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프루프, 안전 시스템은 어떻게 똑똑한 바보를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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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위험에 대비하며 안심하지만, 안전은 또 다른 위험이 된다.


 4월을 맞아 바다에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는 겨우 육지로 인양이 되었다. 지난 시간 많은 사람이 그토록 갈구했던 세월호는 아이러니하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장과 함께 뭍으로 올라오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 사건은 우리나라의 안전불감증을 대표하는 사건이었다.


 세월호 사건은 회사 측에서 지나치게 화물을 실었던 것과 노후화한 배의 오래된 사용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노후화한 여객선 사용기한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여러 번 나왔었다. 하지만 기업의 스폰을 받는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오히려 규제를 풀기 바빴다.


 잘못된 정책으로 세월호 사건을 너무나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위험에 대한 준비 대책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생각 없이 규제 완화를 주장했던 정부는 메르스를 비롯해 조류독감(AI) 등의 대처가 늦어졌다. 안전불감증은 2016년 한국의 키워드였다.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서 많은 부속 부서와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왜 우리는 이렇게 위험을 대비하지 못하며 항상 위험에 노출되는 걸까?


 오늘 소개할 책 <풀 프루프>는 안전 시스템은 어떻게 똑똑한 바보를 만들었는지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은 자연재해를 막듯 경제를 관리하는 정책을 아무리 세워도 위기를 맞이하는 경제 시장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차례차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에게 경고한다.




 우리는 항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 여러 대책을 준비한다. 저자는 확실한 것과 거의 확실한 것 사이의 선택은 개연성이 낮은 일과 개연성이 좀 더 이는 일 사이의 선택과 절대 같지 않다고 힘주어 말한다. 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어려운 이 말은 저자가 언급한 기업과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합의와 정책에서 엿볼 수 있다.


 책에서 저자는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왜 불확실성을 이토록 싫어하는 것일까? 경제학자들이 이 질문에 내놓은 대답이 효용체감이론(theory of diminishing utility)이다. 1달러의 소득을 얻을 때 느끼는 즐거움은 이전 1달러를 벌때보다 매번 더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근사하게 표현한 것이 효용체감이론이다. 중산층에서 부유층으로 가는 것은 좋지만 중산층에서 극빈층으로 가는 것은 끔찍하다. 우리 대부분이 두 번째의 위험을 감수하느니 첫 번쨰의 가능성을 포기한다. 가족의 행복이 달려 있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미지의 것에 따르는 감정 비용, 즉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 (본문 96)


 저자가 사례로 든 중산층에서 부유층으로 가는 것과 중산층에서 극빈층으로 가는 것. 만약 우리가 이 선택에 기로에 놓이게 된다면, 쉽사리 부유층으로 가는 것을 선택하지 못할 것이다. 부유층이 되는 일은 대단히 매력적이지만, 잘못하면 극빈층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우리가 현상유지를 택하게 한다.


 안전한 오늘을 위해서 우리는 위험을 대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이 선택이 우리의 위험이 될지도 모른다. 저축을 늘려가며 극빈층이 되지 않도록 대비하지만, 오히려 그 저축이 경제를 둔화시키며 또 다른 위험을 가져오기도 한다. 경제 흐름 속 예측 불가능한 상황은 가장 좋은 사례가 된다.


 또 다른 하나의 사례는 이렇다


헬멧은 치아가 부러지거나 코뼈가 내려앉거나 턱이 골절되는 등의 부상을 줄였다. 하지만 코치들은 헬멧을 보호장비로만 보지 않았다. 헬멧은 무기의 역할을 할 수도 있었다. 그들은 선수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헬멧을 상대 선수를 '찍는' 데 사용하라고 가르쳤다. 헬멧의 보호 기능 덕분에 가능해진 기술이었다. "선수들에게 찍고 들이받으라고 가르칩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 따르면 오하이오주립대의 전설적인 코치인 우디 헤이스는 1962년 기자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선수들이 헬맷을 상대의 턱 바로 밑에 찍어 넣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그림이죠." (본문 126)


 헬멧은 우리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도구다. 하지만 헬멧도 활용법에 따라 무기가 된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 사례 이외에도 오토바이 헬멧과 안전 슈트를 입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해 위험 운전을 하기도 한다. 사고를 당해도 부담이 덜 할 거라는 생각이 오히려 스스로 위험에 노출하는 것이다.


 예전에 고급 차를 타는 사람이 차가 안전하다고 생각해 일반 차 운전자보다 더 위험한 운전을 한다는 통계를 읽은 적이 있다. 안전하다는 심리적 안정감은 위험을 부르는 함정이 되는 것이다. 안전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이 더 큰 위험요소를 인지하지 못하게 해 결국은 커다란 재해로 이어진다.


 지금 당장 우리 한반도가 처한 상태만 보아도 그렇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의 안정을 위해서 전함을 배치하거나 핵무기까지 검토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전 대통령의 정부는 안전을 이유로 사드를 국민 동의 없이 배치했는데, 이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 낀 한반도를 더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일은 우리 정치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난다. 오늘 소개한 책 <풀 프루프(Fool proof)>는 이렇게 안전은 위험이 되고 위험은 안전이 되는 사례를 분석해 정리하고 있다. 다소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은 아니지만, 정치와 사회 경제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자세한 건 책을 참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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