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국주의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가 필요한 이유
- 문화/독서와 기록
- 2016. 6. 22. 07:30
다시금 제국주의 바람이 일어나는 현대를 이해하기 위한 최소의 역사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고, 경제를 공부하고, 문화를 공부하고, 언어를 공부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의 흐름을 읽기 위해서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한 나라의 움직임으로 세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지난주에 갑자기 상승하기 시작한 엔화 가치 또한 그중 하나로 우리는 해석할 수 있다.
갑자기 엔화가 상승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 우리는 일본의 경제 정책과 그에 반한 미국의 달러 정책과 금리 동결에 대한 이유, 그리고 지금 한국 경제의 상태와 정치 방향 등을 참고해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것을 넓게 볼 수 없다면, 우리는 그저 눈뜬장님으로 세상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볼 수 있는 법이다. 예전에는 시력이 나쁘면 그냥 안경만 쓰면 되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왜 시력이 나빠졌는지 파악해서 내게 맞은 어떤 안경을 써야 하는지 과정을 세세히 알 수 있어야 한다. 근시인 상태에서 원시 렌즈를 끼면 안 되는 것처럼, 작게라도 알고 있어야 똑바로 볼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점점 신제국주의로 흐르고 있다. 이미 일본 내에서 전쟁을 주도한 적 있는 우측이 강하게 힘을 키웠고, 한국 내에서도 극단적 우측 진영이 과거 군국주의 향수를 뿌리면서 갖은 우상화와 이상한 집단을 키워서 곳곳에서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도, 미국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충돌은 민족 간의 충돌이기도 하고, 종교의 충돌이기도 하고, 경제의 충돌이기도 하고, 영토의 충돌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도 일본과 독도를 두고 간간이 마찰을 빚고, 중국과 조업 구역을 두고 속으로 골머리를 앓는 등의 크고 작은 갈등을 겪고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이런 충돌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사태를 알기 위해서는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경제 혹은 문화 같은 하나의 분야만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에서 상황의 출발점에서 내려올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세계사를 다시 천천히 집어볼 필요가 있다.
솔직히 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세계사 수업을 다시금 펼쳐야 한다고 생각하면 대단히 갑갑한데, 얼마 전에 만난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라는 책을 통해서 쉽게 우리 현대를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역사를 배울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사항들이 어렵지 않게 적혀있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세계사와 국제 흐름에 관심이 있었던 탓인지 모르겠지만, 책은 간간이 읽어도 금세 빠져들 수 있을 정도로 막히는 부분이 없었다. 그동안 한국, 중국, 일본, 미국, IS, 유럽, 난민, 시리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키워드로 어렴풋이 알던 여러 상황을 책을 통해 좀 더 깊이 알 수 있어 좋았다.
저자는 지금 우리 시대는 신제국주의로 향하고 있고, 그 이전에 제국주의와 중상주의 이해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등을 이야기하며 지금까지 이어져 온 혹은 이제야 문제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과정을 책에서 설명한다. 세계사에 지식이 별로 없더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긴 글이지만 아래에서 하나의 글을 읽어보자.
제국주의 시대를 움직이는 두 가지 힘
제국주의 시대에는 두 가지의 서로 다른 힘이 반드시 작동한다. 하나는 세계화이고, 다른 하나는 앞서 이야기했던 국가 기능 강화다.
세계화는, 경제적으로는 실물경제보다 금융을 우선하는 자본주의로 나타난다. ...(중략)... 세계경제에서는 기업도 금융도 거대해지므로, 조직이든 사람이든 소수의 승자 외에는 배를 불릴 수 없다. 오직 거대한 수출기업과 금융자산을 가진 부유층만이 아베노믹스에 의한 엔화 약세와 주가 급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게 되면 노동자계급의 재생산도 불가능해진다. 쉽게 말해 가난한 이들은 결혼도 출산도 할 수 없다. 빈곤이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중산층이 성장하지 않으므로 국력도 저하된다.
내가 지금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현재 일본이 메이지유신 이후 처음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시대에 돌입하고 말았다는 점이다. 일본을 포함해 25개국이 가입한 OECD의 2013년도 통계를 보면, 일본의 교육 관련 비용은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다. 그 이유는 명백한데, 교육 시스템에 신자유주의가 편입되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20년 때문에 디플레이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학비만큼은 계속해서 상승했다. 그로 인해 지금 신세대는 자신이 받은 수준의 교육을 자녀들에게 제공하기 어려워졌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효율성을 지나치게 추구한 나머지 거시적으로 사물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교양은 거의 익히지 못한 채로 고등교육을 마친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고등교육의 초기 단계에서 인재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유럽의 고등교육기관은 외국인을 포함한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제도를 충실히 갖추고 있으므로, 교육의 질적인 측면까지 고려했을 대 해외 대학으로 유학을 가는 쪽이 낫다고 판단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저출산이 이어지는 지금, 인재 유출이 발생하면 국력은 반드시 쇠약해진다. 그러한 까닭에 나는 일본에서 잠시도 유예할 수 없는 문제가 바로 교육과 이민이라고 생각한다. (본문 79)
유독 내가 이 글을 길어도 꼭 글에서 소개하고 싶었던 이유는 우리 한국이 처한 상황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괜히 이웃나라 일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본에서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경제 정책과 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정책은 무척이나 닮았고, 교육과 이민 문제도 동등한 수준이다.
지금도 박근혜 대통령은 공기업의 민영화를 이야기하고, 노동법 개정을 통해서 거대한 기업과 금융 자산을 가진 이들의 배만 불리려고 하고 있다. 말도 되지 않는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포장하여 노동자 계급의 목을 조르고, 이미 무너진 중산층으로 모자라 서민층의 목숨을 빼앗으려고 하는 거다.
교육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많은 청년의 꿈 중 하나가 이민이다. 이민을 간다고 다 잘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청년 세대는 '그래도 한국보다 사람 대우를 받으면서 살지 않겠느냐.'는 개탄스러운 마음으로 이민을 꿈꾼다. 공무원과 건물주가 청소년의 장래희망 1위인 나라에서 과연 희망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우리가 이런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한 나라의 경제와 정치를 보는 것 이상의 시선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은 안타깝게도 모자란 대통령이 있는 한국에 한정하지 않고, 선진국으로 불리는 유럽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며 노동자와 사용자의 갈등이 생기고 있다.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싸움, 민족과 민족 간의 싸움, 국가와 국가 간의 싸움은 과거 역사 교과서에나 볼 것 같은 상황이 아니라 현대에 대두하고 있는 문제다. 신나치주의와 스킨헤드족, 극단적 보수주의가 만드는 신제국주의 증상은 세계가 공통으로 씨름을 앓으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에 미국에서 벌어진 올랜드 테러 사건은 그중 하나에 해당하며, 이런 현대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 세계사를 이해하는 일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중·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서 교과서를 다시 펼치거나 대학에서 전공으로 할 수 없는 노릇이라 아는 사람만 아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 만난 이 책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는 그런 복잡한 과정 없이 책 한 권을 읽는 것으로 충분했다. 단순히 유럽의 경제 연합으로 이해한 EU에 대한 접근을 종교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말로만 들었던 IS의 탄생 배경과 왜 문제가 되었는지 등 보이는 것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제 곧 대학가는 방학에 접어든다. 만약 누군가 내게 "방학 동안 대학생에게 추천하고 싶은 교양서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이라고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입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과 힘을 기리는 데에 이 책은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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