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인간관계가 힘든 이유
- 문화/독서와 기록
- 2016. 5. 6. 07:30
인간관계가 귀찮은 사람들의 심리학을 파헤치다, 혼자가 편한 사람을 위한 변명!
현재 한국에 혼자 있는 시간의 활용법을 말하는 도서가 꽤 인기를 끌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며 삶의 잃어버린 여유를 찾은 건 좋았지만, 막상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있지 않을까?
나는 언제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한때 거의 히키코모리로 생활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에 무기력한 시간에 빠져 괴로워하기도 했지만, 책을 읽고 애니메이션을 보며 블로그에 글을 썼고, 피아노를 배우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나를 위한 생산적인 시간으로 바꾸며 조금씩 달라졌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무리해서 사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대체로 웬만한 일은 혼자 처리하려고 하고, 최대한 혼자 있는 시간을 지키려고 한다. 최근에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콘텐츠를 수집하기 위한 취재로 조금 바뀌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는 나의 근본은 바뀌지 않았다.
나는 혼자 있는 사람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스스로 원해서 혼자 있는 사람이 있고, 두 번째는 어쩔 수 없이 혼자 있는 사람이다. 자발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선택한 사람은 무언가를 하기 위한 목표가 있지만, 후자는 그냥 혼자서 상처에 괴로워하는 사람에 불과하다.
사람이 사람과 엮이기 싫어서 스스로 바깥 문을 닫고 고립되는 일은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다. 이것은 한 사람 개인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고, 왜 그 사람이 그렇게 되어버렸는지 주변 환경을 살펴보는 동시에 심리적 안정을 위한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무기력한 혼자 있는 시간은 독약이다.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보자. 왜 어떤 사람은 스스로 고립되어 사람과 관계를 끊으려고 하고, 인간관계를 귀찮아하면서 혼자 있으려고 하는 걸까? 우리는 이 이유를 사람의 본질이 이상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자라온 환경을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오늘 소개할 책에서 아래의 글을 읽을 수 있었다.
사람들과 사귀는 게 힘들다거나 친밀한 관계를 좋아하지 않으며, 혼자 있는 게 더 마음 편한 회피형 인간의 특징이 유전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설이 있었다. 과거에는 이런 경향의 사람을 분열성 인격 장애라 부르며, 유전적으로 타고난 기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애착 성향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적 요인보다 오히려 환경적 요인이라는 게 밝혀졌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4분의 1 정도는 유전적인 영향이지만 나머지 4분의 3 정도는 양육 환경 등의 2차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본문 20)
사람은 유전이 만들기도 하지만,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가 대단히 그 사람을 이루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마 이 말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에 읽은 책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는 심리적 접근을 통해 혼자 고립되고, 사람과 친해지기를 꺼리는 사람을 분석한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과거의 나를 좀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었고, 아직 내가 만나는 사람과 친해지기 어려운 상황을 분석할 수 있었다. 나는 정말 심각했던 그 시절과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혼자 있는 것을 고집하며 어디 바깥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평생 이렇지 않을까?
얼마 전까지 내가 다니는 대학교에서 축제가 있었지만, 나는 일절 관심도 없었다. 애초에 대학교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수업 외에는 대학에 두는 의미가 없어서 불필요하게 사람과 부딪히는 일은 최대한 피하고자 했다. 평범한 사람이 보면 '왕따냐?'라는 말이 나오지만, 이건 내 삶의 방식이었다.
이렇게 나처럼 사람을 불신하거나 타인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지 못해서 혼자 있으려고 하는 사람을 회피성 인격 장애라고 말한다. 회피성 인격 장애는 책임감이나 구속, 상처 입는 일을 두려워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원인은 강압적인 부모의 양육 방식이나 집단 따돌림이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노지
나는 어릴 적에 상당히 괴로운 시간을 안팎으로 보냈었다. 지금도 중학교에서 딱 한 명은 머리에서 평생 잊히지 않을 정도로 이를 갈고 있고, 아무리 엎드려서 빈다고 하더라도 용서할 수가 없다. 학교에서 보낸 괴로움은 집에서도 다르지 않았고, 이후 시간이 흘러 갑작스럽게 터진 상처는 지독하게 나를 괴롭혔다.
이런 모습은 요즘에도 드물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이혼 가정 수는 계속해서 가파르게 상승하며 가정 붕괴의 원인이 되고 있고, 청소년들의 학교 폭력과 일탈 행위는 그와 비례하여 증가하고 있다. 가정불화는 한 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 미치는 환경적 요인으로 작용해 큰 상처를 준다.
부모가 싸움 끝에 이혼하는 모습을 본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연애나 결혼에 적극성을 띠지 않는다. 이성을 아예 멀리하는 사람도 있다. 애정이라는 것을 지속성을 가진 뭔가로 믿기가 힘든 것이다. 아버지나 어머니 중 한쪽이 늘 다른 쪽 험담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는 비난받는 쪽도, 비난하는 쪽도 진심으로 신뢰할 수 없다. 일상적으로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감정에 휩싸이다 보니 누군가와 정서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갖기가 힘들다. 그저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회피형 인간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본문 69)
책을 읽으면서 참 여러 생각을 했다. 어떤 사람은 무조건 환경 탓을 하는 건 변명에 불과하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어릴 적에 겪은 환경은 우리의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학교 폭력이 잔인해지고, 대학생이 되어도 멈추지 않는 것은 환경이 좋지 않은 탓으로 볼 수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정불화를 가진 집과 이혼 가정 수는 계속 늘고 있고, 스마트폰과 미디어 기기의 발달에 따라 아이를 신체적 학대가 아니라 정서적 학대를 가하는 수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내 상처를 다시 마주하는 동시에 이 책은 우리가 꼭 한 번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시대는 너무 빨리 무엇을 해야 해서 타인에게 입은 상처를 숨기다가 너무 힘들어서 스스로 자신을 사람과 고립시키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사람과 사람의 대화는 단절되어버렸고, SNS로 적극적 소통을 하더라도 나를 마주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무기력을 이겨낼 수 없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선 해야 할 일은 컴퓨터나 휴대전화 화면을 보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다. 이를 테면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는 시간을 하루 한 시간 이내로 한다든가 메일 체크도 하루에 한두 번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에만 답장을 쓴다거나 하는 식의 규칙을 정한다. 온라인상에서 만난 지인에게도 이런 방침을 미리 알려주는 게 좋다. 문자나 메일 등 기계의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릴없이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거나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 대신 몸을 움직이고 독서를 하며 글을 쓰고, 현실에서 사람과 만나는 일에 좀 더 시간을 써야 한다. 이렇게 생활의 리듬을 정비하고 과도한 정보를 차단하면서 약간은 지루할 수도 있는 상대에 자신을 놓아둬야 한다. 이것이 회피형 인간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다. (본문 198)
윗글을 읽으면서 나는 혼자 있는 시간 동안 무조건 도망치려 하지 않고, 책을 읽으면서 나를 마주하게 된 것이 대단히 좋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면, 오늘의 나는 블로거 노지가 아니라 그냥 숨어서 괴로워하는 한 사람에 불과했을 테니까.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노지
저자는 우리가 회피형 인간이 회피하는 삶을 태도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와 여러 사람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과제를 실천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우리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결국 실패한다고 해도 살아가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삶의 방식을 찾아낼 수밖에 없다.
나는 책 읽기를 통해서 나를 찾고자 했고, 글쓰기를 통해서 내가 입은 상처를 마주하고자 했다. 근본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블로그를 통해서 그래도 바깥에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사소한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것이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찾아낸 내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다.
앞으로 우리가 사는 시대는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모든 시스템의 발전 방향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찍이 단순한 삶을 사는 미니멀 라이프를 통한 혼자 있는 시간에 나를 마주하며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그런 흐름 속에서 앞서나간 사람들이다.
지금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분명 우리 주변에는 회피성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어쩌면 나 자신도 그럴지도 모른다. 혼자 있는 시간이 괴롭거나 계속해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왜 혼자가 편한지 이유를 생각해보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열풍에서 볼 수 있듯이, 비록 상처를 받아 혼자 고립되어 있다고 해도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우리는 더 좋아질 수도 있다. 상처는 아프지만, 상처를 딛고 일어서면 우리는 단단해질 수 있다. 뻔한 말이지만, 사람은 그렇게 살아가는 존재다.
마지막으로 책의 첫 페이지에서 읽은 한 문장을 남긴다.
타인의 어떤 말과 행동에 당신이 상처받는지를 잘 들여다봐라.
그것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줄 것이다. (카를 구스타프 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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