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학교 2017이 보여준 오늘날 학교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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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학에 가는 것과 꿈을 꾸는 것도 경제력이 지배하는 현실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하게 교육의 힘으로 인재를 키워서 놀라운 발전을 한 나라로 손꼽힌다. 한국의 교육열은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도 칭찬할 정도였다. 한국 교육을 겪었던, 아니, 지금도 대학에서 그 교육을 겪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한국의 학업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학업 열기가 높다고 해서 모든 학생이 즐겁게 열심히 공부하는 건 아니다. 대체로 많은 학생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부차적인 수단으로 공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제 공부는 단순히 성적을 가지고 대학을 가는 것만 아니라 인생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다.


 한국에서 높은 성적은 좋은 대학과 좋은 기업으로 가는 밑천이 되었고, 그 길을 먼저 걸었던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더 편하게 길을 걸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그동안 축적한 경제적 부를 이용해 고액 학원과 과외를 받게 하고, 남들은 쉽게 꿈꾸지 못하는 해외 유학을 손쉽게 보낸다.


 더욱이 그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철저하게 차별 의식을 가르치고 있다. 경비원 아저씨를 보면서 "공부 못하면 저렇게 살게 돼."라는 말은 옛날 일에 불과하다. 이제 조금 있는 집 부모들은 자식이 보는 앞에서 경비원 아저씨를 향해 막말을 하거나 에어컨을 떼며 을의 비참함을 보여준다.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은 경비원 아저씨를 불쌍히 여기는 게 아니라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함께 '나는 가진 자라 저런 사람을 함부로 해도 된다.'는 잘못된 가치관을 갖게 된다. 이 잘못된 가치관은 지금 우리나라 교육과 각종 사회 문제를 통해 버젓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학교 2017>은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과거 <학교 2016>은 학교 폭력과 가정 폭력 사건을 다루면서 우정을 지키는 청소년과 잘못된 환경 속에서 어긋난 학생을 보살펴주는 교사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번은 조금 더 독하다.


 사립 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돈으로 무장한 학부모와 그런 학부모 밑에서 차별을 당연시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너무나 놀랍다. 부모의 직업이 곧 학생 개인의 계급이 되어버리는 학교에서 마치 드라마<상속자들>에서 설정으로 등장한 제국고를 보는 듯했다. 여기서도 거짓말은 흔하게 등장했다.


 어떤 학생은 아버지가 택시기사를 하고 있을 뿐인데, 아버지가 택시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어떤 학생은 피나는 노력을 해서 전교 1등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어떤 학생은 부모의 힘을 이용해 생활기록부에 올릴 경시대회의 답을 손에 쥐고 있었다. 참, 드라마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실제로 우리 학교생활에서 이런 일은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학교 생활기록부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 돈으로 컨설팅 의뢰를 하는 학생의 수가 적지 않다. 이미 자기소개서와 논술 과목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대필하거나 모범 답안을 외워 달달 외워서 시험에 응하는 일은 흔해 빠진 일이다.


 어머니는 드라마 <학교 2017>을 보면서 무척 불편해하셨다. 아무래도 아직 기성세대는 이러한 오늘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과거를 살았던 기성세대는 '노력하면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시대'를 살았지만, 오늘 우리가 사는 시대는 노력해봤자 강가의 물고기 밥이 되는 시대이니까.



 얼마 전에 김훈 작가가 "젊은이들에게 꿈을 가져라, 희망을 가져라, 이런 헛소리 그만했으면 좋겠다."라고 인터뷰한 기사의 제목을 우연히 읽었다. 아직도 많은 어른이 청년을 향해 꿈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지금 우리 청년은 꿈을 가지는 것 자체가 어쩌면 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에서도 어떤 학생이 "나는 우리 엄마가 '흙수저'라는 단어를 몰랐으면 좋겠어. 그 단어를 알면 지금 엄마가 내 인생이 전부 엄마 탓이라고 생각해 괴로워할 것 같아."라는 말을 했다. 흙수저와 금수저 이야기는 이제 지겨운 이야기이지만, 그만큼 우리는 저항 없이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는 많이 벌어서 잘 사는 게 목표가 아니다. 적당히 벌어서 잘 사는 것. 즉, 내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을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적인 가치로 여기고 있다. 지금 여기서 글을 쓰는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재벌이 되거나 부자가 되어 돈을 흥청망청 쓰는 게 아니라 내 삶을 또렷이 살고 싶을 뿐이다.


 어쩌면 이런 일조차 헛된 희망일지도 모른다.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는 건 무척 잘 알고 있고, 책을 쓰는 일은 손이 닿지 않는 절벽 위의 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일은 현실에서 있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나는 지금의 내가 위치한 자리와 현실을 알고 있다.


 김훈 작가는 젊은 세대의 현실을 토크 콘서트에서 아래와 같이 일침을 가했다고 한다.


 "아주 특별히 재능있는 젊은이가 성공한 사례를 이야기하면서 대서특필하고, 따라가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건 그 젊은이가 재능이 있고 운이 좋아서 가능했던 일이다.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각주:1]


 우리 사회에서 꿈을 이야기하는 일은 무척이나 불편한 일이다. 그것이 절대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노력해서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면, 과연 우리는 그토록 성공에 목이 마를까? 그렇지 않기에 우리는 노력으로 보충할 수 없는 현실을 개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내 삶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을 찾아 조금씩 해나가고 있다. 드라마 <학교 2017>의 주인공들도 혹독한 현실 속에서 자신을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을 더욱 응원하게 된다.


 오늘 우리 학교는, 오늘 우리 사회는 가진 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다. 누구라도 이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세상의 그런 흐름에 저항하여 나 자신의 삶에 온전한 주인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오늘 글은 나를 포함해 그런 사람을 응원하며 글을 마치고 싶다. 홧팅!


  1. 뉴스 페이퍼 http://www.news-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49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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