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엄마와 함께 한 첫 배낭 여행기
- 문화/독서와 기록
- 2017. 10. 24. 07:30
엄마와 배낭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솔직하고 담백한 여행 에세이
여행이라는 단어는 항상 일상에 쫓기는 사람들에게 꿈만 같은 단어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느긋이 흘러가는 시간을 보내는 일은 상상만 해도 즐거운 기분이다. 지금 당장 가방을 메고 어디에 떠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람들 대다수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늘 간접 경험을 찾는다.
방송으로 보는 패키지여행을 떠나는 연예인들의 일정을 통해 ‘와, 저런 환상적인 곳도 있구나. 정말 사람은 살면서 저런 곳에 한 번은 가봐야 해.’라며 들뜨기도 하고, 자유 여행을 떠나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통해서 ‘다음에 저 나라에 가면 저 음식은 꼭 먹고 싶다’라며 셀 수 없이 다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여행이라는 단어는 무척 낯설다. 어떤 사람은 정말 쉽게 여행을 떠나지만, 왜 이렇게 우리는 여행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걸까?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혹은 ‘돈이 없어서’라며 변명하지만,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사실 깊이 살펴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조금씩 모은 돈을 가지고 과감히 ‘이때가 아니면 언제 가보겠어?’라는 과감한 용기가 여행을 선택한 거다. 오늘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지금 적금으로 여행을 떠날 용기가 있는가?
안타깝게도 이 글을 쓰는 나는 그런 용기가 없다. 늘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하거나 여행을 다닌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러워할 뿐, 막상 떠나려고 하면 떠날 수 있어도 좀처럼 발을 떼지 못한다. 어쩌면 나는 평생 이렇게 용기를 내지 못해 여기에 머무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괜히 답답하다.
그런데 오늘 읽은 여행 에세이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는 그래도 한 번 정도 떠날 수 있는 용기를 내서 실천하면 그동안 몰랐던 시간을 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여행 에세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은 저자가 엄마와 함께 난생처음으로 배낭여행을 떠난 이야기다.
저자와 엄마가 함께 떠난 곳은 커다란 부자가 아니더라도 부담을 덜고 떠날 수 있는 동남아시아에 있는 말레이시아와 태국이었다. 책을 통해서 말레이시아와 태국을 여행하면서 저자와 엄마가 겪은 소소한 해프닝을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아주 솔직한 혹은 소박한 두 모녀의 여행기다.
아마 ‘여행 에세이’하면 우리는 사진과 함께 글로 풀어진 여행기를 떠올릴 때가 많다. 나 또한 그동안 읽은 여행 에세이는 항상 사진을 위주로 한 책이었는데, 오늘 읽은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처럼 짧은 만화와 길지 않은 글로 읽는 여행 이야기는 색달랐다. 관광이 아니라 정말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의 저자는 처음부터 엄마와 함께 배낭여행을 떠날 생각이 아니었다. 홀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엄마에게 허락을 받으려고 말한 순간, 엄마가 저자에게 “안 돼”라고 강하게 말하면서 꺼낸 말은 “부러우니까 나도 갈래.”였다. 책에서 이 모습이 만화로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평소 지갑을 열지 않는 엄마가 여행 경비로 200만 원을 선뜻 내놓으면서 저자는 당황했고, 엄마에게 배나 여행이 힘들다는 걸 아무리 말해도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저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초조한 기분 속에서 여행이라는 단어에 즐거워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결국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다.
배낭여행이라는 게 이렇게 쉽게 갈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물론,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고, 현지에서 두 모녀는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지만, 그 모든 것이 돌아보면 두 사람이 서로 몰랐던 부분을 알 수 있도록 해준 시간이었다. 저자는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끝자락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묻는다. 정말로 여행이 아무것도 바꾸지 못 했느냐고. 사실 모녀가 아닌 여행 동지였을 때는 잠시나마 애틋한 관계가 되기도 했었다. 여행을 통해 변한 것 같다는 생각도 잠깐 했다. 그렇지만 싸우고, 금세 돌아서서 후회하는 애증의 모녀 관게로 회귀되더라. 물론 변한 것이 있기는 하다. 서로에 대한 정보가 업데이트 되었다고 할까.
(본문 274)
여행이라는 건 그동안 일상 속에서 알지 못한 또 다른 일면을 발견하는 시간이다. 홀로 하는 여행을 고독 속에서 자신을 마주하며 새로운 사람과 환경을 맞닥뜨리는 일이고, 둘이서 하는 여행을 서로가 몰랐던 부분을 알아가며 한층 더 깊이 서로 이해하는 일이다. 저자와 엄마의 여행이 바로 그랬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종종 어머니로부터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나는 고작 일본만 매해 다녀오고 있지만, 어머니는 여기저기 모임에서 싱가포르와 홍콩, 중국, 일본, 필리핀 등 나보다 훨씬 더 해외여행을 다녔었다. 하지만 가족끼리 가는 여행과 모임에서 가는 여행을 다른 법이다.
학교에서 추진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에 있을 때도 종종 가족 여행으로 온 한국 가족들을 본 적이 있다. 그때 짧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언젠가 나도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일본에 꼭 여행을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딱 그때만 그런 생각을 했고, 막상 함께 여행할 생각을 하면 참 앞이 깜깜하다.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의 저자도 분명히 그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앞이 깜깜한 그 상황을 잘 이겨냈고, 한 번의 도전을 통해 새로운 여행을 꿈꿀 수 있었다. 원래 무엇이든 시작이 어려운 법이라고 말한다. 과연 저자는 다음에 엄마와 함께 유럽 배낭여행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을까?
저자가 유럽 여행을 하고 또 책을 쓴다면 꼭 읽어보고 싶다. 나 또한 언젠가 어머니와 함께 티격태격하더라도 짧게 나라 밖으로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나와 어머니는 늘 방송을 보면서 “꼭 저런 데에 가보자” 하면서도 늘 돈 걱정만 하니, 유럽은 무리라고 해도 일본은 가능하지 않을까? (웃음)
음, 오늘 로또 복권을 어디에 뒀더라…. (주섬주섬)
여행을 왜 좋아하는지 누가 물으면 선뜻 대답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알 수 없는 여행이 좋다고. 내일은 어떤 선택을 할지, 또 그 선택이 내 심장을 얼마나 두근거리게 해줄지, 알 수 없는 여행이 좋다고. 여행의 끝에 다다라서야, 내가 여행을 사랑하는 진짜 이유를 알아버렸다. (본문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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