.


 <타다 군은 사랑을 하지 않는다>을 통해 히로인 테레사의 시점을 따라가면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순수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그렇지만, 자신이 일본을 좋아하게 된 ‘레인보우 쇼군’이라는 드라마의 대사를 외치는 장면, 가슴에 싹튼 마음에 두근거리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라이트 노벨 형식으로 발매된 <타다 군은 사랑을 하지 않는다>이기 때문에 책에는 몇 장의 일러스트가 포함되어 있다. 그 일러스트는 히로인 테레사의 마음이 크게 요동치는 장면마다 첨부가 되어 있어 괜스레 더 이야기에 빠져드는 요소가 되었다. 이런 게 바로 라이트 노벨이 가진 장점이 아닐까?



 애니메이션에서 본 주인공의 모습과 비교하면 조금 지나치게 꽃미남으로 각색된 느낌이 없잖아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를 읽는 데에는 크게 지장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런 일러스트가 사랑 이야기를 읽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더 호감을 줄 수 있는 형태의 일러스트인지도 모르겠다.


 <타다 군은 사랑을 하지 않는다>은 오로지 테레사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했기 때문에 책 한 권의 분량은 무척 짧게 느껴졌다. 테레사의 시선을 따라 풍경에 반하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그 모습을 따라가며 새삼스레 사랑이라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참 시도 때도 없다는 걸 느끼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감정은 놀라운 기적 같은 감정이라고 표현하는 게 아닐까?


 <타다 군은 사랑을 하지 않는다>에서 테레사가 ‘아아, 나는 타다 군을 좋아하는구나…….’라는 걸 깨닫는 장면은 평범한 장면이지만, 서로가 마음을 털어놓으면서 자신의 약한 부분을 말하며 위로할 때는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이 통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그렇게 문득 테레사의 마음을 찾았다.


 그 마음을 깨닫게 된 테레사는 한껏 긴장하기도 하고, 자신이 지고 있는 어떤 의무로 인해 눈물을 머금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책 <타다 군은 사랑을 하지 않는다>에서는 테레사가 타다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장면도, 타다가 테레사에게 마음을 전하는 장면도 그려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냥 열린 결말로 내린 건가 싶었는데, 작가 후기를 읽어보니 이렇게 적혀 있었다.


‘모처럼만의 오리지널 작품인 만큼 결말은 방송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강했던 터라, 소설판에서는 테레사라는 인물에 집중해보면 여러분께 색다른 재미를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그 결과 이런 내용이 탄생했습니다. 소설을 쓰는 내내 테레사가 보지 못한 것, 겪지 못한 일을 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각본에서 좋아했던 장면을 담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테레사는 인물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문 269)


 작가가 처음부터 테레사 한 명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냈기 때문에 결말은 에필로그 형태로 두 사람이 다시 만날 것을 예고하는 장면으로 그려졌던 거다. 책 <타다 군은 사랑을 하지 않는다>을 읽고 나서 타다와 테레사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한 사람은 애니메이션을 보기를 바란다.


 비록 타다와 테레사 두 사람의 시점을 교차하며 그리지 않은 덕분에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은 그려지지 않았지만, 테레사 한 명의 시점을 따라가며 ‘처음 사랑을 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무척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타다 군은 사랑을 하지 않는다>. 이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오늘 당신이 처음 하는 사랑의 설렘과 풋풋한 긴장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찾고 있다면, 나는 <타다 군은 사랑을 하지 않는다>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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