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바쁘게 살아도 휴식은 필요합니다
- 일상/사는 이야기
- 2017. 5. 29. 07:30
잠시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 잠시 도넛을 먹을 수 있는 시간
정식 프로 작가도 아닌 주제에 글을 쓰면서 살다 보면 종종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원하는 대로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머릿속에서는 완벽에 가까운 플롯이 떠올랐는데 현실은 쓴 글을 모조리 지우고 싶을 때. 나는 그때마다 재능의 부족을 탓하기도 하고, 도대체 왜 이러나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고민하는 장면마다 담배나 술을 하는 장면을 많이 보았다. 그 탓에 담배와 술 둘 중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그때는 담배 하나 입에 물고 맥주캔을 마시고 싶어질 때가 있다. 물론, 나는 행동으로 옮긴 적이 한 번도 없다. 현실 속의 나는 초콜릿을 입에 넣으며 뒷산을 우두커니 쳐다본다.
뒷산을 바라보며 들려오는 새소리, 파란 하늘을 수놓은 새하얀 구름을 보면 잠시 재충전이 된다. 시끄러운 소리가 아니라 자연의 소리가 지금 내가 숨 쉬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돈, 학교, 졸업, 유학 등 자질구레한 문제는 잠시 잊어버릴 수 있는 시간이다. 우리 모두 이 작은 휴식이 너무나 필요하다.
▲ 잠시 멈춰서 하늘을 보는 여유
▲ 잠시 도너츠를 먹는 여유
최근에는 일주일에 한 번 D 프랜차이즈의 도넛을 사 먹고 있다. 어머니가 도넛을 워낙 좋아하셔서 이마트에 갈 때마다 길에 있는 가게에서 도너츠를 산 게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다. 동래에서 김해로 오는 해운대 버스를 타고 내리면, 뭔가 달콤한 것을 먹고 싶을 때마다 도넛을 사와서 먹는다.
역시 내가 사는 도넛은 모두 초콜릿이다. 초콜릿의 달콤함이 현실에서 느끼지 못하는 달콤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내가 초콜릿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찾아 되짚어보면 역시 여기에도 애니메이션이 있다. 초콜릿을 먹으며 당분 보충을 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따라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사람이 무엇을 보고 듣고 읽는지 중요한지 새삼스레 느꼈다. 만약 내가 건강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거나 비뚠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는 분명히 담배와 술에도 손을 뻗었을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게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술과 담배까지 했다면 최악이었을 테니까.
그렇다고 술과 담배를 하는 사람을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술과 담배를 하는 사람 또한 그것이 아무리 바쁘게 살더라도 온전히 자신을 위한 휴식일 테니까. 흔히 가장 좋은 휴식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람이 어려워진 오늘 같은 날의 휴식은 혼자 보내는 시간이다.
친구가 없다고, 연인이 없다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가족이 없다고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온전한 내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을 의식하게 되어 자신의 개성과 성격을 전부 드러내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맞추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튼은 '자신의 중심을 되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튼은 '고독' 속에서 창조의 풍요로운 시공을 보고 있었다.
예술가들이 정신적으로 강한 것은 고독의 힘을 스스로 만들기 때문이다. 즉, 인간의 강인함은 단독자가 될 수 있으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누구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이 세상에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절망감에 빠진다. 그럴 때 직면한 상황의 의미를 찾고, 자신만큼은 항상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는 훈련이 되어 있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고독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어떠한 시련에도 쉽게 꺾이지 않는다. (p48)
혼자 있을 때 우리는 온전한 내가 될 수 있다.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온전히 혼자일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은 일부러 혼자가 되는 시간을 없애기도 하지만, 혼자가 아니면 취할 수 없는 휴식도 있는 법이다. 휴식 없는 바쁜 삶은 행복이 아니라 괴로움이 된다.
오늘 삶에 너무나 지쳐 있다면, 잠시 사람들의 소리에서 벗어나 하늘을 우두커니 쳐다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