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사상은 중요하지 않아. 내가 먹고사는 게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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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컨드 핸드 타임'을 읽으며 생각해본 우리의 선택과 살아가는 방식


 사람은 누구나 정의의 편을 좋아한다. 약자의 편을 들면서 약자를 억압하는 부덕한 강자를 처벌하고 싶어 하고, 자신 또한 그런 약자의 편에 서는 강자가 되고 싶어 한다.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해서 사회와 정치 분야에서는 서로 자신들이 약자의 편에 서 있는 인물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우리가 알지 못한 비밀이 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정의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정부, 사상을 지지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정의는 아무래도 좋은 선택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지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 선택지에 대해 좋은 변명을 붙이고 있을 뿐이다.


 얼마 전에 알라딘 신간 평가단 활동으로 읽게 된 소설 <세컨드 핸드 타임>을 상당히 놀라웠다. 책은 그냥 우리가 무조건 옳다고 받아들인 시대의 흐름 속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떤 사람을 비판하는 게 아닌, 우리 본연의 삶을 그린 작품이었다.


 예를 들어서 아래의 글을 읽어보자.


우리 모두가 정말 잘못 생각했던 거죠! 라디오 방송마다 그것이 진실이라고 떠들어댔어요. "어서, 어서요! 읽으십시오! 들으십시오!" 하지만 모두가 준비된 것은 아니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소비에트적인 정서를 갖고 있지 않았어요. 모두들 그저 잘살고 싶어 했을 뿐이에요. 청바지와 비디오를 살 수 있게 되길, 그리고 모든 꿈 중 최고라 할 수 있었던 자동차를 살 수 있길 바랐던 것 뿐이었어요!"


행복해졌다고요? 그런가요? 햄과 바나나가 판매되고는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똥 무더기에서 뒹굴거리며 외국 음식을 먹고 있다고요. 조국 대신 거대한 슈퍼마켓이 들어섰지요. 이런 게 자유라면, 난 이런 자유는 필요 없어요. 젠장! 그놈들이 민중을 바닥까지 끌어내렸어요. 우리는 노예, 노예예요! 레닌이 그랬어요. 공산주의자들이 있을 때는 식당 아줌마, 노동자, 소젖을 짜는 착유사, 방직공들이 국가를 운영한다고요. 그런데 지금은 순 날강도들이 의회를 차지하고 있잖아요. 달러를 긁어모은 백만장자들이요! 그놈들은 의회가 아니라 감옥에 있어야 할 놈들이에요. (본문 29)


 이 글은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글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모두를 위해서 절대적으로 정의로운 선택이라고 생각한 선택이 알고 보면 사람들의 삶을 더 개선해주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책은 이런 식으로 분명히 더 좋은 선택을 했어도 사람들의 의식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말한다.


 부정하고 싶은 한 장면이지만, 우리는 모두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어느 쪽이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더 좋은 결과를 불러오고, 죄를 지은 사람이 마땅히 처벌받는 세상을 원하는 게 아니다. 그냥 우리는 우리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으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삶이 나아질 수 있으면 되는 거다.


 그래서 정치인은 언제나 사기에 능한 사람이 정치에 들어가기 쉽다. 말을 잘 구슬려서 사람들의 잠재적인 이기적 욕심을 부추기고,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자신과 자신의 정당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과거 급격한 발전이 있었던 시기를 언급하며 연설을 하면,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박근혜 정부가 전형적으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박정희 대통령이 이끈 산업화 시절에 급속도로 발전한 시간을 수시로 언급하며 새로운 새마을운동, 창조경제, 국민통합, 애국심 등의 단어를 꺼내며 그 당시에 먹고살 만해지던 추억에 빠진 사람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발언, ⓒjtbc 뉴스룸


 여기에 반응하여 지속해서 꾸준히 지지를 보내는 사람을 우리는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 말한다. 이미 많은 현대인 중에서는 요즘 시대가 얼마나 먹고살기 힘든 제도와 정책이 이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지만, 과거처럼 TV 방송과 일부 신문에 의존하는 노년 세대는 여전히 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


 아직도 그 사람들은 북한이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고, 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정부가 가난한 서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은 그들 나름대로 정의이며, 과거 산업화 시대 때 겪은 급속한 성장으로 기업가가 버린 잉여 생산물로 배가 부른 경험이 만든 결과다.


 우리가 앞으로 하는 선택에서도 좌우 사상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먹고사는 게 중요할 뿐이다. 커다란 비리가 밝혀진 사고로 정부를 비판해도 선거철이 되면 다시 내 배를 불리는 정책을 하나라도 가지고 있는 정당과 사상을 선택한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일 수밖에 없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인 존재다. 사람들은 지금의 자본주의와 지금의 선택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올 것이라고 믿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가난하다. 배를 불리면서 소화가 되지 않아 소화제까지 찾아 먹는 돈을 긁어모아서 앉아 있는 저 사람들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참, 웃기지 않는가?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는 트럼프의 질주는 사람들의 잠재된 욕심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의 말대로 이민자가 자신들의 권리를 빼앗았고,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가 심각한 경제적 부담을 가져와서 자신들의 삶이 피폐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트럼프를 지지한다.


 트럼프는 거짓말과 선동의 달인이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사람들의 이기적 욕구를 자극하고, 그것이 개인의 이기심이 아니라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잘 포장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종종 이런 모습은 보이는데, 타 선진국에서도 우경화를 부추기는 인물과 집단의 힘이 계속 커지고 있다.


미국의 핫이슈 트럼프 후보, ⓒVoice of America


 우리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우리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삶, 사람이 기본적인 권리를 존중받으면서 내일을 웃으면서 마주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공동체 정의를 겉으로 말하지만, 모두 지극히 개인적인 이기심으로 오늘 눈앞에 놓인 선택지를 고른다.


 불과 2주를 남겨둔 한국의 4월 총선은 좌우 사상이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를 결정하는 문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빵을 들고 배불리 먹여주는 존재보다 총을 들고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아 풍족하게 해주는 사람을 지지한다. 우리는 이성적으로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굉장히 본능적인 선택을 한다.


 이 글을 쓰는 토요일 다음 메인 화면에서 '빚 갚기 턱없이 부족한 소득, 가계 부채 소득의 1.5배'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빚을 권하는 사회는 이명박 정부 이후 박근혜 정부가 집중적으로 추진했다. 그들은 지지기반인 부유층과 기득권을 위해서 악착같이 서민의 등을 파먹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말은 '4대강 사업을 통해서 일자리를 늘리고, 물이 부족한 지역을 위해서 물을 공급한다', '창조 경제와 노동 개혁을 통해서 서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든다.'는 겉보기 좋은 홍보를 했다. 잘 먹고 잘살고 싶은 욕심에 눈 어두운 사람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거다.


 지금 우리의 삶은 어떤가. 나아졌는가. 많은 사람이 빚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하고, 도저히 빚을 갚을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남보다 더 잘사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경쟁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남의 것을 빼앗아 내가 가지기를 원한다. 이게 살아가는 방식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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