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까지 시험을 치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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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기말고사, 모의고사, 수능시험, 토익, 토플, 졸업시험, 입사시험, 공무원 시험… 우리의 인생은 시험의 연속이다.


 대학 기말고사를 치르면서 문득 '우리는 언제까지 시험을 치러야 할까?'는 의문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우리 삶에서 시험이 없었던 때는 없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우리는 시험을 준비했고, 초등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시험을 치르면서 시험과 함께 살아왔다.


 초등학교에 치르는 시험은 중간고사, 기말고사만 아니라 수업 시간에 틈틈이 치르는 쪽지 시험을 비롯해 각종 경시대회에서 치르는 시험이 있었다. 그리고 중학교로 올라오면 영어 듣기 평가 시험이 추가되고, 고등학생이 되면 모의고사를 치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수능을 준비했다.


 사람들 대부분이 고등학교 3년을 오로지 수능시험을 보기 위해서 보내고, 재수를 하거나 삼수를 하는 사람은 수능시험을 위해서 더 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요즘에는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대학에 가는 대신, 바로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9급 혹은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례도 제법 늘었다.


 그렇게 시험을 치르고 대학 입학을 하거나 9급 공무원이 되더라도 우리는 또 시험을 공부한다. 대학은 당연히 학교이기 때문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비슷한 간격으로 돌아오고, 대학원을 노리는 사람은 또 한 번 거대한 벽처럼 느껴지는 공부를 하며 대학원 입학시험을 준비한다.


 공무원도 다르지 않다. 9급이나 7급에서 멈추지 않고, 위로 가기 위해서는 진급 시험을 보아야 할 때가 있다. 내가 공익근무를 했던 법원에서는 진급을 위해서 공부를 하는 계장님을 매번 볼 수 있었는데, 우리 삶에서 시험은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 같다.



 시험의 범위를 좁게 생각하면 항상 공부를 해서 어떤 결과를 얻어야 하는 시험이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수능시험이 가장 대표적인 시험이고, 대학에서 취업을 위해서 쌓아야 하는 스펙을 위해서 치르는 토익과 토플, JLPT, HSK 등 다양한 외국어 시험이 있다. 적어도 한 가지는 모두 겪어보았을 것이다.


 시험과 성적으로 연결되는 시험 외에는 또 어떤 시험이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운전면허 시험이다. 우리가 성인이 되어 개인 자동차를 몰기 위해서는 운전면허가 필요하고,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서는 필기시험과 함께 실기 시험을 치러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시험이 운전면허 시험이라고 하지만, 뜻밖에 운전면허 시험도 재수 삼수생이 제법 있다.


 예전에는 어떤 할머니가 959번이나 운전면허 시험에 떨어진 적이 있어 토픽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쉬운 시험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막상 운전면허를 따더라도 자동차가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장롱면허가 되어 불필요한 투자일 뿐이다. 차를 운전할 생각도 없는데 난 왜 딴 걸까?


 이렇게 자격증과 관련된 시험을 셀 수도 없이 많다. 우리 교육 시장에서는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학원과 온라인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학에서도 자격증의 개수에 따라 장학금을 주기도 하고, 취업할 때도 특정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유리하기 때문에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밖에는 지금 우리가 정치에서 보고 있는 시험이 있다. 정치인이 장관이 되기 위해서 치르는 청문회도 일종의 시험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철저하게 개인의 과거와 자질을 평가하는 청문회는 정치 입문을 위한 중요한 시험이다. 과연 지금 후보 중 몇 명이 탈락할까?


 정치만 아니라 우리 일상에 들어오더라도 시험이 제법 많다. 누군가와 연인이 되기 위해서도 우리는 일종의 시험을 치른다. 고백하기 위해서 상대의 호감을 얻기 위해서 다양한 공부를 하고, 끝내 '고백'이라는 시험을 치른다. '승낙과 거절'이라는 두 결과 중 하나를 통해 우리는 솔로나 커플이 된다.


 고백해서 연인이 되더라도 시험은 끝나지 않는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시간은 행복할 수도 있지만, 늘 권태기가 찾아오는 법이다. 그 권태기를 어떻게 소화하는가에 따라 오래가는 연인이 되거나 이별을 겪는 연인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의 삶 자체가 시험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연인이 되는 것도, 부모가 되는 것도 우리는 모종의 시험을 치르기 마련이다. 이러한 시험은 눈에 드러나거나 분명한 지표가 있는 시험은 아니지만, 우리 인생은 항상 새로운 걸 공부하고 알아가는 시험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살면서 평생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이 있듯, 시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여러 시험을 거치며 좋은 결과를 얻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과정을 무엇을 배웠는지 잊지 않는 거다. 우리가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은 대체로 정해진 정답이 있는 시험이지만, 우리가 인생에서 치르는 시험은 정해진 정답이 없는 시험이니까. 자유로운 생각과 발상이 정답이다.


 단, 우리가 한 선택에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있다면 말이다. 어느 답을 선택하더라도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는 선택은 오답이 될 수밖에 없다. 누군가와 연인이 되는 것도, 친구가 되는 것도, 좋은 부모가 되는 것도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 오늘 당신은 그것을 지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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