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더쉘, 역대급 만화의 영화화
- 문화/문화와 방송
- 2017. 4. 5. 07:30
역대급 만화의 영화 작품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더쉘>, 근미래 과학과 인간의 정체성을 다루다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만화책, 라이트 노벨, 애니메이션 중 일부는 종종 세계적인 인기를 얻어 영화로 만들어질 때가 있다. 이런 모습을 보는 원작의 팬으로서는 '제발 제작을 애니메이션화에서 멈추고, 실사화는 하지 말아줘!' 같은 바람을 품게 되지만, 아쉽게도 실사화는 멈추지 않고 늘 나오고 있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과거 커다란 인기를 얻었던 만화 <공각기동대>의 영화판인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이라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헐리우드에서 제작했고, 주연 여배우 또한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상당히 유명한 인물이었다. 특히 스칼렛 요한슨은 개봉에 앞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나는 만화 <공각기동대>를 본 적도 없었고,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이름도 처음 들었기 때문에 영화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우연히 기사를 통해서 스칼렛 요한슨이 인터뷰를 통해서 "만약 영화 같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청와대에 들어가고 싶다."는 발언을 한 것을 보고 흥미가 생겼다.
참 변변찮은 흥미이지만, 덕분에 나는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을 보게 되었다. <데스노트>의 새로운 영화도 보면서 덤으로 보기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원작을 모르는 상태라 군데군데에서 흘러나오는 '원작과 비교하면 조금 아쉽다.'는 평가도 없을 것 같아 극장을 찾아서 보았다.
<공각기동대> 영화의 전개와 설정은 굉장히 심플했다. 지금도 세계에서는 인간의 장기나 신체 일부를 인공 제품으로 바꾸는 연구를 하고 있다. 영화 <공각기동대 라스트 인 더 쉘>의 배경은 이미 그 연구가 상당히 진전되어 거짓 모든 사람이 인공 장기 혹은 인공 신체 일부를 가진 상태였다.
주인공 메이저(스칼렛 요한슨 역)는 그들과 조금 달리 몸 전체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었다. 그녀의 뇌를 제외하고는 모든 게 인공적인 결과물이었는데, 그녀의 존재는 앞으로 인류가 나아가고자 하는 최종 단계에 해당했다. 뇌를 이식하는 것으로 수명을 이어갈 수 있다면, 거의 불로장생에 가까우니까.
하지만 주인공 메이저가 그런 신체를 가지게 된 사연은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있었다. 영화 <공각기동대 라스트 인 더 쉘>은 그 비밀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그 비밀을 추적하는 동안 '인간을 정의하는 정체성은 무엇인가?'는 질문을 통해 영화를 보는 관객이 그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사람은 기억으로 자신을 정의내리려고 하지만, 자신을 정의내리는 건 행동이다.'는 식의 말을 했던 것 같다. 정확한 대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결국 사람은 근본적인 정체성은 기억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의사라는 걸 뜻하는 듯했다. 제법 심도 있는 이야기다.
사실 우리는 기억으로서 우리를 정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어제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고 있다. 만약 그 기억이 없으면 우리는 어떤 존재일까? 아마 우리는 지금의 내가 어제의 나와 같은 존재인지 의심하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질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의 기억이 13시간 이후 1시간씩의 기억이 소멸한다면(하루 13시간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그 사람은 영영 자신을 정의할 수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그 사람은 남은 기억으로 자신의 다음 행동을 선택할 수 있고, 그 행동이 곧 자신을 증명하는 정체성이 된다. 영화 <공각기동대 라스트 인 더 쉘>은 주인공 메이저가 과거의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오로지 고스트(영혼)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을 통해서 과학 기술이 인류에 미치는 영향과 윤리 문제를 살짝 터치하기도 했다. 아마 <공각기동대> 원작을 모르는 사람은 영화 한 편으로 마음에 들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할리우드가 자랑하는 기술이 액션씬을 화려하게 묘사했고, 중요한 장면들은 극 중 내의 몰입도를 상당히 높여주었다.
그런데도 살짝 아쉬운 부분은 약간의 지루함을 느끼는 이야기가 길다는 점, 마지막 전투가 살짝 흥이 깨질 정도로 허무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점이 조금 더 보완되었다면, 정말 큰 히트를 칠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뭐, 영화의 문외한인 내가 말하더라도 딱히 의미는 없겠지만…. (웃음)
아직 보지 않았다면, 영화관을 찾은 김에 한번 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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