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아가는 걸 보여준 나의 특별한 형제

반응형

 지난 주말 날씨는 무척 쾌청해서 나들이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어머니가 부탁한 일로 현수막&배너 업체에 찾아가서 농구 대회 수상식에 쓸 배너를 찾느라 잠시 집 밖으로 나갔을 때 올려다본 하늘은 “참, 빌어먹을 정도로 날씨가 좋다.”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이틀간의 내린 비 덕분이었다.


 비 내린 후의 맑은 날씨는 그 어느 때보다 괜스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마치 비 내리는 날이 있으면. 이렇게 맑은 날도 찾아온다는 걸 가르쳐주는 듯한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괜스레 가슴이 설레고 있다는 걸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그날은 문득 책을 읽고 글을 쓴 이후에 영화 한 편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일부러 사람이 많은 주말 극장을 찾아서 영화를 보기에는 조금 그랬다. 다행히 내가 한번 보고 싶다고 생각한 영화인 <나의 특별한 형제>는 VOD 서비스를 시작한 터라 집에서 편하게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주말에는 사람이 붐비는 장소가 아니라 집에서 보내는 게 최고인 것 같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장애인 두 형제의 실화를 바탕으로 다룬 영화다.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와 관련해서 검색을 해보지 않은 터라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사실은 몰랐는데, 영화 오프닝에서 마주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라는 문구는 괜스레 어떤 에피소드인지 궁금하게 했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대조하며 괜스레 장애인에게 동정심 같은 감정을 어쭙잖게 품도록 감정을 자극하는 영화가 아니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나 똑같이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며, 우리는 누구나 모두에게 내 삶을 끝까지 살 책임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


 영화를 보는 동안 주연을 맡은 신하균(세하 역)과 이광수(동구 역) 두 사람의 환상적인 조합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두 사람이 장애인이라는 것에 스스로 주눅 들지 않은 채 있는 힘껏 살아가는 모습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평범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모습이 비친 영화는 괜스레 더 정이 갔다.



 아마 많은 사람이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라는 영화를 평하는 데에 있어 좋은 점수를 준 이유는 바로 그 부분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우리는 은연중에 장애인은 오늘 하루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으며, 우리와 달리 어렵고 혹독하게 살아가고 있으니 그들을 동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장애를 소재로 슬픔과 슬픔의 승화를 그린 에피소드를 보면서 ‘장애를 가지지 않은 오늘에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한 어설픈 동정’을 품는 일이 끝이었다. 그러면서도 장애인들이 거리에 나서서 시위할 때는 눈길조차 한 번 주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지 않을까?


 흔히 장애인은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고 말한다.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 서서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우리는 저도 모르게 ‘저들은 불쌍한 사람들이니까 우리가 이해를 해줘야 한다’라며 자신보다 못난 사람으로 여기는 건지도 모른다. 그저 똑같이 오늘을 사는 사람인데도….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장애인의 특별한 어려움을 강조하지 않았다. 그저 신체의 한 부분의 장애가 있는 사람과 정신적으로 조금 장애가 있는 사람 둘이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그 주변 사람이 그들과 함께 지내는 모습을 평범히 보여주었을 뿐이다. 거기에는 지나친 동정은 없었다.


 그래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불쌍하다는 감정을 자극하며 얄궂은 동정심을 유발하지 않고,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과 함께 때때로 오늘을 살아가는 한 명의 약자로서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를 볼 수 있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그리니까. 그러한 부분이 무척 좋았다.



 한때 블로그에서 밝힌 적이 있지만, 나는 분노 조절 장애를 앓고 있다. 이 장애는 우울증에서 뿌리를 내려 내 정신 한구석을 갉아먹은 장애다. 물론, 이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심각한 장애와 달리 혼자서 마음만 추스를 수 있으면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언제나 가능하면 ‘장애’라 하지 않는다.


 며칠 전에도 나는 그러한 분노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살짝 말썽을 부린 적이 있다. 참,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그때는 마치 내가 무언가에 씐 것처럼 솟구치는 감정과 몸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어느 사람과 엮일 때는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


 어떤 행사에 참여하더라도 일부러 사람이 적은 시간을 이용하고, 최대한 사람과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해서 다닌다. 아무리 내가 나를 경계해도 무심코 터져 버리는 분노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 점차 과격하게 반응을 해버리기 때문이다. 마치 인격이 두 개로 나누어지는 기분이라고 할까?


 어차피 남들처럼 멀쩡하게 살아갈 수 없으면, 그저 평범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해서 나는 ‘지금, 여기’를 살아가고자 한다. 이번에 본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남들처럼 사지 멀쩡하게 살아갈 수 없지만, 오늘을 무사히 평범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나는 조금 특수한 상황에 있기에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그려진 ‘끝까지 살아가는 책임’이라는 말과 ‘약자는 서로가 약하기에 손을 내밀 수 있고, 함께 있을 수 있다.’라는 말에 마음이 흔들린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떻게 오늘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평범한 오늘을 살아가는 걸 보여준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그들과 무게가 비슷한 장애는 아니지만, 나름의 장애를 앓으면서 살아가는 나도 평범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한때는 끝까지 살아가는 일이 무서웠지만, 그래도 끝까지 책임을 지고 내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그게 바로 오늘, 여기를 우리가 살아가는 힘이 될 테니까. (웃음)


반응형
그리드형(광고전용)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