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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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온전히 혼자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랜만에 대학에 복학하고 나서 두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친구 한 명도 사귈 수가 없었다. 5년 만에 돌아온 대학은 캠퍼스 건물까지 이전하면서 모르는 것뿐이었고, 얼마 전에 친 대학 중간고사는 정작 5년 만에 맞이한 시험이었다. 모든 게 낯선 그곳에서 나는 항상 그랬듯이 혼자였다.


 어머니는 종종 "그럼, 대학에서 말도 안 하고 지내느냐?"라고 물어보시는데, 나는 그때마다 "말할 필요가 없어. 말할 상대도 없고. 교수님과 이야기하는 것 외에는 말 안 하고 지내지."라고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어머니는 한숨을 쉬시며 그래서 여자친구는 사귈 수 있겠냐고 나무라시지만, 나는 딱히 관심이 없다.


 애초에 불필요하게 사람과 얽히는 일을 싫어하는 나는 온전히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왕복 통학에 약 3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까닭에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했고, 대학에 가기 전에 하고 있던 모든 일을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를 조정하면서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낯선 환경에서 혼자 고립될 수 있는 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학교로 가는 버스 안에서는 책을 펼쳐서 읽고, 강의시간 사이에 있는 10분의 쉬는 시간과 1시간의 여유 시간에도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쓴다. 혼자서 보내는 시간을 나는 누구보다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빈 강의실, ⓒ노지


 많은 사람이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고, 마치 혼자 있게 되면 뭔가 잘못된 것 같아서 일부러 의미 없는 소음이 가득한 곳에 자신을 노출한다. 히키코모리로 지냈던 나와 달리, 사람이 그리워서 혹은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게 즐거워서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을 피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없다면, 함께 있어도 잘 지낼 수가 없다. 혼자 있는 시간에 내 마음 속 갈증을 축일 수 없다면, 우리는 아무리 다른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더라도 마음속에 존재하는 갈증은 좀처럼 목마름이 가시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건 혼자일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읽은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실천편>은 혼자 있는 시간이 어려운 사람에게 어떻게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고, 어떻게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고, 어떻게 혼자 있는 시간을 지칠 수 있는지 말하는 책이다. '도대체 혼자 있는 시간이 뭐가 좋은데?'라며 의문이 드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다.


 아래의 글을 읽어보자.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각박한 세상만이 아니다. 어쩌면 스스로 키워낸 행복에 대한 과한 기대와 열망, 그러나 실제로 그것을 얻기에는 너무나도 연약한 나 자신이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지도 모른다.

우리는 각자가 가질 수 있는 행복의 이름을 아직 모르고 있다. 틈틈이 시간을 내어 즐거움과 보람을 차근차근 쌓았으면 한다. 즐거움과 보람은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내면을 충분히 갈고 닦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삶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본문 142)


 우리가 자주 괴로워하는 이유는 타인이 정한 틀에 자신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항상 모든 것을 바깥에서 누군가 정한 틀에 맞추려고 하니 온전한 나 자신이 없어 괴로워한다. 그래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괴로움을 잊으려고 하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다른 사람을 통해 채우려고 한다.


 다른 사람은 절대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가 없다.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서 '나는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나는 여기서 지금 왜 이 일을 하고 있지?'라는 질문을 해보며 스스로 답을 골똘히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그 갈증은 채워지지 않는다. 타인은 나와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시간은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자신에게 '왜?'라는 질문을 해볼 수 있고, 책을 읽거나 혼자서 조용히 산책을 즐기면서 복잡했던 생각을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다. 매일 빠르게 변하는 우리 사회에서 혼자가 되어보는 일은 온전히 '나'가 될 수 있기에 중요하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실천편, ⓒ노지


 매일 사람들을 만나느라 바빠서 혼자 있는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드물지 않게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솔직히 변명에 불과하다. 아마 바쁘다고 말한 시간을 살펴보면, 굳이 내가 가지 않아도 되는 모임에 참석하거나 괜히 스케줄이 비어있으면 안 되는 것 같아 만든 일정이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작가 생택쥐페리는 "더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덜어낼 것이 없을 때 완벽함에 도달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삶에 필요한 것은 덧셈이 아니라 뺄셈의 미학이다. 최근 유행하는 미니멀 라이즘은 우리 삶에서 군더더기를 없애고, 가장 중요한 것만 남겨 집중하는 데에 목표가 있다.


 몇 가지를 해결하면 우리는 그대로 남은 모든 시간을 벌 수 있다. 혼자 있는 시간 동안 평소 배우고 싶었던 피아노를 배우거나 읽고 싶은 책을 읽는 등 나를 위해 보내보자. 우리가 혼자서도 자신을 채울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근육으로 만든 웃는 얼굴이 아니라 마음이 만든 웃는 얼굴을 할 수 있으니까.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친구도 없는 외톨이로 보이고, 항상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더 멋진 사람으로 보이는가?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발전하는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이 있는 사람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낼 수 있어야 다른 사람과 함께 일 때 잘 지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은 한 글을 남긴다.


다른 사람들의 SNS를 서핑하다 보면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즐겁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SNS와 거리를 두면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냉정하게 돌아보면 사람 사는 것은 누구나 크게 다르지 않으며, 대부분의 사람이 '특별한 일'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사진과 글을 올린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 역시 내가 가끔 올리는 '특별한 사진'을 보고 엉뚱한 오해를 할 수도 있다.

진정한 나다움은 나만의 시간에 숙성된다는 사실을 마주하면, 비로소 스마트폰의 노예에서 벗어나 그것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내 시간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울 위험을 가진 스마트폰과 비로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

온전한 시간을 확보해야 비로소 혼자의 시간이 만족스러워진다. 그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남다른 분위기를 가질 수밖에 없다. 독서와 사색, 취미를 통해 갈고닦은 시간은 나 자신을 격이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본문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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