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광 명소 오사카 우메다와 도톤보리 걷기
- 여행/일본 여행기
- 2017. 1. 3. 07:30
12월 21일, 후쿠오카 하카타 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신오사카, 그리고 도톤보리!
사람의 일은 어떤 일이라도 처음에는 너무나 느린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언제나 한순간인 일이 흔하다. 오늘 이 글을 쓰는 날짜는 12월 22일인데, 그렇게 길게 느껴진 병신년 한 해도 고작 9일을 남겨두고 있을 뿐이다. 언제나 정신을 차리면 눈 깜짝할 새 흘러가 우리는 늘 오늘을 열심히 살고자 한다.
일본 교류 일정으로 시작한 후쿠오카 야나가와의 시간도 그렇게 지나갔다. 지친 몸으로 버스에서 피곤함을 호소했던 그저께가 마치 거짓말처럼 느껴지고, 처음 타는 신칸센 앞에서 '오오, 대단해!' 라며 두근거리는 모습이 철없는 아이 같아 웃음이 나온다. '여행'은 사람의 순수한 감정을 자극한다.
21일 아침은 야나가와 호텔에서 그동안 야나가와에서 신세를 진 분들께 인사를 하고, 신칸센을 타기 위해서 후쿠오카 하카타 역으로 향했다. 지난 겐카이정 홈스테이를 위해서 방문한 하카타 역을 5개월 만에 다시 방문했다. 5개월 방문이라고 해도 딱히 역에서 감회를 느끼거나 하는 일은 별 없었다.
하카타 역에서 신칸센을 타기 위해서 짧게 시간을 보내면서 역내 서점을 구경하고, 작은 카페에서 초콜릿 바나나 밀크레이프를 먹은 게 전부이다. 모두 각자 떨어져서 조용히 시간을 보냈는데, 역 내에서도 정말 다양한 음식점과 카페, 서점 등을 비롯한 업체가 들어와 대규모 상가를 이루고 있었다.
일본의 번화가는 모두 역을 중심으로 발전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면서 드디어 신칸센에 탑승을 했다. 신칸센은 일본 열도를 횡단하는 고속 열차로, 한국의 KTX와 같은 맥락의 열차라고 생각하면 쉽다. 하지만 지나치는 곳마다 정차하는 KTX와 달리 신칸센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열도를 달린다.
당시 인솔을 맡은 관광 가이드 분은 "일본은 자기부상열차를 준비하고 있고, 앞으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이 고속열차도 자기부상열차로 대체할 것이다."고 말했다. 자기부상열차. 일반 고속열차보다 몇 배나 더 빠른 속도를 내고, 친환경에 가까운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자기부상열차는 분명한 차세대 기술이다.
한국도 자기 부상 열차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술 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어려운 상태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겠지만, 한국은 어떤 사업을 하려면 기존예상의 몇 배에 달하는 예산이 필요하다. 속된 말로, 중간에 떼먹는 돈이 많은 데다가 지나치게 성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은 아직도 자기부상열차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종종 언론을 통해서 자기부상열차의 어느 기술을 개발했다거나 시범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러한 언론 플레이를 통해서 '우리는 놀지 않고 있다. 여기에 투자해라!' 등 속 빈 강정 같은 일을 할 뿐이다.
아무튼, 신칸센을 타고 느껴지는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서 가속하는 듯한 속도를 체감하면서 똑같은 일반석이라고 해도 KTX 좌석보다 훨씬 넓은 게 좋았다. 일반석이기에 팔꿈치를 대는 곳은 두 의자당 한 곳이었지만, 발은 KTX 좌석보다 좀 더 뻗을 수 있었고, 의자를 뒤로 젖히는 것도 가능했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흡연칸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KTX를 많이 이용했지만, 나는 흡연칸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듣지 못했다. 흡연칸이라고 말하더라도 담배를 피우며 좌석에 앉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따로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건데, 담배에 꽤 관대하다는 일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신칸센의 여러 특징에 대해 놀라며 약 3시간 후 목적지인 신오카사 역에 도착했다. 신오사카 역은 정말 많은 사람으로 붐비고 있었는데, 평일 오후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놀라웠다. 역시관광 메이저 도시 오사카라고 생각했고, 차례차례 다가오는 낯선 풍경은 긴장과 설렘을 품게 했다.
곧장 버스를 타고 우리가 묵을 호텔 플라자 호텔로 향했는데, 플라자 호텔은 상당히 잘 꾸며진 호텔이었다. 지하철역에서도 얼마 걸리지 않았고, 가까운 곳에 편의점이 있어서 쉽게 먹을거리를 구할 수도 있었다. 호텔 내에서는 다양한 시설도 함께 있었는데, 전부 이용해볼 수는 없어서 아쉬웠다.
호텔에서 각자 짐을 푼 이후에는 모두 함께 가까우 지하철역으로 이동하여 자유 시간을 가졌다. 자유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망설이기도 했지만, 일단 모두 함께 관람차를 보러 가기로 결정이 내려졌다. 우메다 역에 있는 관람차를 통해서 오사카 시내 일부의 모습을 보는 건 정말 꿈에 그린 일이었다.
관람차를 좀 더 노을이 지는 시간에 보기 위해서 잠시 올라가는 층에 있는 게임 센터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서 같은 학교 학생과 일본 학생들이 끼리끼리 어울리면서 스티커 사진을 찍거나 내기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 이런 분위기가 상당히 낯선 나는 역시 또 살짝 겉돌아버렸다.
그래도 이곳에서 처음으로 웃으면서 잠시나마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정을 보내면서 계속 '웃는 건 무엇일까?', '저 아이들이 저렇게 즐거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는 질문 속에서 답을 찾지 못해 헤매기도 했지만, 모두의 웃음이 자연스럽게 나에게도 웃을 수 있게 해주었던 것 같다.
이 게임 센터에는 한국인 관광객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어떤 아이가 원피스 피규어를 뽑다가 실패하자 "아아아, 또 안 떨어졌어!!!"라는 말을 듣고 꽤 놀랐다. 살짝 말을 걸어보니 옆에 계신 어머니가 가족이 모두 함께 여행을 왔다고 한다. 잠시 짧게 인사를 나누고, 다시 모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드디어 우메다 역의 관람차를 탔다. 관람차 입장료는 한 명당 500엔이고, 관람차 내에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서 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었다. 관람차를 타기 전에는 고소공포증이 있어도 아무 무리 없이 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타니 공중에 붕 뜨는 느낌이 은근히 공포를 느끼게 했다.
하지만 관람차를 통해 볼 수 있는 경치는 정말 좋았고, 나를 제외한 3명의 분위기 또한 지나치게 밝았기 때문에 공포를 견딜 수 있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삼각대 없이 DLSR JPG 파일로 촬영한 것으로, 관람차가 정말 천천히 움직였기 때문에 흔들림에 구애받지 않고 촬영할 수 있었다.
관람차에서 내려온 이후에는 모두 함께 도톤보리로 이동해서 뿔뿔이 흩어졌던 일행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6년 전에 들린 식당와 꽤 비슷한 분위기였지만, 전혀 다른 식당에서 다른 메뉴를 먹었던 이번 저녁 식사는 마치 코스요리처럼 메뉴가 나왔다. 아쉬운 점은 밥이 없었다는 점일까? (웃음)
그래도 '생선'이라는 굴레에 크게 제약을 받지 않고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날은 이렇게 함께 저녁을 먹은 이후에는 다시 완전히 뿔뿔이 흩어지는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자유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막상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할지 걱정이 태산 같았지만, 일단 거리를 걸어보기로 했다.
오사카 시내를 혼자 다니기에는 조금 불안했지만, 다행히 함께 다녀 줄 후배 한 명이 있었다. 나 때문에 자신의 시간을 잃어버린 것 같아 미안했지만, 그래도 혼자 낯선 곳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안심되었다. (늘 혼자 있는 걸 좋아하면서 걱정이 될 때는 누군가를 필요하다니...)
후배와 함께 돌아다닌 곳은 서점, 게임센터, 돈키호테 등의 장소다. 굳이, 게이머즈를 가지 않더라도 일본의 서점의 코믹스 코너에서는 다양한 만화를 볼 수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아직 한국 정식발매가 결정되지 않은 <다이아몬드 에이스 Act> 시리즈를 전 권 구매했다. 드디어 이 작품을 읽게 되다니!
서점을 나선 이후에는 뭐든지 다 있다고 하는 돈키호테를 방문했는데, 이곳에서도 정말 많은 한국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돈키호테에서 욕심이 나는 몇 가지 물건이 있기는 했지만, 애써 참으며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었다. 6년 전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는 여기서 마작 패를 대량으로 샀었는데…. (웃음)
이렇게 간단히 쇼핑을 마친 후 후배가 게임 센터에 가고 싶다고 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최대한 가까운 곳에 있는 게임 센터를 찾았는데, 먼저 들린 게임 센터에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설마, 내가 이 게임 센터 한곳에서 그렇게 많은 돈(약 4,500엔)을 쓸 줄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엇다.
처음 들어간 게임센터 인형 뽑기 코너에서 두 남학생이 열심히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그랜드 오더>의 세이버 피규어를 뽑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감탄사가 한국어라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고, 그 두 학생은 정말 뽑고 싶다면서 도와달라고 했다. 후배가 꽤 자신 있어 했기에 한 번 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피규어는 도무지 뽑힐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 중학생은 무려 4천 엔을 투자했어도 피규어를 뽑지 못했다. 더욱이 거의 아슬아슬한 상태에서 돈이 다 떨어져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뒤에 있던 어느 턱수염을 기른 외국인 아저씨가 그걸 훔치듯 가져갔다. 나와 후배, 중학생 모두가 확 화가 난 순간이었다.
그 한국인 중학생은 친구에게 천 엔을 빌려서 피규어를 그 아저씨에게 샀는데, 후배는 '아, 제가 괜히 더 부추겨서 정말 미안해요.'라며 중학생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그 아이들은 호텔로 돌아갔고, 나 또한 옆에서 계속 도전한 세이버 피규어 뽑기에 고전하고 있었다. 뽑힐 듯 말듯 한 상태라 정말 미칠 것 같았다.
게다가 뒤에서 그 외국인 아저씨가 내가 포기하면 낚아채 가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후배는 "아, 저 아저씨 진짜 짜증 난다."고 말하면서 나는 딱 천 엔을 더 투자하기로 했고, 오백 엔을 남겨두고 오백 엔을 투자한 상태에서 드디어 피규어를 뽑았다!! 정말 기뻐서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외쳤다.
나중에 후배는 "선배 정말 좋아했어요. 그냥 뽑아서 '예~' 한 게 아니라 환호를 했어요."라고 말했는데, 아마 피규어 한 개에 담은 스트레스와 집중력이 확 발산된 게 아닌가 싶다. 뒤에 있는 그 외국인 아저씨에게 절대 뺏기기 싫었기 때문에 안간힘을 썼었는데, 이 일이 어찌나 기뻤던지! (웃음)
세이버 피규어를 뽑고 나서 후배와 나는 다른 건물에 있는 세가 게임 센터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처음 들어간 게임 센터의 인형 뽑기 기계보다 훨씬 더 많은 종류가 있었고, 난이도 또한 앞의 건물보다 더 쉬운 상태로 여겨졌다. 나와 후배는 둘 다 동시에 '아, 여기서 할걸!'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세가 게임 센터의 인형뽑기는 모두 애니메이션 피규어 혹은 애니메이션 관련 상품이라 후배는 갖고 싶은 것이 없었지만, 나는 거의 전부 갖고 싶은 물건이라 일단 몇 게임 도전했다. 제일 먼저 오백 엔으로 <러브 라이브 션샤인>의 치카를 뽑기 위해 도전했는데, 이곳에는 오백 엔을 사용하면 상품이 있었다.
오백 엔을 사용하면 <러브 라이브 션샤인>의 클리어 파일 한 개를 도전자에게 줬는데, 앞의 가게에서 쓴 4,500엔을 생각하면 정말 뼈가 아플 정도였다. 클리어 파일 일곱 개를 받을 수 있었는데! 아무튼, 오백 엔을 여기서 실패하고, 후배도 오백 엔을 날린 이후에 다시 발걸음을 호텔로 옮겼다.
돌아오는 과정에도 여러 일이 있었다. 게임 센터에 한 번 더 들려서 후배가 시바 강아지 인형을 획득했고, 그곳에서 파이리를 4마리나 낚아가는 어떤 일본인의 모습에 감탄했다. 도중에 길을 쉽게 찾지 못해서 신중히 다니느라 시간이 걸리고 말았다. 특히 급행 지하철을 놓치는 바람에 통금 시간이 아슬했다!
그래도 처음 움직인 것 치고는 길을 크게 헤매지 않았는데, 구글 지도를 통해서 도보 내비게이션이 이용 가능한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일본 지리 정보를 구글에 액세스 허가를 준 일본이기에 가능한 도보 내비게이션인지 모르겠지만, 지하철역과 거리와 소요 시간 등을 파악할 수 있어 정말 유용했다.
아마 도쿄에 가더라도 구글을 믿고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지만, 도쿄는 오사카의 열 배 이상은 더 복잡하니 오히려 길을 잃을지도 모르겠다. 도쿄에 가면 아키하바라도 한번 가보고 싶고, 악기상점에 들러서 그랜드 피아노도 연주해보고 싶다. 아아, 오사카 첫날인데 벌써 도쿄에서의 시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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