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솔직한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영화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의 완전 소설화, 감동적인 청춘 이야기


 사람에게 남는 후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후회스러운 일 중 하나는 솔직한 내 마음을 어떤 사람에게 전하지 못했을 때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해요!"라고 말하지 못하고, 부모님께 "사랑해요!"라고 말하지 못하고, 선생님께 "감사해요!"라고 전하지 못하는 말은 늘 후회가 남는다.


 우리가 이런 말을 쉽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는 일이 부끄러운 이유도 있겠지만, 말 한마디를 통해서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어떤 이성에게 "좋아해요!"라고 고백을 했다가 거절을 당하면 도대체 어떤 기분이 들지 상상할 수가 없다. 말로 받는 상처는 무섭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싸우는 모습을 본 사람은 말이 가진 아픔을 알게 된다. 무턱대고 내뱉은 한마디의 말이 얼마나 가슴을 후벼 파고, 보이지 않는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지 알게 되어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 게 어려워진다. 점점 말을 줄이고, 친구를 사귀지 않고, 혼자가 된다.


 나는 어렸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소란스러운 장소를 굉장히 싫어한다. 어릴 적 무거운 침묵이 흘렀던 집에 사람의 목소리가 나올 때는 항상 갈등이 생겼고, 바깥에서 듣는 다수의 목소리는 폭력이 있었고, 이 세상의 모든 말과 소리는 서로 상처를 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시끄럽지 않고,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고요한 장소가 좋았다. 혼자서 조심스럽게 귀 기울이면 들려오는 사람들의 상처를 주기 위한 말소리가 아니라 세상이 흘러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바람을 통해서 저 멀리 떨어진 새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풍경이 좋았다.



 지금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글을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아직 나는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서 말을 자유롭게 내뱉는 일에 대단히 부담감을 느끼고, 대학에서 있던 세미나 수업 초창기에 덜덜 떨리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서 손에 지압을 해주는 옻나무 도구를 있는 힘껏 쥐고서 말을 했었다.


 최근에는 조금 더 자신을 가지고 나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말을 하는 데에는 굉장히 조심스럽다. 심리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사람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만, 그 사이에서도 '혹시 실수하지 않을까'는 걱정을 쉽게 지울 수가 없다.


 아마 대학에 들어와서 내가 학생들과 거의 말 한마디조차 나누지 않는 이유는 이런 잠재적인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의 주인공 나루세 준은 어릴 적에 받은 상처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소리 내 말하려고 하면 배가 아파지는 증상을 겪었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공황장애'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데, 최근에 읽은 <나는 왜 저 사람이 불편할까?>를 통해서 접근하면 '인간 알레르기'라고 말할 수 있다.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을 회피하려고 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있는 지내는 일이 불편해서 만남 자체를 꺼리기 때문이다.


 과거에 나도 어디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 가면 배가 너무 아파서 괴로웠던 적이 많았다. 그래서 지스타 같은 행사장을 취재할 때는 항상 속을 비운 채로 다녔고, 블로그 모임이 있을 때도 최대한 배에 음식을 넣으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상황 속에서 용하게도 여기저기 다녔던 것 같다.



 나는 그런 장소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면서 조금씩 꼭 잠그고 있던 마음의 문을 열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지금은 배를 비운 상태가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비록 과도하게 신경을 쓰면 배가 아픈 건 여전하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대단히 큰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읽은 많은 책과 내 마음을 정리하며 쓴 글,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의 주인공 준은 비슷한 어려움을 지닌 사람들과 만나고, 담임 선생님이 이어준 인연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마주한 덕분에 바뀌게 된다.


 책을 읽어보면 이런 글이 있다.


"아파! 아파! ……아파, 아파……."

배를 붙잡고 떨리는 몸을 웅크리며 어둠 속에서 외쳤다.

"……아파!"

"배가 아니지?"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가 들리자 준은 튕겨지듯 고개를 들엇다.

……달걀. 눈앞에 깃털 장식이 달린 보자색 모자를 쓴 달걀이 서 있었다.

"아픈 건 마음이지."

"……."

"청춘의 아픔이야." (본문 212)


 준이 그동안 말을 하지 못한 이유를 스스로 마주하는 장면이다. 반에서 사카가미 타쿠미를 만나면서 노래를 하게 되고, 니토 나츠키를 통해서 사랑하는 마음을 알게 되고, 타사키 다이키를 통해서 마음을 외치는 법을 알게 된다. 그녀는 이후 타쿠미와 다시 만나 솔직한 마음을 전한다.


 학교의 무대에서 바깥으로 외치지 못한 마음을 노래로 부르고, 준은 더는 말을 하는 일에 있어서 배가 아프다고 느끼지 않게 된다. 그녀의 노래로 그녀의 어머니 또한 준의 마음을 알게 되고, 그녀가 적은 뮤지컬의 가사는 반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동시에 솔직한 마음을 외칠 수 있게 해주었다.




 영화로 상영된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의 소설판은 영화에서 그려지지 않은 캐릭터들의 과거부터 시작한다. 어릴 적 자신이 무심코 입에 담은 말을 계기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모두 자신의 말 탓이라는 지적에 괴로워하다 '달걀 요정'을 만나 말을 봉인하는 저주에 걸린 준의 이야기.


 그녀가 고등학교에서 지내는 친구들과 우연히 얽히게 되어 마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오늘날 말로 인해 상처를 받고, 말로 인해 상처를 받을까 무서워 혼자 껴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전해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나는 주인공 준에게 나를 겹쳐 보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아직도 나는 모르는 사람과 어울리는 일에 불안감을 강하게 느끼고, 말 한마디로 인해서 사람이 어울리는 장소에서 고립되거나 상처를 받거나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일이 너무나 무섭게 느껴진다. 다음 7월에 이미 저질러 놓은 학교에서 단체로 가는 짧은 홈스테이 기간 동안 나는 잘해낼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의 주인공들은 작은 말 한마디를 직접 표현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모두 한마음이 되어 성공적인 뮤지컬을 만들었다. 나 또한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꼭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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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2016.06.14 17:01 신고

    몇달 전에 mbc '이주연의 영화음악' 이란 라디오 팟캐스트에서 설명을 들은적이 있습니다.
    꼭 봐야지 생각했는데...시기를 놓쳐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노지님의 글 보고 생각이 났습니다.
    다시 기록을 해 두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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