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열걸 3권, 고노 에쓰코의 사랑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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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화제막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 원작 소설 세 번째 이야기


 내가 읽는 소설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매달 가장 많이 읽는 라이트 노벨, 두 번째는 항상 손에 집으면 의도치 않게 분위기가 비슷한 감동적인 소설, 세 번째는 열심히 머리를 굴려야 하는 추리 소설이다. 보통 내가 읽는 소설은 이 세 가지 종류 중 하나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교열걸>이라는 이름의 소설은 이 세 가지 종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유머’가 들어가 있는 소설이다. 울면서 읽거나 진지하게 머리를 굴리며 읽는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오락 소설 장르로 분류해야 할까? 오락 소설이라고 말하기엔 <교열걸> 소설의 내용이 조금 다르다.


 <교열걸>은 ‘경범사’라는 출판사의 교열부에 들어가 교열 일을 하는 주인공 고노 에쓰코의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이다. 일을 하면서 부딪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고노 에쓰코가 겪는 일상다반사를 읽을 수 있다. 그래서 <교열걸>은 ‘오락 소설’보다 ‘일상 소설’이라고 말하는 편이 옳다.


 그렇다면, 일상 소설 <교열걸>을 읽는 재미는 무엇일까?


 솔직히 책을 나름 재미있게 읽고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재미를 콕 집어서 말하기가 어렵다. <교열걸>은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의 원작 소설이기도 한 탓에 인기가 제법있지만, 누구나 공감하며 재미있다고 말하기에는 일본의 정서가 한국의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굳이 재미있다고 느낀 부분은 주인공 고노 에쓰코가 하는 책 혹은 잡지 등 다양한 출판물 교열을 하는 장면이다. 출판물로 내기 전에 에쓰코가 원고를 읽으면서 꼼꼼하게 교열을 하는 과정은 글을 쓰는 입장에서 제법 흥미로웠고, 글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교열걸 3권>에서는 좀 더 특별하게 읽은 부분이 몇 장면이 있는데, 그중 한 장면은 주인공 고노 에쓰코가 드디어 연애를 시작하는 단계의 장면이다. 드라마로 우연히 보았을 때는 이미 작가 남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연애를 시작한 모습이 궁금했는데, 굉장히 뜻밖의 모습이 그려졌다.


화이트데이가 지난 후로는 딱 한 번 둘이서 밥을 먹었다. 그날 밤 돌아가는 길에 고레나가가 손을 잡았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어서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죽는 줄 알았다. ‘어른의 연애’ 같은 건 도시 전설이 아닐까 한다. 지금까지 교열한 소설을 보면 남자와 여자는 아주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고 아주 자연스럽게 잠자리를 하는데, 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는지 구체적인 과정을 상세하게 알려주면 좋겠다. 소설뿐 아니라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특히 미국 젊은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해외 드라마를 보면 만남부터 키스, 육체관계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이 일그러져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일본에 사는 남녀는 손을 잡은 후에 뭘 할까. 키스? 키스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거더라. 먼 옛날에 처음으로 사귄 남자와 잤을 때는 어떻게 했더라. 아아, 침대까지 가는 여정이 너무 복잡해서 지금 난 고뇌의 숲속에서 길을 잃었어. 상관없는 얘기지만 키스와 섹스는 어감이 좀 비슷하다. 전혀 다른 뜻인데 참 신기하다. (본문 22)


 이 글을 읽으면서 고노 에쓰코가 연애무경험자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연애를 다시 하더라도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는지 구체적인 과정을 상세하게 알려주면 좋겠다.’라는 부분에서 웃음이 나왔다. 정말 글을 쓰는 나도 같은 심정이니까.


 연애라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할 수 있는 건지도 나는 모르겠다. 소설이나 드라마를 통해 보는 연애는 사람들이 너무 손쉽게 누군가에게 반하거나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정작 현실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할 확률은 희박하고, 서로의 존재를 알기도 힘들다.


 종종 “연애는 안 하냐?”는 어머니의 핀잔을 들어도 현실감이 전혀 없는 까닭은 도무지 그 출발선에 선다는 걸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연애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진정한 의미로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고, 마음을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어쩌면 그 사람은 히어로가 아닐까? 그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아무튼, <교열걸 3권>에서 읽은 고노 에쓰코의 연애 이야기는 두 번째 장 ‘교열걸과 사랑의 바캉스 후편’까지 이어지고, 마지막 장인 다섯 번째 장에서 ‘기분 좋게 올라오는 신물’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결말을 맞이한다. 여기서 연애라는 게 서로 사귀는 관계가 되어도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교열걸 3권>의 절반은 고노 에쓰코가 간절히 원했던 연애를 하는 이야기에서 얽힌 몇 가지 해프닝을 다루고, 또 다른 절반은 고노 에쓰코가 또 간절히 원했던 편집부로 들어가 교열이 아니라 편집부의 일을 하는 이야기다. 편집부로 들어간 고노 에쓰코는 그곳에서 ‘편집’과 ‘교열’의 차이를 알게 된다.


 고노 에쓰코가 편집부로 임시 이동한 이후 겪은 심정을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에쓰코는 와타누키와 함께 임페리얼 호텔에서 주최하는 웨딩 박람회를 방문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웨딩 박람회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여덟 시에 카메라맨과 함께 연회장을 찾았다. 지금까지 주 5일 근무제를 칼같이 지킨 에쓰코는 당연하다는 듯이 휴일에 업무가 들어온다는 사실에 일단 놀랐고, 와타누키와 카메라맨은 거기에 아무런 의문도 없으며 심지어 휴일 출근이라고 여기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다. (본문 126)


일주일 동안 촬영이 이어졌다. 밤에 고레나가와 통화는 하지만, 주말에도 업무를 보러 출근해야 했기 때문에 통화하다가 잠에 빠질 때가 많았다. 피부도 눈에 띄게 거칠어졌다. 볼 때마다 초췌했던 모리오의 모습이 그때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보통 상태임을 깨달았다.

“.....힘들어.” (본문 165)


 편집부에서 하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길게 책을 읽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고노 에쓰코는 그토록 가고 싶어한는 ‘라시’ 편집부로 가기 위한 계딴이 될 수 있는 ‘라시 노스’의 임시 인사이동이 되었지만,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는 일에 위에 구멍이 뚫릴 것 같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일해야 했다.


 다행히 고노 에쓰코는 자신이 가진 특유의 장점을 발휘해 금방 편집부의 분위기와 스케줄에 적응한다. <교열부 3권>의 절반을 채운 고노 에쓰코가 갑작스러운 인사로 편집부에서 일하며 겪는 에피소드는 ‘편집’ 일이 절대 쉽지 않다는 걸 알게 해주었다. 매달 신작을 준비하는 소형 출판사는 과연 어떨까?


 <교열걸 3권>은 그렇게 상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것 같은 편집부의 잔혹한 일정을 소화하는 고노 에쓰코의 이야기와 사랑을 하는 고노 에쓰코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군데군데 웃음과 재미 포인트는 확실히 존재하고 있으니, ‘일상 에피소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교열걸>을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교열걸> 소설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일본 드라마를 찾아서 보는 건 어떨까? 소설을 읽으면서 알게 된 <교열걸>의 특징을 보면, 오히려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때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뭐, 어디까지 개인적인 의견이니, 이 부분은 참고만 하기를 바란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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