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끝은 분명 세계의 끝과 닮아 있다 후기

반응형

여름 끝무렵에 읽기 좋은 첫사랑 소설, '8월의 끝은, 분명 세계의 끝과 닮아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한눈에 반하는 게 아니라 서서히 그 사람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눈에 반해서 고백해 사귀는 사이가 되는 드문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친구 혹은 선후배 같은 사이로 지내면서 문득 상대방이 이성으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때 ‘사랑’이 시작한다고 말한다.


 나는 두 경우를 모두 겪어본 적이 없어 사실 뭐라고 말하기가 힘들다. 내가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이나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책을 통해서 읽은 감정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서 나는 누군가를 좋아해서 사랑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었고, 그 이야기는 텅 빈 마음을 채워주었다.


 오늘 읽은 책 <8월의 끝은, 분명 세계의 끝과 닮아 있다> 또한 그런 소설이다.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면서 ‘어떻게 되는 거야? 둘은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야?’라고 걱정하며 책 페이지를 넘겼다. 이렇게 이야기에 몰입해서 주인공의 감정을 내 감정처럼 대하는 게 나의 특징이다.


 이런 습관 때문에 나는 조금 슬픈 이야기가 그려지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마다 곧잘 눈물을 흘리곤 한다. 어떻게 보면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놀림당할 수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이렇게 어른이 된 내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에 무뎌지는 어른은 무척 비참한 일일 테니까.



 <8월의 끝은, 분명 세계의 끝과 닮아 있다> 이야기 시작은 성인식을 치르기 위해서 2년 만에 고향을 방문한 장면이다. 고향에서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를 만나고,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고, 그리고 자신이 사귀었던 연인 토코의 집을 찾아 그녀의 넋을 기리는 향을 피우는 모습이 그려진다.


 다른 모습은 모두 고향을 찾았을 때 할 수 있는 평범한 일이지만, 사귀었던 연인을 향해 향을 피우는 모습은 드문 일이다. 주인공 세이고가 연인이었던 토코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아….’라는탄식이 저절로 나오고 말았다. 긴 세월이 지난 지금도 세이고는 토코를 전혀 잊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8월의 끝은, 분명 세계의 끝과 닮아 있다>은 세이고가 어릴 적에 토코와 휴대전화 대신 교환 노트를 토코의 집에서 받아와 천천히 읽어보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거기서 소설은 고등학교 시절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소중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서 읽을 수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참 여려서 좋았다.


 하지만 소설은 과거를 떠올리며 ‘그때는 그랬지.’라는 전개를 취하지 않는다. <8월의 끝은, 분명 세계의 끝과 닮아 있다>은 약간의 판타지가 들어가 살짝 눈을 동그랗게 뜨게 할 정도의 전개가 그려지면서 작중의 긴장감을 높였다. 바로, 현재 세이고가 가진 노트가 과거의 토코와 노트가 이어진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현재의 세이고가 교환 노트에 ‘1월 11일. 나는 어쩌면 좋아, 토코.’ 라고 적은 후 스스로 바보 같아져서 코웃음을 치다 겉잠을 자고 말았다. 그런데 잠에서 깨어나니 자신이 쓴 문장 아래에 ‘당신은 누구세요?’라는 문장이 쓰여져 있었던 거다. 세이고는 그 문장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문장을 본 세이고는 이렇게 느꼈다.

‘조금 비스듬한, 엄청 달필인, 그러나 필압이 약한… 지독히 낯익은 글씨가 그곳에 나타나 있었다.’



 그렇게 <8월의 끝은, 분명 세계의 끝과 닮아 있다>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과거에 두 사람이 보낸 회상 장면과 현재의 세이고가 과거의 토코에게 ‘야마구치’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를 거는 장면이 교차한다. 이때부터 읽을 수 있는 토코에 숨겨진 사정은 얼이 빠진 채 책을 읽게 했다.


 현재의 세이고는 과거의 토코와 상담을 주고받다, 문득 그녀가 죽는 날에 생기는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한다. 세이고는 그녀에게 ‘바다에는 절대 가지 마세요.’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토코는 현재의 세이고가 보낸 기억과 똑같이 과거의 세이고와 함께 바다에 가기로 한 약속을 해버린다.


 토코는 현재의 세이고에게 노트를 통해 ‘제가 바다에 가면 미래에서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나나요?’라고 묻는다. 세이고는 ‘토코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과거를 바꾼 결과 미래가 어떻게 되든, 나는 미치도록 토코를 구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그녀에게 그날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대로 전한다.


 책을 읽는 나 또한 ‘제발 토코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미래에서 두 사람이 재회할 수 있기를’ 라고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과거는 달라지지 못했다. 책 <8월의 끝은, 분명 세계의 끝과 닮아 있다>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다시 한번 과거와 미래를 이으면서 놀라운 결말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8월의 끝은, 분명 세계의 끝과 닮아 있다> 마지막 장면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토코는 세이고를 위한 마지막 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소설의 마지막 이야기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 부분은 꼭 직접 <8월의 끝은, 분명 세계의 끝과 닮아 있다>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소설의 제목인 ‘8월의 끝은, 분명 세계의 끝과 닮아 있다.’라는 문장을 곱씹게 되는 결말. 이번 여름을 마무리하며 가을을 맞이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는 첫사랑 이야기. 어떻게 보면 너무나 절절한 첫사랑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작품이 정말 좋았던 건지도 모른다.


반응형
그리드형(광고전용)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