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잡화점 쁘랑땅, 봄을 닮은 사랑을 그린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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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항상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사람은 그렇게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기 위해서 끊임없이 욕심을 부린 끝에 어떤 목표를 이루기도 하고, 꿈을 이루기도 하고, 때때로 몰락해버리기도 한다.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에 욕심을 내는 일은 그런 일이다.


 하지만 가지지 못한 것에 욕심을 내는 게 잘못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무언가에 욕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가지지 못한 것만 아니라,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다. 무언가가 부족해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어쩌면 착각일 수도 있다.


 행복해지는 법을 말하는 책이나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모두 ‘가지지 못한 것보다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행복을 느껴라.’라고 말한다. 물론,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하고,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그 의견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거기에 동의하는 것과 정말 그렇다고 받아들이는 건 다르다.


 오늘 읽은 책 <봄을 기다리는 잡화점 쁘랑땅>을 읽어보며 이런 장면이 있다.


“네잎클로버는, 행복은 엎드려서 찾는 것, 그렇게 그가 말했지?”

하루 씨는 그런 말까지 한 건가. 미쿠는 볼이 뜨거워졌다.

“하루 씨, 말했나요?”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길래,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라고 되물었어.”

“그랬더니요?”

—나는 행복이란 그런 식으로 필사적으로 찾아야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하루는 그렇게 답했다고 한다.

“가령 걷다 지쳐 쭈그려 앉거나, 그저 햇볕을 쬐기 위해 앉았을 때, 별생각 없이 땅을 바라보다가 네잎클로버를 찾을 때도 있어. 행복도 그런 것 아닐까, 하고 말했어.” (본문 123)


 우리는 가지지 못한 것을 가져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이건 사람이 쉽게 극복할 수 없는 본능의 일종이다. 그 본능 덕분에 사람이 일으킨 문명은 발전해왔고, 우리는 '자기 계발'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더 멋진 나로 만들어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좋지 않은 법이다.


 행복이란 분명히 우리가 좇지 않으면 손에 쥘 수 없기도 하지만, 필사적으로 찾아 헤맨다고 해서 “안녕? 내가 행복이야. 네가 날 찾고 있었구나.”라고 웃으며 우리에게 오지 않는다. 나는 ‘행복은 우리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문득 돌아보았을 때 있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봄을 기다리는 잡화점 쁘랑땅>은 이야기 네 가지를 통해서 독자에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과 곁에 있는 소소한 행복을 마주보는 법을 들려준다. 책에서 읽을 수 있는 네 가지 에피소드는 약간의 미스터리 형식으로 독자를 교묘히 끌어들이고, 그 미스터리의 소재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라는 주제다.


 책의 첫 번째 이야기인 ‘하나, 둘’에서는 잡화점 쁘랑땅을 운영하는 키타가와 하루의 이야기다. 그녀가 가진 어떤 문제와 그녀를 사랑하는 사쿠라다 잇세이가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한 사건을 소재로, 사람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는 일과 그 마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굉장히 섬세하게 묘사한다.


 ‘하나, 둘’의 주인공은 하루와 잇세이이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두 사람 외에도 하루의 쁘랑땅을 방문해 귀걸이 액서서리를 사가는 ‘안도 나나’라는 인물의 이야기도 그려진다. 그녀도 태어날 때부터 남과 약간 다른 문제가 있었지만, 그 문제를 어떻게 전하고 마음을 받아들일지 고민하는 인물이었다.


 하루와 안도 나나 두 사람의 사정은 전혀 다른 사정이고, 사정의 무게도 절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하루와 안도 나나 두 사람이 사랑을 이어가는 걸 선택하는 장면은 화사한 봄날에 흩날리는 벚꽃잎을 보는 것 같았다. 마치 바람이 그치면, 그곳에는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 있을 것 같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사람. 귓불이 없는 사람. 아무런 흠이 없는 완벽한 사람은 분명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밖에서 볼 때는 알 수 없다 하더라도 누구나 마음이나 몸의 어딘가 울퉁불퉁한 부분을 품고 살아간다. 그렇게 자신이라는 사람과 평생 함께 살아간다.

양쪽 귀에 예쁜 귀걸이를 하는 것만이 행복이 아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만이 행복이 아니다. 나와 안도 씨, 잇세이에게도 우리 나름의 우리다운 행복이 있다. 앞으로도 그런 행복을 만나기를 기대하면서 별다른 일 없는 하루하루를 쌓아나간다. (본문 63)


 윗글은 <봄을 기다리는 잡화점 쁘랑땅>의 첫 번째 이야기 ‘하나, 둘’ 마지막 언저리에서 읽을 수 있는 하루의 독백이다. 이 독백 장면을 읽으면서 나는 오늘을 살아간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다운 행복이란 무엇인지 내심 생각해보았다. 나다운 행복은 오늘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일까?



 그렇게 <봄을 기다리는 잡화점 쁘랑땅>은 하루의 쁘랑땅을 방문하는 누군가가 가진 사랑 고민을 시작점으로 독자에게 우리가 바라거나 혹은 우리 곁에 있을지도 모르는 사랑과 행복이 무엇인지 전하는 소설이다. 강제로 뭘 해야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고, 그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두 번째 이야기인 ‘클로버’에서는 원거리 연애를 하는 어느 인물의 사랑 이야기를, 세 번째 이야기인 ‘레진의 기술’에서는 쉽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어느 인물의 사랑 이야기를, 네 번째 이야기인 ‘핸드메이드 봄’에서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어느 인물의 살짝 어긋나 버린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각 이야기 모두 하나하나 여운이 남겨지는 결말이 있었고, 이 모든 이야기에서 볼 수 있었던 그 마음을 엮어서 마지막에 그리는 하루와 잇세이가 걸어가기로 결심한 길이 비치는 모습도 무척 좋았다. 소설 한 편을 읽으면서 마치 벚꽃잎이 아직 떨어지는 가로수 길을 걸어가는 기분이라고 할까?


 따스한 햇살 속에서 읽기 좋은 소설 <봄을 기다리는 잡화점 쁘랑땅>.


 오늘 당신에게 따뜻한 사랑이 필요하다면, 지친 일상에서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운이 필요하다면, 지금 바로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분명히 책을 읽으며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쭉 늘어뜨리며 기지개를 켜며 오늘 한 번도 쳐다보지 못한 하늘을 쳐다볼 수 있게 해줄 거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이 장면을 남기고 싶다.


“깨닫지 못할 때도 있겠죠. 하지만 당신은 이런저런 것들을 가지고 있어요. 저도 그렇고요. 우린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때로는 미칠 정도로 갈망하고 부러워하면서도, 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돌아보며 그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왔어요. 그 가게는, 쁘랑땅은 저에게 있어서 그런 장소예요.” (본문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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