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오키나와 여행을 위한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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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비밀의 장소와 오키나와 사람들의 이야기


 막연히 일본 여행을 가보고 싶다고 하면, 떠오르는 장소는 오사카와 도쿄, 아키하바라 같은 곳이 대표적으로 떠오른다. 일본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정취를 맛보고 싶다고 말하면 낭만이 있어 보이지만, 솔직히 나는 일본 도시의 정취가 아니라 일본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덕후의 장소를 찾아가고 싶다.


 언제나 내가 읽는 일본 라이트 노벨, 만화에서 빠지지 않고 다루어지는 일본 아키하바라의 풍경과 가게의 이름은 꼭 한 번 하나씩 다 방문해보고 싶다. 과거, 일본 아키하바라를 우연히 한 번 방문한 적이 있지만, 시간도 조금 늦은 데다 별생각 없이 어쩌다 보니 방문하게 된 거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다시금 아키하바라를 방문해 지난번에 놓친 많은 것을 체험해보고 싶다. 나에게 일본 여행은 관광지를 보거나 풍경을 즐기는 여행이 아니다. 나에게 일본 여행은 내 삶이 되어버린 일본의 서브 컬처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여행이다. 여행을 즐긴다는 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보통 일본 여행하면 나는 이런 여행만 떠올리는데, 오늘 읽은 조금 색다른 여행 가이드북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이라는 책을 통해 ‘아, 이런 여행도 정말 멋지겠다.’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일본 서브 컬처 쇼핑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여운을 즐기는 여행도 매력이 있었다.



 나는 오키나와는 한 번도 방문해본 적은 없지만, 대학에서 들은 일본 문화 수업에서 자세히 듣기도 했고, 애니메이션, 라이트 노벨, 만화, 소설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여름의 무대로 사용하는 장소다. 그 덕분에 오키나와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는데도 ‘오키나와’라는 섬의 이름은 너무나 친근한 이름이었다.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 책을 펼치면 제일 먼저 저자가 오키나와에서 살게 된 이유를 읽을 수 있다. 


오키나와로 이주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일과 삶이 서로 나눠진 게 아니라 하루하루 삶이 곧 일이고, 일이 다시 나다운 삶이 되는 그런 라이프 스타일을 오키나와에서라면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도쿄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던 저는 느긋한 자연을 품은 오키나와에서 그런 균형 잡힌 삶의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큰맘 먹고 조상의 뿌리이기도 한 오키나와로 이주했습니다.

오키나와에서 살면서 든 생각은, 어쨌거나 하늘이 넓다는 것!


 저자가 오키나와로 이주하게 된 이유는 일과 삶의 균형이다. 보통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경우에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일과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데, 일이 삶의 주인이 되어버려 우리는 내내 일에 끌려다니기만 한다. 그러다 어느 사이에 즐거움이라는 걸 잊어버린다.


 일을 위해서 내 삶을 포기하는 일은 점점 안 좋은 방향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여유를 느낄 수도 없고, 애초에 여유를 가질 수도 없는 도시의 삶은 쉽사리 사람을 지쳐버리게 한다. 바쁘게 하루를 보내면서 커피를 매일 같이 마시며 잠을 쫓고, 하늘 올려다볼 겨를도 없이 스마트폰 화면만 쳐다보고 있다.


 어느덧 ‘내가 하늘을 똑바로 바라본 게 언제였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숨 돌릴 틈도 없이 지내는 자신을 보면, ‘내가 고작 이렇게 살려고 미친 듯이 아등바등 살았나?’라는 막연한 후회를 하기도 한다.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의 저자는 그런 삶에서 벗어나고자 오키나와를 선택해 도쿄에서 이주했다.


 저자가 말하는 ‘오키나와에서 살면서 든 생각은, 어쨌거나 하늘이 넓다는 것!’이라는 한 마디에서 오키나와가 어떤 곳인지 느낄 수 있다. 오키나와를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을 통해서 볼 수 있는 오키나와의 모습과 가게, 그리고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척 좋았다.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은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라 마치 오키나와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닮은 에세이집 같은 책이었다. 저자는 오키나와 여행을 할 때는 여행 계획을 지역별로 세우는 게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책을 통해 각 지역에 숨겨진 비밀의 장소와 그 장소를 만든 사람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만약 오키나와 여행을 가려고 한다면, 보통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오키나와 유명 관광지 혹은 유명한 카페 같은 곳을 찾아본다. 한국에서 아무리 구글 검색을 하더라도 오키나와 현지인만 아는 비밀의 장소는 찾기 어렵다. 하지만 오늘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에는 그러한 장소가 소개되어 있다.


오키나와 북부 모토부초, 카페 하코니와


위치가 좋은 카페는 더러 있지만 이곳에는 특별함이 있다. 바다 바로 옆에 있는 것은 아니다. 고즈넉한 산 속, 산 말고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에는 자신에게, 친구와의 시간에는 친구에게, 온전히 그 시간과 마주하며 집중할 수 있다. 카페의 이름은 ‘하코니와(상자정원)’. 5년쯤 전에 오픈했다. (본문 109)



 이렇게 특별한 오키나와의 카페를 비롯해 다양한 빵집이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에서 소개되어 있었다. 빵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오키나와 여행을 하면서 각 빵집을 돌면서 특별한 오키나와만의 맛을 맛보고 욕심도 강하게 들었다. 책을 통해 저자가 설명하는 빵집에 대한 소개도 대단히 인상적이다.


오키나와 중부 기노완시 무나카타도


간판을 따라가다가 길모퉁이를 돌면, 거기 약간 묻히다시피 눈에 잘 띄지 않는 한 외국인주택이 서 있다. 작은 계단을 내려가면 만나게 되는 ‘무나카타도’. 가게 안에는 오픈 당시부터 이어져 온 천연 효모를 사용해, 돌가마에서 구워낸 빵들이 진열되어 있다. 식빵이나 바게트 등의 기본 상품에서부터 흑설탕 생지에 호두와 술타나 건포도를 반죽해 넣고 바나나를 듬뿍 사용해 깍둑썰기한 바나나코 크룰레까지. 오키나와다운 재료를 사용한 빵에도 손이 간다. (본문 74)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에 소개된 글과 사진을 눈으로 읽고 있노라면, 정말 오키나와 여행을 가서 한 번쯤 이 빵집을 방문해보고 싶어진다. 평소 여행 가이드북을 통해서 본 단순히 가격이 얼마이고, 무엇이 맛있는지 적힌 가이드북과 달리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에서는 가게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있었다.


 게다가 이뿐만이 아니다.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에는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 하나 있다. 바로, 앞에서도 짧게 말하기도 한 오키나와에서 가게를 연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사람들이 왜 오키나와까지 와서 가게를 열었는지, 오키나와의 어떤 매력에 끌려 정착하게 되었는지 책을 통해 읽을 수 있다.


좌우간 스스로에게 정직하다. 좋아하는 것을, 솔직하게 따라가는 용기와 강함을 갖고 있다. 그래서 ‘쇼카Shoka’를 경영하는 다하라 아유미 씨는 마치 소녀처럼 천진하게 반짝반짝 웃는다. (중략)

“역시 사람이 중요하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장소에서 한다는 것의 힘도 새삼 느꼈죠. 그런 장소는 등대처럼 빛나고, 그곳을 향해서 사람들이 모여들거든요. 즐겁게 일하는 사람을 만나면 분명 모두들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게 되니까요.” (본문 35)


 덕분에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을 읽다 보면 꼭 한 번 오키나와를 방문해보고 싶어진다.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가 맞닿아있고, 혼자 있는 시간을 온전히 자신에게 사용할 수 있는 곳. 그런 장소가 도시에서 삶에 지친 사람들이 찾는 이상적인 장소이지 않을까? 오키나와는 일본 사람들에게 그런 장소다.


 ‘오키나와’라는 섬이 가진 특별한 매력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책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오키나와 주민이 알려주는 비밀의 장소와 오키나와 사람들의 이야기.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은 책의 종이 질감과 색상도 무척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책을 읽는 시간이 편하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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