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일본 드라마 '교열걸 에쓰코' 원작 소설
- 문화/독서와 기록
- 2017. 11. 8. 07:30
채널J 일본 최고 인기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 원작 소설 '교열걸'을 읽었다
나는 보통 일본어를 좋아하는 사람은 세 가지 타입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타입은 일본 자체에 흥미가 있어서 일본어를 좋아하는 타입이고, 두 번째 타입은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좋아해서 일본어를 좋아하는 타입이고, 세 번째는 일본 드라마를 좋아해서 일본어를 좋아하는 타입이다.
대체로 모두 33% 확률로 나누어져 있지 않을까 싶은데, 나는 두 번째 타입인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좋아해서 일본어를 좋아하게 된 타입이다. 덕분에 지금도 많은 일본 애니메이션과 라이트 노벨, 만화를 비롯해 다양한 일본 서브 컬처를 즐기면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웃음)
하지만 종종 보는 일본 드라마와 영화도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드라마와 영화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와 순회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 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거나 영화로 만들어지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당연히 이 사이에 드라마도 끼어 있어 무척 흥미로운 시장이다.
이번에 읽은 <교열걸>이라는 이름의 장편 소설은 일본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의 원작 소설이다. 워낙 유명한 드라마라고 하는데, 나는 이 드라마를 잘 알지 못했다. 우연히 페이스북을 통해 소설 <교열걸 1권>을 읽을 사람을 모집하는 글을 보고 처음 이 작품을 알았다.
우연의 일치라고 말하기에는 굉장히 수수하지만, ‘음, 읽어볼까?’ 고민하던 때에 집에서 때때로 <고독한 미식가>를 보기 위해서 시청하는 채널J에서 때마침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를 방영하고 있었다. 나는 드라마 딱 한 편만을 보고 완전히 <교열걸> 에피소드에 반해버렸다.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는 무척 재밌었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어 출판과 관련된 일본어도 배울 수 있었고, 대다수 막장 전개를 통해 시청자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한국 드라마와 다른 일상 속 유머와 고충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소설 <교열걸 1권>은 내가 드라마로 본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에쓰코>와 조금 달랐다. 그 이유는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에쓰코는 이미 자신이 입사한 출판사 경범사에서 패션 잡지 ‘라시’의 편집부에 속해 있었지만, 소설 <교열걸 1권>은 이제 경범사에 입사한 에쓰코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패션잡지 ‘라시’를 읽으면서 오로지 라시 출판사에 입사하고자 했는데, 그녀의 이름인 ‘고노(고노 에쓰코)’가 교열부의 ‘교열’과 닮은 데다가 기억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교 열’을 하는 직채그로 경범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작품의 제목에 ‘교열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여기서 먼저 ‘교열’이란 무엇인지 한번 알아보자. 책에 적힌 설명을 빌려보면 다음과 같다.
교열(명사) 하다/타동사. 문서나 원고 등의 내용 가운데 잘못되거나 불충분한 점을 조사하고 검토하여 정정하거나 교정함. ‘전문가의 -을 거치다’, ‘원고를 - 하다.’ (다이지센 일본 국어사전)
즉, 한 마디로 ‘교열’이라는 작업은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서 오탈자를 고치거나 원고 내용에서 불명확 혹은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잡아내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 고노 에쓰코가 놀라운 기억력과 순발력으로 빠르게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심 감탄을 했다.
지금까지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과 전자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오탈자 문제이기 때문이다. 항상 마지막까지 체크를 한다고 해서 체크를 해도, 다음날 다른 시간에 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오탈자가 숨어있었다. 아마 이 글도 어딘가에 내가 모르는 오탈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한글의 오타는 키보드를 잘못친 경우가 많아 그나마 단순한 편인데, 일본어 오타는 동일하게 읽을 수 있는 한자 변환이 잘못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욱 오타를 체크하는 일이 힘에 부치는데, 편집자리에 가고 싶었던 에쓰코가 그 일을 좋아할 리가 없었다. 그래도 에쓰코는 아주 세세하게 교열을 보았다.
에쓰코는 자신의 성격대로 조금이라도 의문이 있는 부분은 물음표를 붙이거나 맞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종종 저자와 갈등을 빚기도 하고, 어느 작가의 소설에서 발견한 기차 시간 오류에서 편집자들이 ‘쉬쉬’ 하고 있던 작가의 불륜을 발견하기도 한다. 참, 책에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일순 섬뜩하기도 했다.
역시 글이라는 것은 의식하거나 의식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는 법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을 쓴 작가 ‘미야기 아야코’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호기심이 들었는데, 작가 설명을 읽어보면 ‘일본에서 여성의 심리를 가장 잘 대변하는 작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고 한다.
확실히 <교열걸>을 읽어보면 여성 주인공의 심리를 상당히 정교하게 묘사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마 여성만 아니라 평소 자기주장을 제대로 상대방에게 강하게 말하지 못하는 독자라면, 에쓰코의 시원시원한 모습에 ‘캬! 사이다!’라며 환호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그랬었다.
대학에서 일한 전문 번역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교열걸>을 읽고 있었는데, 교수님도 이 책을 소재로 한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 작품을 알고 계셨다. 역시 일본어를 공부하거나 조금이라도 관련된 사람이라면 재미있는 일본 드라마를 아는 법인 걸까? (나는 몰랐지만 말이다. :D)
이번에는 <교열걸 1권>밖에 읽지 못했지만, <교열걸 1권>을 읽고 나서 다음 이야기가 읽고 싶어졌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교열걸 2권>과 <교열걸 3권>을 꼭 읽어보고 싶다. 아쉽게도 지금은 당장 읽고 싶은 책을 사서 읽을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없다. 참, 이런 게 때때로 너무 안타깝다.
부디 일본 드라마를 좋아하거나 일본어를 공부하거나 일본에 관심이 있다면, 인기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 드라마를 찾아보거나 드라마의 원작인 <교열걸> 소설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누구나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출판 용어 공부는 덤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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