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견만리, 문재인 대통령도 추천한 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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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사회를 맞이할 통찰력을 위한 책, <명견만리>


 이제 TV가 바보상자로 불리는 일은 오래전의 일이 되었다. 요즘은 TV를 통해서 유튜브를 보면서 어릴 때부터 영어 공부를 하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건강 증진에도 도움을 얻는다. 특히 나는 방송에서 유익한 프로그램을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그 TV를 보면서 나는 우연히 KBS <명견만리>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처음 내가 <명견만리>를 보았을 때 초청 게스트는 한 중학생이었다. 중학생의 시선에서 우리 교육에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는 그 모습을 보고 무척 놀랐던 게 지금도 선명히 떠오른다. 그 학생의 이름은 김석규다.


 그 장면을 보고 나서 나는 금요일에 머릿속에 떠오를 때마다 <명견만리>를 챙겨보았다. <명견만리> 프로그램은 단순히 지식 교양 프로그램이 아니라 오늘 우리 사회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함께 고민해야 할 점을 보여주었다. 직접 방송을 보고 싶어 방청 신청을 하기도 했다.


 비록 방청에 당첨이 된 적도 있었지만, 역시 서울까지 가는 비용이 감당할 수 없어 방청을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다행히 KBS 프로그램 <명견만리>는 그 내용을 엮어 책으로 만들었다. 나는 지나간 모든 이야기를 만날 수 없고, 현장에서 직접 강의를 듣지 못해도 책으로 만날 수 있는 것으로 족했다.


 지난달에 있었던 <명견만리> 페이스북 공유 이벤트를 통해서 나는 <명견만리> 정치, 생애, 직업, 탐구 편을 받아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공감하기 위해 일독을 권합니다."라고 추천한 <명견만리>를 책으로 만날 수 있어 정말 기뻤다.



 <명견만리> 정치, 생애, 직업 탐구 편은 제일 먼저 정치 이야기로 시작한다. 정치 편에서 제일 먼저 '당신은 합의의 기술을 가졌는가'라는 파트에서 읽은 독일과 스위스의 화합 이야기는 좀처럼 화합을 보지 못하는 우리 정치를 돌아보게 했다. 지금도 우리 정치는 자유로운 당이 화합을 망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도 태연히 넘기는 동시에 비정상을 정상으로 잡는 과정을 가리켜 '비정상'이라고 소리치고 있다. 물론, 이것 또한 나의 시선으로 본 해석이라 반드시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자유로운 한국당은 '화합을 목적으로 하는 다툼'이 아니라 '다툼을 목적으로 하는 다툼'이다.


 항상 자기만 옳다고 싸운다면 절대 답을 찾을 수 없다. 스위시는 2027년 국민투표로 최종처분장 부지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무려 12년 동안의 합의 과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런 일이 한국에서 가능할까? 나는 책을 읽으면서 이 놀라운 사실에 몇 번이나 눈을 깜빡이면서 읽어야 했다.


 현재 우리나라 강서구에서는 핵연료 최종처분장이 아니라 특수 학교 건립을 두고도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지 못한 채 다투고 있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공정한 제도를 거친 선정'에는 관심이 없고, 항상 땅을 가진 사람들이 '내게 이익이 되느냐'라는 문제만 들먹여 해결이 쉽지 않다.


 엄연히 교육부 소유한 교육 목적 이외 건물을 세울 수 없는 토지에 특수 학교를 건립하는 타당한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강서구 주민들은 특수 학교가 세워진다면 땅값이 내려간다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의원은 갈등의 불씨만 더 키우는 행위를 하며 썩소를 짓고 있다.



 화합을 위한 갈등이 아니라 갈등을 조장해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정치인이 있는 이상, 우리 한국에서 '합의의 기술'을 갖춘 정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물론, 한국 정치인만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연속성을 갖지 못하는 정체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더욱이 한국은 정치인의 특권이 지나치게 많다.


 <명견만리>를 통해 읽은 스페인 총선에서 일어난 대이변은 대단히 놀라웠다. 2015년 12월 스페인 총선에서 40년 묵은 양당 구도를 깨고, 창당 1년밖에 안 된 신생 정당이 69석을 차지하며 제3당으로 떠오른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국민의 당이 비슷했지만, 그 속을 살펴보면 국민의 당과 전혀 다르다.


 국민의 당은 기존 정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만든 정당으로, 지금은 또 하나의 기득권 정당으로 전락해 흐지부지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스페인의 새로운 정당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시민이 주도하는 새로운 정당으로 탄생했다. 그 취지가 하나부터 열까지 달랐다.


 이것은 스페인만의 일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시민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당이 만들어지고 있다. <명견만리>의 정치 파트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앞으로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앞으로 우리 젊은 시민이 할 수 있는 무엇인지 고민해볼 수 있었다. 책을 읽는다는 건 이런 일이 아닐까?


 나는 이번 2학기 대학 수강 신청에서는 교양 과목을 하나도 수강하지 못했다. 전공과목 위주로 시간을 맞추다 보니 들을 수 있는 과목이 한정적인 데다가, 흥미를 느끼고 있는 정치와 사회, 법 교양 과목은 시간이 맞지 않았다. 비록 대학에서 교양 과목을 듣지 못해도 이렇게 책으로 교양을 쌓을 수 있다!



 정치 파트를 읽은 이후 생애 파트에서 우리 사회, 아니, 전 세계가 마주한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해 준비하는 새로운 대책을 읽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장년층과 젊은 층이 대립하고 있지만, 제3섹터에서 길을 찾는 일본 단카이 세대를 비롯한 이야기를 무척 인상 깊게 읽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책을 참고해주기를 바란다. 생애 파트 이후에는 직업 파트의 이야기는 자영업 이야기로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치킨 게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은퇴 후 프랜차이즈 창업을 했다가 오히려 퇴직금을 까먹은 이후에 빚만 생기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과연 자영업자로 살 수 있을까?


 세 번째 파트에서는 '자영업자이지만 벌링턴이나 비쉬 로드의 자영업자들과 대한민국의 자영업자들은 왜 이리도 처지다 다를까? 여유롭고 당당한 그들과 달리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마치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 신세와 같아 보인다.'고 말하며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우리의 자영업을 세세히 살펴보고 있다.


 왜 한국에서는 유독 힘들다고 하는 자영업 시장에 많은 사람이 뛰어드는 걸까?


 그들은 모두 부자가 되고 싶어서 자영업을 하는 게 아니라 대안이 없어서 자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딪힌 경우가 많았다. 은퇴하면 재취업이 어려우니 모아놓은 종잣돈으로 창업을 하고, 취업이 어려우니 자영업으로 발을 옮기는 거다. 하지만 당연히 자영업으로 안정적인 삶을 사는 건 드문 일이다.


 한국의 자영업자가 빚을 지고 결국 폐업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원인은 임대료다. 임대료는 자영업 몰락의 첫 번째 이유라고 말할 수 있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 화제가 된 '건물주 위의 조물주'라는 말은 딱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연예인도 성공하면 일단 땅부터 산다고 하지 않는가?


 <명견만리>에서 읽은 스타벅스 이야기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스타벅스 커피값은 전 세계에서 아주 비싼 축에 속한다. 2016년 소비자시민모임의 발표에 따르면, 조사대상 12개국 중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커피값으로 한국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매년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스타벅스 코리아의 영업 이익율은 신통치 않다. 스타벅스가 지불하는 임대료가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타벅스 매장들이 폐점하는 데 임대료 인상이 원인인 경우가 가장 많다.

홍대 스타벅스는 세계에서 땅값이 가장 비싸다고 알려진 뉴욕 맨해튼 중심가의 스타벅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임대료가 비싸다. 스타벅스뿐 아니라 그 일대의 상권 임대료도 뉴욕과 큰 차이가 없다. 두 상권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소비 수준이다. 소비 수준은 뉴욕에 비해 낮은데 임대료만 하늘을 찌를 듯 높다.

상권이 형성되고 사람이 몰리기 시작하면 임대료는 하루가 다르세 치솟는다. 실제로 하루 사이에 두 배로 오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체 한국의 임대료는 왜 이렇게 높을까? 가장 큰 이유는 임대료 인상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본문 172)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전에 대학 강의에서 한 교수님이 "한국 부자들은 자수성가한 사람보다 땅 부자가 많습니다. 그런데 땅 부자들이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돈이 생기면 땅부터 삽니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정말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았다.



 한국은 임대료 인상에 대한 규제가 강하지 않으니 땅을 가진 사람들은 천정부지로 계속 임대료를 올린다. 가끔 불경기 속에서 임대료를 올리지 않아 '착한 건물주'가 화제가 될 정도로 한국의 임대료 상승은 늘 있는 일이다. 그러니 연예인도 돈을 벌어 부모님께 집과 땅을 사줬다는 이야기가 뉴스로 나온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책을 읽어보면 바로 아래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임대료를 높일 때 반드시 사회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상한액도 제한이 있다. 뉴욕에서는 임대료 가이드 라인 위원회에서 임대료 상승률을 결정하고, 독일은 3년 내에 임대료를 30퍼센트 초과하여 인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스페인에서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보다 임대료 인상률을 더 높게 책정하는 일이 아예 금지되어 있고, 영국은 임대차 기간을 최대 14년으로 인정하고 있다. 일본에는 임차인의 갱신청구권이 있고 이를 거절할 시 임대인이 퇴거료를 보상해주어야 한다. 이처럼 임대료 인상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없는 한국과 달리 임대료에 대한 명확하고 엄격한 규제가 존재한다. (본문 172)


 사실, 임대료 상한 정책은 한국에서 앞으로 10년, 아니, 20년이지나도 추진되기 어려운 정책이다. 한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부동산 임대료 장사를 하고 있고,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과 정치인 또한 부동산을 가지고 부를 늘리고 있다. 그러니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교회에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인데, 부동산 임대료 상한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면 자유로운 한국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게거품을 물며 나오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강서구에서도 땅값이 내려간다며 특수 학교 건립을 반대하고 있지 않은가? 꿈 같은 이야기다.



 직업 파트에서 읽은 자영업 현실에 깊은 한숨을 내쉰 것도 잠시, 다음으로 이어진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커다란 벽이 놓인 것 같았다. 일자리 이야기는 그래도 밝은 분위기의 화제로 들어갔다. '정답사회의 한계, 덕후들이 바꾼다'는 소제목의 글에서 읽은 첫 에피소드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좋아하는 것으로 밥벌이를 하는 덕후들의 첫 사례로 소개된 종이비행기 덕후 이정욱 씨의 이야기는 얼핏 들은 적이 있지만, 제대로 그 이야기를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명견만리> 팀은 이정욱 씨의 이야기를 시작점으로 하여 직업에서 좋아하는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저는 종이비행기를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져요. 이 행복을 놓치기 싫었기 때문에, 좋아하는 걸 하면서 밥 먹고 살겠다는 생각으로 버텄어요. 15년 이상을 노력해 이제야 저에게 기회가 온 거예요"

흔히 진로 선택을 앞두고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할지 자문한다. 대개는 '하고 싶은 '일을 내려놓는다. 이정욱 씨처럼 결과가 좋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경쟁력이 있는지도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실패를 걱정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해진 길로 걸어간다. 그런데 이정욱 씨처럼 자신의 꿈을 좇아 사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적지 않다. (본문 198)


 이 부분에서는 덕후로 살아가며 좋아하는 일을 좇는 내 모습을 비추어 보면서 읽었다. <명견만리> 팀이 보여주는 '고등학생도 공무원을 꿈꾸는 나라'라는 제목으로 적힌 우리의 현실과 직장에 취직하더라도 곧장 퇴직을 꿈꾸는 현실은 무척 무거웠다. 그럼에도 새로운 미래에 대한 힌트는 분명히 있었다.



 창업을 두려워하지 않는 중국 청년들의 이야기와 국가 브랜드가 된 일본의 오타쿠 이야기는 무척 매력적이었다. 오래전부터 스스로를 가리켜 '오타쿠'라고 말한 나는 마냥 희망적으로 받아들었는지 모르지만, <명견만리>에서 읽은 이 이야기는 지금 우리 사회에 도래하는 새로운 모습임은 분명했다.


이 세상에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에게 맞는 각자의 답만이 있을 뿐이다. 이제 좋아하는 일을 해보겟다고 마음먹은 청년에게 '그게 밥 먹여주냐?'는 못된 한마디를 던져 고개를 떨구게 하지 말자.

천 명의 청년이 있다면 그들이 천 가지 방법으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어야 한다. 그 길을 가는 데 가장 필요한 무기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고 시도해볼 기회다. 몇 개 되지 않는 의자를 두고 의자 뺏기를 시킬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 의자를 만들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본문 222)


 이번 <명견만리> 책을 읽는 데에 제법 긴 시간이 걸렸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우리 정치와 사회가 해야 할 일 그리고 지금 당장 내 일을 고민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공감하기 위해 일독을 권합니다."라고 말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곧 있으면 추석이다. 뒤늦은 나를 찾아가는 사람과 조금 더 뜻 있는 추석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책 <명견만리>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글에서 내가 언급한 부분은 책의 아주 사소한 부분에 불과하다. 더 많은 이야기를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만큼 나 또한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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