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는 일본인 친구가 부럽다
- 일상/사는 이야기
- 2018. 8. 16. 07:30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돈과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행동력
한국에서 ‘여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많은 사람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매일 같이 반복되며 쉴 틈 없이 흘러가는 일정 속에서 많은 사람이 일탈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말한다. 만약 정말로 여행을 가고 싶다면 당장 떠나면 된다. 문제는 과연 우리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간과 돈이 가졌는지 문제다.
대학에서 들은 교류 수업을 통해 친해진 한 일본인 친구와 나는 지금도 꾸준히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이제는 취업 활동을 통해 한 기업에 취직한 일본인 친구이지만, 그 친구는 여전히 종종 한국에 자주 놀러 온다. 대학을 다닐 때부터 자주 한국과 여러 나라를 다닌 그 친구는 직장인이 되어서도 같았다.
일본인 친구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한국에서 취업 활동이 막 끝난 사회초년생이 휴가를 받아서 여행하는 일은 사실 꿈과 같은 일이다. 주말여행으로 다녀올 수 있다고 해도 비용이 만만치 않고, 언제나 목돈을 모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사회초년생 시점에서 월급 일부를 매번 여행에 쓰는 일은 쉽지 않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일본인 친구는 한국의 이런 분위기와 달리 일본에서 너무나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면서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고 있다. 월급으로 여행을 다닌다고 해서 미래에 투자를 전혀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조금씩 나누어서 분산 투자를 하고, 심지어 대학생 때도 아르바이트비로 생활비와 여행비를 보충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최저임금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본 직장 생활 분위기가 한국과 조금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말에 단합대회, 혹은 워크숍 같은 각종 이유로 직장인을 모아 등산을 비롯한 단체 활동을 하는 한국 기업과 달리 일본 기업은 대체로 주말에 온전한 시간을 보장해주고 있다.
더욱이 월세 또한 충분히 급여에서 해결할 수 있고, 한국처럼 ‘보증금’이라는 개념이 없어 훨씬 부담이 적다. (일본은 부동산 계약에서 보증금이 아니라 보증인을 요구한다.) 그래서 자신이 번 돈을 훨씬 더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이유를 보면 일본 취업 열풍을 이해할 수 있다.
기타큐슈 평화거리, ⓒ노지
하지만 일본 내에도 블랙 기업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며, 한국 사람이 일본에 취업한다고 해서 일본인 친구와 같은 생활을 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미 한국 사람은 한국 사회 분위기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서 습관을 버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욜로족이 뜨고 있어도 아직 멀었다.
얼마 전에도 일본인 친구와 오랜만에 카톡으로 안부를 주고받으면서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친구는 8월 말에도 한국으로 여행을 오고, 10월에는 대구를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말 가고 싶은 곳에 망설임 없이 떠나는 그 모습에 나는 “실천력이 부럽다!”라며 내심 감탄의 목소리를 내었다.
그저 말로만 ‘여행을 떠나고 싶다.’라고 말하지만, 막상 도무지 한국에서 발을 떼지 않는 나와 너무나 다른 생활이었다. 일본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속으로 이번 가을에 꼭 단풍을 보러 일본을 방문해 덕질을 좀 해야 하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때가 되면 난 또 선택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나는 블로그 구글 애드센스 외에는 딱히 아르바이트 수익이 없지만, 구글 애드센스 수익과 기타 블로그 CPA 수익으로 학교생활을 하며 식비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라 아르바이트는 필요가 없다. 하지만 여기서 여행을 비롯해 ‘사치’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활동을 하는 일은 늘 어려움이 따른다.
지금도 어머니가 지인분을 위해 가입하라고 한 삼성 연금 보험을 매달 꾸준히 넣으면서 한 달 수익의 60%가량을 소비하고 있으며, 책을 비롯한 문화생활에 15% 정도, 나머지 15%는 식비와 교통비, 또 다른 나머지 10%는 매달 인터넷 비용과 암 보험 등의 몇 가지 공과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또 얼마를 더 쪼개서 여행에 쓰는 일은 어렵다. 막상 때때로 여윳돈이 생길 때도 있지만, 그때는 항상 먹지 못한 걸 먹거나 만약을 대비해서 비상금으로 넣어두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여행을 가고 싶어도 여행을 가지 못하는, 막상 1박 2일 떠날 수 있는 돈이 모여도 여행을 가지 않게 되는 거다.
나는 이런 내 삶의 모습이 유달리 불행하거나 특이한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는 대학생을 비롯해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다 비슷하지 않을까? 정말 ‘할 수 있다’라는 실천력이 강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대학 생활 혹은 직장 생활을 하며 여행을 하는 건 쉽지 않다.
내 주변에도 아르바이트비를 열심히 모아서 일본 여행을 다녀오거나 호주, 혹은 유럽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지금 아니면 언제 하겠어? 내가 돈을 모은 이유가 이번에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였는데 뭐.’라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열린 활동을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를 따지면서 결국에는 제자리에 머무르는 일은 선택해버리는 나와 달리,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일본인 친구가 참 부러웠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한다고 해도 일본인 친구처럼 종종 휴가를 받아 여행을 하거나 사소한 주말여행을 떠나는 일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역시 답은 일본 취업뿐인 걸까?
만약 졸업할 때까지 블로그 크리에이터 활동을 통한 제대로 비전을 세우지 못한다면, 일단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이라도 이용해서 일본에서 넓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 그렇게 해야 ‘나’라는 인간이 조금은 바뀔 수 있을 것 같다. 아, 정말 돈과 시간을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사용하는 인생이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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