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큐슈에서 혜민 스님의 팬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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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인턴 연수 6일 차, 짧은 일본 가정 방문을 통해 만난 혜민 스님의 팬을 만났다


 ‘지옥 연수’라는 한 일본인 선생님의 말씀이 머릿속을 빙글빙글 도는 상황 속에서 6일째를 맞이했다. 이미 예상치 못한 일본의 추운 겨울과 상상 이상으로 많이 걸어야 했던 일정을 보내면서 내 다리는 점점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는데, 6일 째를 맞이한 토요일은 일본 개인 가정을 방문하는 날이었다.


 처음에는 홈스테이 형식에 가까운 일본 가정 방문이라 굉장히 긴장했다. 과거 사가현 겐카이정에서 홈스테이를 했을 때도 처음에 어떻게 지내야 할지 걱정이었는데, ‘하루’도 아니라 ‘반나절’ 정도의 시간 동안 도대체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 특히 나는 사교성이 좋은 타입이 아니라 더욱 그랬다.


 솔직히 ‘아무런 거리낌 없이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이번에 만난 토모코 씨가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토모코 씨는 다음에 기타큐슈를 재차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꼭 연락을 달라고 당부를 하셨는데, 정말 꼭 다시 한번 기타큐슈에 오고 싶어졌다.


 나와 후배 한 명이 함께 시간을 보낸 토모코 씨는 사회 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으로, 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하면서 한국과 교류할 기회가 있어 한국을 알게 되었다고 하셨다. 토모코 씨의 남편분이 세상을 떠나 힘들어하고 있을 때 한국에서 큰 힘을 얻었다고 한다. 이 부분은 굉장히 놀라웠다.


 토모코 씨와 함께 기타큐슈 모지코 거리를 걸으면서 고쿠라 인근에서 보지 못한 모지코도 돌아보고, 기타큐슈의 명물 야키카레 또한 먹어볼 기회를 얻었다. ‘야키카레’와 ‘야키우동’은 기타큐슈를 방문하면 꼭 한 번 먹어봐야 할 명물 중 하나인데, 그동안 말만 듣다가 6일째를 맞아 드디어 먹었다.



▲ 모지코 거리에 있는 아인슈타인이 머물렀다는 집




▲ 모지코는 바다와 인근해 있어 바나나가 제일 먼저 들어온 곳이기도 하다고 한다.





▲ 그래서 모지코에는 '바나나 공주'라는 캐릭터도 있다.






▲ 이게 바로 기타큐슈에 오면 꼭 먹어야 한다는 야키카레다!




 위 사진과 영상에서 볼 수 있는 카레가 ‘야키카레’다. ‘야키카레’의 ‘야키(焼き)’는 ‘구운’이라는 의미로, 한국어로 번역을 하자면 대충 ‘구운 카레’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떻게 야키카레를 만드는 건지 레시피는 잘 알 수 없지만, 처음 그릇에 올려져 나왔을 때 치즈와 함께 지글지글 익는 소리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처음 야키카레 한 입을 베어먹었을 때는 불맛과 함께 일본 카레가 가진 특유의 진한 맛, 그리고 치즈가 가진 풍미가 확 와 닿았다. 초딩 입맛으로 유명한 내가 맛있다고 말할 정도이니 평소 일본에서 ‘소금 맛이 느껴지는 특유의 맛’에 고생한 사람들도 분명히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꼭 먹어보기를!


 야키카레를 먹은 이후에는 일본에서 무역을 처음으로 이끈 것으로 유명한 이데미츠 사조의 자료가 기록된 미술관을 방문해 이야기를 읽기도 했고, 전망대에 올라 모지코의 풍경을 둘러보기도 했다. 돌아다니는 동안 날씨가 추워 무척 고생을 했지만, 조용한 정취가 느껴지는 풍경이 깊이 들어왔다.








 전망대를 본 이후에는 토모코 씨의 집으로 이동해 타코야끼를 간단히 직접 구워 먹거나 토모코 씨가 만든 인형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짱구는 못말려>를 통해서 본 타코야끼를 직접 만드는 일은 굉장히 간단해 보였지만, 실제로 하니 믹스 양을 조절하는 것부터 시작해 뒤집는 것도 쉽지 않았다.


 토모코 씨가 만든 인형은 모두 하나하나가 ‘헉!’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굉장히 잘 만들어진 인형이었다. 함께 간 후배는 “이거 정말 아마존 같은 데에 올려서 팔아도 되겠어요.”라고 칭찬을 했는데, 그 말에 기분이 좋아지신 토모코 씨는 나와 후배에게 하트 모양으로 만든 작은 인형을 선물로 주셨다.


 토모코 씨가 구경시켜주신 인형 중에서 눈에 띈 것은 ‘혜민 스님’을 따라 만들었다는 인형이다. 처음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한국에서 혜민 스님을 직접 만났고, 혜민 스님의 이야기를 무척 좋아하는 팬이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토모코 씨가 혜민 스님에게 가지는 애정은 남달랐다.


 아래에서 혜민 스님을 만든 인형을 함께 보자.





▲ 간식으로 함께 먹은 딸기… 무슨 디저트. 굉장히 맛있었다!




▲ 혜민 스님을 본떠 만든 인형이라고 한다. 대단히 놀랍다.


▲ 다른 인형으로 이렇게 설정샷을 찍기도 하셨다.




▲ 타코야끼를 만드는 건 간단해 보였는데, 이게 보통 쉽지가 않았다.



 일본어로 “すげー!(대박!)”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 혜민 스님 인형은 염주까지 비즈로 직접 만든 섬세함이 돋보였다. 이 정도의 퀄리티를 단순한 취미 수준이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이미 하나의 예술에 가까운 수준에 올라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인형으로 찍은 사진도 무척 놀라웠다.


 혜민 스님에게 인형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하신 토모코 씨를 위해서 나는 토모코 씨가 직접 촬영한 설정 샷을 혜민 스님의 트위터로 보내드렸다. 토모코 씨에게 사진을 혜민 스님에게 보내드렸다고 전하니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는데, 혜민 스님이 가까운 시일 내에 짧은 답변을 주시면 좋겠다. (웃음)


 짧게 혜민 스님 이야기를 하거나 타코야끼를 정리한 이후에는 장남이 돌아오는 오후 5시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그 사이에 토모코 씨가 구경시켜 준 장남이 집에 만들어놓은 바(Bar)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토모코 씨가 가진 손재주가 아들에게도 그대로 유전으로 이어져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이 토모코 씨의 아들이 만든 바(Bar)의 모습이다. 이외에도 안쪽에는 아들이 만든 이자카야 형식의 공간이 있다고 했는데, 그 모습은 함께 저녁을 먹다가 짧게 구경할 수 있었다. 말이 나오지 않는, 말이 필요 없이 박수를 저절로 치면서 “개쩐다!!!”라는 리액션이 저절로 나온 공간이었다.


 거기서 휴식을 취하다 먹은 저녁은 굉장히 푸짐했다. 바로, 일본에서도 특별한 날이 아니면 시켜 먹지 않는다는 초밥 세트였다. 내가 해물을 잘 먹지 못하기 때문에 반 정도를 계란말이 초밥, 유부초밥, 오이초밥 등으로 주문을 해주신 토모코 씨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꾸벅)


 “저 때문에 죄송합니다.”라는 말에 “いや、これも美味しいから。(이것도 맛있으니까.)”라며 배려를 해주신 아드님도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했다. 토모코 씨와 아드님, 그리고 아드님의 여자친구 분의 배려 덕분에 나는 기억에 남는 멋진 저녁을 함께할 수 있었다. 과연 살면서 이런 기회를 몇 번이나 맞을 수 있을까?





 초밥과 오뎅탕을 맛있게 먹은 이후 고베로 가는 배를 타기 전까지 남는 시간 동안 바에서 토모코 씨와 아드님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클래식이 흐르는 바에서 홍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마치 꿈이라고 꾸는 것 같았다. 어떻게 일본의 한 가정집에서 이렇게 보낼 줄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아드님이 어떻게 10살 연하의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아드님과 여자친구 모두 ‘미즈키 나나’의 팬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 또한 미즈키 나나의 팬이기 때문에 “私も大ファンです!(저도 팬이에요!)”라고 놀라며 대답했더니 두 분도 모두 놀라워하셨다.


 후배는 “무척 조용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말이 많으신 줄은 몰랐다.”, “지금 일본에 오고 나서 가장 밝게 웃고 계신다.” 등의 장난이 섞인 말을 했는데, 정말 얼굴이 그런가 싶을 정도로 나는 놀라움에 가슴이 들떠 있었다. 함께 미즈키 나나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 작은 선물도 받았다.



 2015년 미즈키 나나 라이브 콘서트 한정 사진이 있는 ‘미개봉’ 선물이었는데, 쉽게 받을 수 있는 선물이 아니라 몸 둘 바를 몰랐었다. 토모코 씨는 다음에 또 기타큐슈에 오게 되면 함께 거실에서 미즈키 나나 영상을 블루레이로 함께 보자고 말씀하셨다. 당연히 나는 “是非!そうします!(꼭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낯선 일본에서 혜민 스님을 좋아하는 분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음악을 부르는 가수로 유명한...?’이라며 약간 뜸을 들이는 미즈키 나나의 팬을 만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과연 이번 우연의 만남을 확률로 계산한다면 과연 몇 퍼센트의 확률일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선택지를 한다는 것은 이렇게 우연과 인연을 낳는 법이다. 내가 JTBC 드라마 각 본 공모전에 응모한 이야기의 제목 또한 “우연, 인연. 그렇게 시작한다.”라는 제목인데, 다음에는 이번 만남을 소재로 이야기를 적어보고 싶다. 역시 사람의 인연이라는 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다.



 다음에 또 한 번 기타큐슈를 방문하면 꼭 인사를 드리기로 하고, 토요일에는 고베로 향하는 배를 타는 항구에서 토모코 씨와 헤어졌다. 이후 메일을 통해서도 짧게 인사를 드렸는데, 무척 반가운 이야기로 답장을 주셨다. 내심 밖으로 떠나는 걸 잘 선택하지 않는 나이지만, 정말 꼭 다시 기타큐슈를 방문하고 싶다.


 오늘은 짧았지만, 무척 정든 홈스테이(일본 가정 방문)을 끝으로 한큐 페리에서 잠을 청했다. 내일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에서 벌어질 일을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그 일은 내일 적게 될 이야기를 기대해주기를 바란다. 이 글은 배에서 호텔로 돌아와 3일 만에 쓰는 일지이니까. 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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