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의 가해자들은 왜 침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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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권력형 폭력에 당한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다, 하지만


 요즘 온라인으로 ‘미투 운동’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미투 운동’은 2017년 미국에서 일어난 ‘나도 성범죄의 피해자다!’라며 적극적으로 성폭력과 성희롱을 비난하기 위해 시작한 운동으로, 영어로 ‘나도 피해자’라고 말하는 ‘Me too.’ 해쉬태그를 붙여 소셜 네트워크로 공유하며 빠르게 확산되었다.


 한국의 미투 운동은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서지현 검사가 내부에서 일어난 권력형 성추행 사건을 고발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성추행에 대한 고발이 사회 현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암암리에 권력자가 자신이 지닌 힘을 이용해 을, 병, 정에게 부당한 일을 강요한 것은 익히 알려져 있었다.


 가해자는 그만큼의 권력이 있어 피해자가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작년에 나온 대형 출판사의 성추행 사건을 보더라도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며 여성을 추행한 유형이다. 더욱이 피해자는 사건을 고발했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한국 사회가 대중적 공분을 하더라도 나아지지 못했다.


 그 증거가 오늘 미투 운동을 통해 마주하고 있는 사건들이다. 이뿐만 아니라 그동안 우리의 기억에서 잊혔을 뿐, 정치인과 기업인의 같은 사례도 적지 않다. ‘미투 운동’을 통해 드러나는 문화·예술계의 참상은 ‘권력형 범죄’가 어떻게 자행되어왔는지 보여주고 있다. 과연 이번에는 달라질 수 있을까?



 이번 미투 운동을 통해 가해자로 고발된 유명 연극단의 어느 감독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기 전에 리허설까지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그동안 안방극장을 통해 호의적인 이미지를 안긴 모 배우가 대학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벌인 일은 큰 충격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고은 시인의 사건을 들었을 때 순간 가장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자행된 권력형 성범죄가 과연 어디까지 뿌리를 내렸는지 두렵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 매년 입학 시즌에 터지는 대학가에서 OT 때 선배가 후배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일삼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인데, 윗물이 이렇게 썩어있으니 아랫물이 맑을 리가 없다. 성인이 된 학생들은 ‘사회’라는 시스템 구조를 잘 알고 있다. 눈치껏 행동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가 말하는 어른은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고, 부정에 눈을 감을 수 있는 어른이다.


 그런 어른들은 권력을 쌓아가며 똑같은 행위를 다음 세대에 전한다. 악습을 물려받은 세대는 '우리의 전통 있는 문화’라며 잘못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다. 지금 활발히 일어나는 미투 운동의 저격 대상이 주로 누구나 아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제법 파급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현재 미투 운동을 통해 지목된 가해자들 상당수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누군가 올린 조작된 글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확실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대응을 했고, 어떤 배우는 입장문을 통해 자신이 저지른 일을 인정한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도대체 그들은 왜 그럴까?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확실히 그들은 분명히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다. 그것은 굳이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한국 사회에서 제기된 여러 사회 문제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모두 하나 같이 길어도 한 달, 짧으면 일주일을 가지 못했다. 그동안의 많은 경험을 통해 가해자들은 '시간이 약'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이번만큼은 옛날이랑 다르다.’라며 목에 핏대를 세우며 반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반박 또한 매번 문제 제기가 될 때마다 나온 ‘반박’이라는 사실도 이미 머릿속으로 알고 있을 거다. ‘이제는 다르다.’고 말하지만, 우리 사회는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그저 조금 더 시끄럽게 떠들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정치인들이 나서더라도 일부 정치인이 표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듯 시늉을 하는 게 전부다. 오히려 일부 정치인은 자신도 다칠 수 있어 서서히 발을 빼기 시작할 확률이 높다. 한국 사회는 권력이 집중될수록 문제는 큰 법이니까.


 대중 또한 다르지 않다. 대중들은 오늘도 열심히 신나게 새롭게 언급되는 가해자와 침묵하는 가해자를 씹고 있지만, 씹는 맛이 떨어지면 단맛이 빠진 껌처럼 '퇫' 하고 뱉어버릴 뿐이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이제는 진짜 달라져야 한다고 말해도 그 또한 지나갈 뿐이다. 가해자들은 이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한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 피해자를 위로하는 말로 사용되었지만, 어쩌면 이 말은 가해자에게 더 어울리는 말일지도 모른다. 피해자는 자신이 당한 끔찍한 기억을 평생 잊지 못한 채 살아야만 하지만, 가해자는 시간이 흐르면 너무나 쉽게 잊어버리니까.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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