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바일 배틀그라운드를 삭제한 이유
- 문화/문화와 방송
- 2018. 10. 20. 07:30
한참 즐기던 모바일 배틀그라운드는 왜 점점 망해갔을까?
처음 모바일 배틀 그라운드가 나왔을 때,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금방 게임에 빠져들었다. 게임을 하면서 ‘아, 왜 사람들이 배그를 그렇게 좋아했는지 알겠다.’라며 게임을 즐겼다. 게임 콘텐츠 보강으로 몇 번이나 업데이트가 되었지만, 초기 콘텐츠 확장은 게임을 즐기는 데 커다란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이루어진 패치는 지나치게 모바일 배틀 그라운드를 PC 배틀 그라운드와 동급으로 만들려고 하기 위한 형태로 이루어지며 유저들이 일탈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배틀 그라운드가 좀처럼 자연스럽게 돌아가지 않았다. 지나치게 많은 콘텐츠 확장으로 렉이 너무 심해진 거다.
내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기종은 아이폰 7 플러스로, 초기 모바일 배틀 그라운드는 최고 사양으로 해도 잘 돌아갔다. 그런데 점차 패치를 하면서 새로운 콘텐츠가 추가될 때마다 렉이 걸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저사양으로 돌려도 버벅거리고, 스마트폰 발열이 너무 심해서 게임을 편히 즐길 수 없었다.
또한, 모바일 배틀 그라운드에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핵이 게임 재미를 반감시켰다. 핵을 사용하는 유저들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핵 없이는 상위권에 들기 어려워졌다. 물론, 게임을 즐기는 게 꼭 상위권에 들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해볼 수 있는 게임’이 되어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법이다.
그러나 핵 유저들이 증가하면서 한국 서버는 도무지 게임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핵 유저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핵 유저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서 핵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오죽하면, 상위 랭크 10등 안에 남은 팀 중 절반 이상은 핵을 사용하는 유저라고 말하기도 한다. 모배그에서 핵은 곧 치킨이었다.
아시아 서버에서 할 때 치킨을 먹었던 스크린샷
한국 서버는 원래 게임을 잘하는 한국 사람들이 많아 이기기 힘든데, 핵까지 이렇게 남발하니 당연히 유저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한국 서버에 지친 사람들이 북미 서버 혹은 아시아 서버로 이동해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나도 한국 서버를 이탈해 아시아 서버에서 주로 게임을 즐긴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시아 서버도 핵이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한국 사람들이 조금씩 아시아 서버로 넘어오면서 ‘아시아 서버도 상위 10팀이 남으면, 그중 2~3팀은 반드시 한국 팀이고, 1팀에는 꼭 핵이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가 되어버린 거다. 이 정도 되면 핵은 이기기 위해서 꼭 필요한 무기가 되었다.
비록 핵 유저에 지더라도 ‘에이, 더러운 녀석.’이라며 웃으며 넘길 수 있으면, 딱히 게임을 즐기는 데에 큰 문제는 없다. 모바일 배틀그라운의 매력 중 하나는 여러 서버를 통해서 외국인 플레이어를 만나 어설프게 대화를 하며 게임을 즐기는 거니까. 한국어를 아는 외국인을 만나면 얼마나 반가운지….
아시아 서버에서 게임을 하다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듣고, 깜짝 놀라 “어, 한국어 할 줄 아시네요?”라고 물었을 때, “네. 한국에서 유학했었어요.” 같은 대화를 나누면서 게임을 하면 승패 상관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내가 처음 모바일 배틀 그라운드를 즐긴 이유 중 하나는 이거였다.
지금도 이 부분만 보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지만, 지나치게 확장된 콘텐츠가 게임을 부드럽게 즐기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게 하고, 핵을 사용하는 유저들이 양학을 하는 일이 잦아 점차 게임을 하지 않게 되었다. 내 스마트폰에 깔린 유일한 게임 어플 2개 중 한 개인 배그는 거의 접속하지 않았다.
아마 이 글을 마무리하고 나서 나는 ‘게임’ 카테고리로 묶인 공간에서 배틀그라운드를 지울 생각이다. 참, 초기에는 배틀그라운드 콘텐츠를 재미있게 즐겼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버려 너무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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