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가는 소설
- 문화/독서와 기록
- 2017. 11. 13. 07:30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미노 요루가 행복을 잃어버린 당신에게 전하는 따스한 이야기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통해 알게 된 일본 작가 스미노 요루의 새로운 소설이 한국에 정식 발매되었다. 새로운 소설의 이름은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로, 제목의 '꿈'이라는 단어가 몽환적인 느낌을 강하게 주는 소설이다.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왜 ‘꿈’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는지 이유를 알 수 있다.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짧게 스미노 요루를 알게 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대한 이야기를 짧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스미노 요루의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췌장에 병을 가진 소녀 사쿠라와 타인에게 관심을 두지 않던 책을 좋아하는 소년이 우연히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며 ‘오늘 하루’의 소중함을 보여준 무척 가슴이 따뜻한 이야기다. 소설은 영화, 만화로 만들어지며 많은 사람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나 또한 집에서 홀로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읽으면서 눈물을 훔쳤고, 영화관에서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보면서 펑펑 운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미노 요루의 새로운 소설은 무조건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발매된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도 무척 따뜻했다.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는 주인공 소녀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가장 추구하는 두 개의 감정인 사랑과 행복 중에서 ‘행복’을 소재로 다루는 이야기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두 소년·소녀의 모습으로 사랑을 담았다면, 이번에는 소녀를 통해 행복을 그리고 있다.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의 주인공은 아직 초등학생인 ‘나노카’라는 이름의 소녀다. 나노카는 방과 후에 ‘그녀’라고 부르는 꼬리 잘린 고양이 한 마리와 몇 사람의 집을 방문하는 일과를 보냈다. 그녀가 만나는 사람은 ‘아바즈레’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여성과 홀로 집에서 지내는 어느 할머니였다.
그 두 사람과 만나 ‘행복이란?’ 질문에 고민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보통 성인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생활’을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나노카는 ‘행복이란 쿠키에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얹어 먹는 것일지도 모르겠어.’라고 말하며 웃음을 짓게 한다.
나노카가 말하는 인생과 행복은 초등학생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동시에 ‘아,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라며 괜스레 옅은 미소를 짓게 된다. 그게 바로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의 매력 중 하나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몇 번이고 ‘나에게 행복이란?’ ‘나에게 인생이란?’ 질문을 해보며 고민하기도 했다.
나에게 행복이란 지금 이렇게 좋은 책을 읽고, 책을 읽은 이후 생생한 감상과 마음을 담아 글을 쓰는 일이다. 비록 글로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끙끙거리기도 하고, 더 많은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하지 못하는 점에 아쉬움을 품기도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는 우리가 그동안 너무 무겁거나 어렵게 접근한 행복과 인생을 조금 더 단순하게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 ‘인생이란 여름방학 같은 거야’, ‘인생은 급식 같은 거야’라고 말하는 나노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웃으면서 인생과 행복을 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슬퍼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인생이란 급식 같은 거야.”
“냐아?”
“좋아하는 게 없을 때라도 나름대로 즐겨야지. 안 그래?” (본문 45)
나노카의 시선을 따라가며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할 즘에 작가가 숨겨놓은 놀라운 비밀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비밀이 처음으로 밝혀지는 부분은 허름한 이 층 건물에서 만난 미나미를 통해서다. 자신의 손목에 칼을 긋던 고등학생 소녀 미나미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나노카는 갑작스러운 손님이었다.
고등학생 미나미에게 초등학생 나노카는 홀로 지내던 그녀에게 큰 힘이 된다. 서로 친구로 지내면서 나노카가 미나미에게 하는 ‘행복이란’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을 보면서 잠시 딴 길로 빠지기도 했다. 소설에서 그려진 미나미의 모습은 마치 10대 시절의 내 모습과 겹쳐져 아련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 아련함에 빠지는 것도 잠시, 미나미가 나노카의 어떤 말을 들은 이후 놀라는 장면에서는 나도 함께 놀랐었다. 미나미가 나노카를 향해 화를 내면서, 한줄기 눈물을 떨어뜨리며 나노카를 향해 하는 말의 끝이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헉’하고 놀라고 말았다.
고등학생 미나미, 20대 여성 아바즈레, 홀로 사는 할머니. 나노카가 한 마리의 고양이를 따라가면서 만난 인물들이 가진 공통점과 비밀은 더욱 이야기에 빠져들게 했다. 특히 그녀들이 나노카를 통해서 얻게 되는 위로는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큰 감동을 준다. 그야말로 ‘스미노 요루’의 작품다웠다.
굉장히 인상 깊은 장면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역시 미나미가 나노카에게 간절히 전하는 장면과 아바즈레 씨가 눈물을 흘리며 나노카에게 연신 사과하며 나노카를 끌어안는 장면이 기억에 또렷이 남는다. 이 두 장면은 <또다시 꿈을 꾸었어>에서 잊을 수 없는 꿈을 마치는 중요한 장면이었다.
나노카가 학교에서 선생님과 함께 국어 시간에 나누는 ‘행복이란’이라는 주제는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를 관통하는 주제다. 나노카가 만나는 미나미, 아바즈레, 할머니를 만나며 정답을 알아가는 과정과 부모님과 다투거나 동급생 키류와 다툰 이후 비로소 알게 되는 행복이라는 것의 진짜 의미.
그동안 괜히 더 바쁘게 살면서 ‘행복이란’, ‘인생이란’ 질문을 나에게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스미노 요루의 소설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를 추천하고 싶다. 너무나 상냥하고, 똑똑한 ‘나노카’라는 주인공을 통해 스미노 요루가 독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분명 많은 사람의 마음에 와닿을 것이다.
“잘 들어, 꼬마 아가씨. 인생이란 푸딩 같은 거야.”
“씁쓸한 부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는 거?”
“아니.”
아바즈레 씨의 머리칼이 좌우로 흔들렸습니다.
“인생에는 씁쓸한 부분도 있겠지. 하지만 그 그릇에는 달콤하고 행복한 시간이 가득 채워져 있어. 인간은 그 부분을 맛보기 위해 살아가는 거야. 고마워, 나는 꼬마 아가씨 덕분에 드디어 그걸 기억해냈어.”
“뭔데요?”
“나도 실은 쓴 커피나 술보다 달콤한 과자를 좋아했어. 그래, 이제 잊어버리지 않을 거야.”
아바즈레 씨는 다시 나를 꼭 끌어안았습니다. 아바즈레 씨가 왜 그렇게 자꾸만 나를 끌어안는지 이상했지만, 어느 새 나는 그 이상함을 품어볼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아바즈레 씨의 품에 안겨있는 시간은 나에게는 틀임벗이 인생의 달콤한 부분일 테니까요. (본문 203)
나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아바즈레처럼 자신이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을 덮은 이후 다시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쓴 지금도 내 마음은 ‘행복’을 찾아 나서고 있다. 나노카가 꼬리가 잘린 그녀와 걸으면서 흥얼거린 ‘행복은 제 발로 걸어오지 않아~’가 계속 마음속에서 쉼 없이 맴돈다.
만약 당신이 히토미 선생님이 나노카에게 ‘행복이란 무엇이냐’라는 문제를 받았다면, 지금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하고 싶은가? 오늘 이 글을 읽은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기를 바라면서 아래의 글을 남기고 싶다. 나에게 행복이란, 오늘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순간이다.
“할머니가 만일 히토미 선생님에게서 행복이란 무엇이냐, 라는 문제를 받았다면 어떻게 대답할 거예요?”
어렵고 어려운 문제. 하지만 할머니 안에는 이미 답이 나온 모양입니다. 분명 그동안 진지하게 고민해준 것입니다. 할머니는 내 질문에 새삼 생각해보지 않고, 언젠가의 일을 떠올리듯이 창너머 하늘을 올려다보며 대답해주었습니다.
“행복이란.”
“네.”
‘바로 지금, 나는 행복했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야.”
할머니의 대답은 지금까지 여러 사람에게서 들어온 행복의 답중에서 가장 알기 쉽고 가장 마음에 스르르 스며드는 것이었습니다. (본문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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