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좋아하는 덕후가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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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 시나리오 공모전 응모, 모든 건 '이야기 덕후'에서 시작했다


 처음 내가 ‘이야기’를 읽었을 때가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어릴 적에 어머니가 어느 집이나 똑같이 사놓은 어린이 권장 도서인지, 아니면, 초등학교에 들어가 읽기 시작한 국어 교과서인지…. 처음 ‘이야기‘를 읽은 적이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처음 ‘이야기’가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된 이유는 기억한다.


 흔히 말하는 학교 폭력, 흔히 말하는 가정불화, 흔히 말하는 경제적 불안정. 나는 좀처럼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내 앞에 놓인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대했고, 이 세상에서 사람이 가장 싫었다. 그렇게 나는 점점 더 혼자가 되었고, 혼자에 익숙해지면서 모든 문을 닫은 채 혼자가 되려고 했다.


 어쩌면 철저하게 망가질 수도 있었던 나를 구해준 것은 바로 ‘이야기’다.


 처음 만난 이야기는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본 너무나 아픈 상처를 입고, 눈물이 흘러도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고 생각하는 나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주었다. 나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노력한다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난 이야기는 곧 내가 책이라는 창문을 통해 넓은 세계를 보는 계기가 되었다. 책을 통해 만난 이야기는 애니메이션 주인공처럼 화려하게 살아가는 사람만 있지 않았다.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적은 에세이는 평범히 흘러가는 시간이 가장 소중하고, 가장 가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책은 너무 나를 미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나는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이고, 나는 지금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라고 말해주었다. 언제나 책을 읽으면서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기 위해 노력했고,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나를 받아들이기 위해 애썼다.


 아직도 나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다. 아무리 이야기를 읽으면서 노력해도 이 일은 좀처럼 잘 안 되었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모든 게 무가치하게 보인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이야기’다. 이야기가 있기에 나는 오늘 이렇게 살아서 글을 쓸 수가 있었다.



 이야기를 통해 살아갈 이유를 찾은 나는 흔히 말하는 덕후가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대체로 일본 만화책과 라이트 노벨 등 일본 문학 장르가 많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계기로 '이야기'를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본 문학은 텅 빈 마음을 채워줄 때가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로 얼마 전에 영화로 보고 온 <나미야의 잡화점의 기적>을 예로 들 수 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의 잡화점의 기적>은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가 집필한 추리 소설과 달리 굉장히 감성적인 소설이다. 책<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제목에서 읽을 수 있는 그대로 ‘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인연과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나미야 잡화점’을 통해 사람들의 우연한 만남과 사람과 그 만남 사이에서 그려지는 하나하나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이야기가 된다. 그동안 바쁘게 살아가느라 나를 돌보지 못한 사람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는 이야기다. 처음 소설로 읽었을 때도 그랬지만, 영화로 볼 때도 나는 번번이 눈물을 닦아야 했다.


 누군가는 내가 지나치게 감성적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게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언제라도 사람이 가진 벽을 허물게 해주고, 조금 더 솔직하게 나의 감정을 마주할 수 있도록 해준다. 특히 내가 만난 일본 소설, 만화 등의 작품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줬다.


 그래서 나는 이야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일본 라이트 노벨, 소설, 만화 등에 안주하지 않고,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나라의 이야기를 읽었다. 덕분에 나는 이야기 덕후가 되었고, 읽은 이야기를 정리해서. 글로 쓰는 블로그를 운영하게 되었고, 블로그에 쓴 이야기를 엮어 하나의 전자책으로 출간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읽은 이야기 후기를 가능한 블로그에 발행하고 있다. 소설, 라이트노벨, 에세이, 만화 등 장르를 불문한다면, 내가 두 개의 블로그에 글로 쓴 이야기(후기)는 총 1,958편에 이른다. 여기서 몇 가지를 뽑아서 책으로 엮은 게 <공감의 독서>라는 이름의 전자책이 된 거다. 놀랍지 않은가?


 처음 이야기를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는 이야기를 적을 수 있다고 생각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그 주인공처럼 멋진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나는 절대로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글로 내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여기에 도달했다.


 이야기를 통해 살아가는 이유를 찾았고, 이제 이야기는 나의 꿈이 되었다. 나는 전자책 두세 권 정도 냈다고 여기서 만족할 생각이 없다. ‘블로그’라는 공간에 내 이야기를 적는 일도 무척 즐겁지만, 역시 나는 좀 더 큰 무대에서 이야기를 적고 싶다. 나 또한 나에게 힘을 준 그런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아직은 너무나 멀기만 한 꿈이다. 성공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베스트셀러 작가 욕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잘 팔리지 않더라도 우연히 누군가와 만나 ‘이런 이야기를 읽었다.’라며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적고 싶다. 이야기는 독자와 만나 완성되는 법이니까.


 오늘 이 글도 비로소 독자와 만나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고 말할 수 있다. 내일이 싫었던 나에게 내일을 기대하게 해준 이야기. 이야기를 즐기는 덕후가 되어 겹겹이 쌓아 올린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만나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는 나. 거기서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하는 나를 만나기까지.


 세상에는 아직 내가 만나지 못한 셀 수 없을 정도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이야기를 쓰기로 한 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재능이 출중한 이야기꾼도 있다. 이야기를 쓰는 성공한 작가가 되지 못한다면 나는 그 매력적인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전하는 새로운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 진심 전력으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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