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소득 성장주도 정책이 아니야
- 시사/사회와 정치
- 2018. 9. 14. 07:30
소득 성장 정책이 경제 파국의 원인? 잘못된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장하성 정책 실장을 통해서 한국의 소득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저 임금을 올리는 동시에 사람들의 근로 시간을 줄여서 선진국처럼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 계획이다. 이러한 경제 성장 계획은 현재 일본에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문제없이 추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최저 임금을 올린다는 정책이 나오자마자 많은 자영업자가 “자영업자를 죽이는 정책이다.”라고 반발했다. 여론이 좋지 않게 흘러가는 분위기가 되자 야당은 이때다 싶어 문재인 정부 흔들기에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여당은 소득 성장주도 정책이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모습이 굉장히 아이러니하다. 왜냐하면,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화 사회로 들어간 일본은 지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정책으로 효과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일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자, 최저 임금을 올리면서 근로 시간을 탄력적으로 줄이기 시작했다.
근로 시간이 줄어도 최저 임금이 올랐기 때문에 소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야근 없는 문화가 퍼지면서 자연스레 삶의 질이 높아지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내가 일본 인턴십을 통해 만난 일본에서 근무하는 한 사람도 이러한 정책 덕분에 한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살기 편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일본 내에서도 같은 통계 조사를 볼 수 있으며, 최저 임금 상승과 근로 시간의 감소 덕분에 결혼율과 출산율도 미세하지만 조금씩 오르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근무하는 한국 분도 일본에서 자녀를 출산하면 많은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현재 일본 여자친구와 결혼할 계획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문제는 소득 성장주도 정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소득 성장주도 정책은 짧게 보는 게 아니라 멀리 보고 추진해야 하는 정책이다. 지금 여기서 정치인들의 입놀림으로 인해 소득 성장주도 정책을 멈추어 버린다면, 앞으로 한국은 계속 저임금으로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그건 절대 삶의 질을 높이지 않을뿐더러 바닥을 치고 있는 출산율도 올릴 수 없다. 어떤 정치인은 “젊은 세대가 자기 편해지자고 애를 낳지 않는다.”라는 막말을 하기도 했다. 그 정치인이 스스로 국회의원의 월급을 최저임금으로 받으면서 임기를 마친다면, 나는 그 정치인의 말을 진짜로 인정해줄 수 있다.
하지만 절대 그러한 부류의 정치인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절대 이해할 수도 없다. 문제는 최저임금 상승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고 했던 공정 거래의 개혁이다. 갑과 을로 나누어지는 기업 관계의 거래를 바로 잡아야 한다.
나는 어머니가 인쇄 자영업을 하고 계시고, 이모부는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자영업을 하고 계신다. 두 분은 모두 최저임금이 올라서 힘들다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막상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제를 상세히 살펴보면 문제는 최저임금이 아니었다. 업체로부터 받는 납품 단가가 너무 낮은 게 원인이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물가는 꾸준히 올라서 생산비용은 늘어났지만, 을의 입장에 있는 업체에서는 오른 생산비용만큼 납품 단가를 올려서 받을 수가 없다. 만약 납품 단가를 올리기만 한다면 업체는 거래가 끊기거나 피를 보더라도 납품을 하고자 하는 경쟁 업체에 수주를 빼앗기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생산 비용이 올라도 납품 단가를 올릴 수가 없으니 깎을 수 있는 건 근로자의 임금뿐이다. 부동산 가격도 계속해서 오르면서 월세 비용이 올라가고, 생산 비용 대비 납품 단가 수지가 맞지 않으니 저임금으로 길게 일할 수밖에 없다.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일을 해도 점점 빚이 늘어나는 거다.
이러한 분야는 단순히 납품을 주고받는 업체에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많은 자영업자가 뛰어들고 있는 프랜차이즈 또한 비슷한 상황에서 을은 커다란 손해를 보고 있다. 인테리어 비용부터 시작해 편의점 광고 비용, 가맹비용 등 갖가지 이유로 계속해서 본사에 많은 이득을 빼앗기고 있다.
본사에 뺏긴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는 알바 한 명을 줄이면서 점주가 직접 일을 하거나 알바생의 최저임금을 후려쳐야 한다. 동생이 면접을 보고 하루 동안 근무하고 잘린 편의점은 야간 알바생에게 최저임금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6,000원을 주고 있었다. 기본임금 7,530원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이렇게 갑에게 뜯기는 만큼 을이 병과 정에게 뜯고 있으니 경기에 활력이 생길 수가 없다. 모 정치인은 이런 것도 다 좋은 경험이라는 헛소리를 지껄여 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말 그런 정치인이. 솔선수범해서 최저임금도 못 받는 생활을 5년 동안 해보아야 한다. 그래야 문제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요즘도 부동산 정책을 들고 많은 말이 오가고 있는데, 나는 부동산 정책이 규제 쪽으로 나아가면서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을 줄여 기댓값을 낮추어나가는 게 앞으로 천정부지로 솟는 부동산 가격을 막고, 조금씩 가격을 내리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나가다 찍은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던 건물 (기사와 상관 없음)
지금 부동산은 아직도 투기 열풍이 불면서 빚을 내서라도 한 채를 더 사서 이득을 본다는 심산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빚을 내서 투자하기 때문에 부동산 소유자는 빚을 갚기 위한 이자까지 고려해 가격을 올려버리기 때문에 가지지 서로 피해를 보는 일이 계속 발생한다.
서울에 사람이 많으니 서울에 더 많은 아파트, 주택, 상가를 세우는 정책이 아니라 서울에 지나치게 집중된 인프라를 지방으로 분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살이 찌다 못해 중증 고도 비만이 되어 각종 합병증이 발발하는 서울에 희망 고문을 해서는 안 된다. 여기엔 엄격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오늘날 경제가 이렇게 엉망이 되어버린 이유는 소득 성장주도 정책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와 국회가 있는 사람들의 편을 들면서 표 관리를 하기 위해서 남발한 세 치 혀에서 시작한 정책이 문제다. 계속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자극해 갈등을 일으키는 게 아닌, 5년 후를 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성장주도 정책은 장차 근로 시간을 줄이면서 소득은 그대로 유지되는, 그리고 삶의 질을 높이면서 장차 출산율을 올리며 사회가 선순환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작점이다. 이 정책이 똑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부동산 규제를 비롯해 난개발을 막고, 공정 거래를 위한 대규모 수술이 필요하다.
문제는 소득 상장 주도 정책이 아니다. 문제는 시민의 삶이 개선되는 걸 싫어하는 세력의 자극적인 여론몰이로 이루어지는 을과 병 정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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