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의 아이돌 김현정 작가의 내숭 시리즈 탄생 비화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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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입고 맥도날드 배달 오토바이를 탄 한복 여성의 주인공


 지난 수요일 오후에 내가 다니는 대학에서 한국화 김현정 작가의 강의가 있었다. 처음 내가 김현정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이웃 블로거 썬도그 님이 올리신 김현정 작가 개인전 후기 덕분이다. 썬도그님의 포스팅을 통해 본 김현정 작가의 그림은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발상과 해석이 있었다.


 페이스북을 자주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김현정 작가의 그림을 우연히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한복을 입은 한 여성이 라면을 끓여 먹거나 맥도날드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있거나 우체국 택배 박스 위에 배달 음식을 놓고 먹는 그림을 말이다. 나 또한 썬도그 님의 페이스북 공유 덕분에 알게 되었다.


 흥미롭게 김현정 작가가 그린 내숭 시리즈를 보면서 이러한 그림이 만들어진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그 호기심을 채울 기회가 지난 수요일에 있었다. 당연히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나는 다른 전공 수업 결석을 일찌감치 각오한 상태에서 김현정 작가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강연에서 기대했던 것은 독특한 시선으로 한국화를 현대인의 시선으로 해석한 김현정 작가의 시각이었다. 보통 글을 쓰는 데에서도 나만의 시각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 나만의 시각이 분명히 존재해야 내 생각을 담은 나만의 글을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그림이라는 건 더 그렇지 않을까?


 더욱이 그림이라는 것은 글이 적힌 책보다 사람들이 더 접하기 어려운 장르다. 우리가 그림을 배우는 것은 어릴 적에 어머니의 손을 잡고 간 미술 학원, 혹은 초·중학교 시절에 교과서를 통해서 들은 것이 전부였다. 하물며 여러 그림 중에서도 더욱 낯설게 느껴지는 '한국화'라는 장르는 일상과 너무 멀었다.




 하지만 김현정 작가의 그림은 한국화에 기본을 두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쉽게 그림을 볼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김현정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와 함께 복수전공으로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굳이 경영학을 선택한 이유는 '어떻게 화가로 먹고살 수 있을까?'는 고민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영학을 통해서 미술이 생활 속에서 호흡하는 사회를 꿈꾸게 된 그녀는 자신의 그림을 단순히 전시회에 내거는 게 아니라, 강연을 통해 어려운 예술을 쉽게 풀어내서 이야기하고,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그림에 대한 사람이 거부감이 적게 했고, SNS 활동을 통해서 늘 독자와 소통하는 과정을 거쳤다.


 서울에서 열린 김현정 작가의 전시회는 커다란 홍보비 투입 없이 오로지 입소문으로 흥행한 전시회로 알려져 있다. 그녀의 전시회가 개인 전시회 최다 관람객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경영학을 통해서 터득한 '미술이 생활 속에서 호흡하는 사회'를 본 시선을 통해 공감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웠기 때문이다.


 김현정 작가가 그림에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듣는 것도 잠시, 전시회에 소개되었던 내숭 시리즈 그림을 하나씩 소개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화 아이돌 김현정 작가'를 탄생시킨 '내숭 시리즈 탄생 비화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내숭이라는 단어가 가진 사람 속에 감춰진 모습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처음 내숭 시리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한때 심하게 겪은 우울증을 스스로 치료하고자 마음먹은 게 최초의 계기였다고 한다. 김현정 작가가 졸업한 예술 중·고등학교는 특목고였기 때문에 무척 경쟁이 치열했고, 1등을 하더라도 인증받기 어려운 데다가 앞뒤가 다른 모습을 무척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겪은 사람의 감정을 타인을 통해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다 보니 문득 타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린 그림이 마치 자신의 모습처럼 느끼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 겉으로는 당당한 척을 하지만, 사실 속으로는 불안에 떨면서 안과 밖이 다른 모습을 한두 개쯤 갖고 있다.


 김현정 작가는 그림을 통해 표현한 내숭이 곧 타인이 아니라 자신의 모습임을 깨달았고, 그녀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작업장에 쌓여있는 택배박스를 종종 밥상으로 이용했던 경험을 통해 '완벽한 밥상'이라는 이름의 그림을 그렸고, 승마와 클라이밍도 직접 체험해서 그렸다고 한다.


 그림을 그릴 때 모든 걸 직접 해본다는 김현정 작가의 말은 무척 놀라웠다. 확실히 무언가를 표현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 경험해보는 일일 것이다. 글을 쓰면서도 직접 해본 것과 간접 체험을 했을 경우는 표현력에 차이가 생긴다. 왜냐하면, 직접 해보아야만 알 수 있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김현정 작가는 일일이 하나씩 다 체험해보려고 시도한 덕분에 더 많은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김현정 작가가 강의에서 소개해준 여러 그림 중에서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백설 그램'이라는 작품이 무척 와 닿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백설 공주 동화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현대적인 시선으로 해석한 그림은 무척 많은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당신은 이 그림을 통해 어떤 이야기가 떠오르는가?


 굳이 하나의 정답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한 권의 책을 열 명의 독자가 읽으면 열 개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처럼, 그림 또한 열 명의 독자가 열 개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법이다. 그것이 그림을 보거나 책을 읽는 즐거움이 있는 게 아닐까? 김현정 작가의 그림은 그 상상을 무척 쉽게 할 수 있게 해준다.


 김현정 작가의 그림이 가진 흥미로운 이야기는 내숭 시리즈 탄생 비화와 그림에 담긴 해학적인 풍자만이 아니었다. 김현정 작가가 그린 그림은 언뜻 보면 먹과 알 수 없는 도구로 색을 칠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녀의 그림에서 한복 저고리는 한지에 직접 색을 붙여서 그림에 붙인 거라고 설명했다.


 한지에 색을 입히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 직접 한지 장인을 찾아가 배웠다는 말을 들으면서 '역시 되는 사람은 끝없는 노력을 하는 법이구나.'라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림 하나하나에 자신의 해석을 덧붙이기 위해서 다양한 기법을 시도하고, 한국화라는 틀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움이 김현정 작가의 그림이었다.



 김현정 작가는 강의를 마치면서 Q&A 시간에 받은 "앞으로 방향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라는 질문에 "미술 세계에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 사람들이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예술가가 뒷걸음질 치고 있었던 거다. 더욱 대중과 호흡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할 것이다."라고 자신의 포부를 담아 답했다.


 어릴 적 교과서에서만 한국화를 일반 시민의 곁으로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김현정 작가가 작은 가슴에 품은 이 비전 덕분이 아니었을까?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FORBES'라는 세계적인 잡지를 통해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 중 한 명으로 선택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공 2시간 결석을 감당하고도 들을 가치가 있는 좋은 이야기였다. 오늘 이렇게 글을 쓰는 나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날이 있을까? (웃음)


 늘 글을 쓰면서 많은 의견을 공유하며 대중과 공감하고자 노력하지만, 어디부터 어디까지 개인적인 해석만 들어가는지 알 수 없는 글이 많다. 김현정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개인적인 해석이 대중의 공감을 받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었고, 앞으로 더 내 일을 열심히 하고 싶어졌다.


 언젠가 김현정 작가의 전시회를 내가 사는 김해 문화의 전당 전시관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강의 시간에 지방에서 전시회를 가질 계획은 없는지 물어보았는데, 아직 생각하고 있는 곳은 없다는 답을 들었다. 그렇다면, 역시 김해에서 열면 좋겠지만… 음, 수요가 기대치를 채울 수 있을까? (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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