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극장 고수리 작가의 가슴 뭉클한 에세이
- 문화/독서와 기록
- 2016. 3. 22. 07:30
고수리 작가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 에세이,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누구나 특별해지고 싶어 한다. 한 사람의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사랑을 하고, 주변에서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을 원한다. 특별함은 우리가 인생에서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우리가 지금 살아가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모두 각자 특별한 인생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 사회는 자신의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특별함을 찾는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좋은 시험 성적이 없으면 '못난 아이'로 취급받고,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기업에 취업하지 못하면 '실패자'로 취급받기 때문에 우리는 늘 특별함에 목말라 있다.
우리는 언제나 평범한 수준에 그치고, 특별하다고 말할 수 없는 흘러가는 삶에 괴로워한다. '왜 나는 잘생기지 못했을까', '왜 나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못했을까', '왜 나는 일류대학에 가지 못했을까' 같은 생각을 하며 인생에서 어느 것도 눈에 띄게 잘하지 못하는 자신을 스스로 자책한다.
그렇게 자책할 필요 없다. 우리의 인생은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한다고 해서 특별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 속에서 하고 싶은 일, 사랑하는 사람 등 가치를 발견해야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삶을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의 첫 장에서 아래의 글을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 방송을 끝내고 돌아오던 퇴근길. 열띤 연애가 끝난 듯 맘이 홀가분했다. 그리고 두려움이 몰려왔다. 여전히 특별한 것 하나 없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때 문득 인간극장 출연자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데 어떻게 방송에 나가냐는 출연자의 물음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딱 20일만 일상을 지켜보세요. 우리가 주인공이고, 우리 삶이 다 드라마예요."
우린 미처 잊고 살았지만 삶의 무대에서 누구 하나 주인공이 아닌 사람이 없었다. 그저 좋아서 하는 일, 소박하게 살아가는 일상, 웃는 목소리에 느껴지는 진심, 따뜻한 말 한 마디에 벅찬 행복, 먹먹한 눈물에 담긴 희망. 그런 소소하지만 소중한 가치들을 알아볼 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진솔한 삶이 펼쳐졌다. 그랬다. 살아가는 우리는 별로 특별할 것 없는, 가장 평범한 주인공들이었다.
(본문 14)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노지
우리는 모두 삶의 무대에서 누구나 다 주인공이다. 우리가 오른 자신만의 무대에서 평범한 주인공이지만, 특별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번에 읽은 KBS 인간극장 작가였던 고수리 작가의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에세이는 특별해야 한다는 말에 상처받은 우리를 토닥여주는 글이었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가슴이 뭉클해 젖은 눈물이 시야를 흐리게 했다. 대학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연속된 강의가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 동안, 짧게 1시간이 비는 공강 시간 동안 책을 읽었다. 글은 한 편, 한 편 금방 읽을 수 있었지만, 글의 여운은 게속 가슴에 남아있었다.
글은 참 대단한 힘을 가진 것 같다. 나도 언제나 글을 쓰면서 책을 소개하고,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불편한 사실을 말하고, 내가 겪었던 경험과 지금도 아픔을 느끼고 있는 마음을 적는다. 단지 그렇게 글로 생각과 마음을 옮겨보는 것으로 우리의 삶은 무채색에서 색을 더해 특별함을 가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고수리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책의 귀퉁이에 짧은 글을 적었다. 그 글들은 고수리 작가의 글에서 읽은 떠오른 내 이야기이기도 하고, 책을 읽다가 문득 마음속에서 솟아난 이야기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다친 마음을 돌아보고,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마음에 온기를 더하는 일이 이런 게 아닐까?
차가운 다세대 시멘트 건물에서 나와
잠시 밤하늘을 올려다 보면
이곳 도시에서도 별이 보인다
비록 애니메이션과 동화에서 보는 것처럼
무수히 많은 별이 모인 은하를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올려다 본 밤하늘은 별들이 아름답게 반짝였다.
그 별들은 마치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나는 여기 있어' '너를 보는 내가 있어' '혼자가 아니야'
공허한 마음에 찬 바람이라도 쐬고자 나온 내 마음에 밤하늘의 별이 채워지는 것 같았다.
(지은이 : 노지)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노지
윗글과 사진은 책을 읽으면서 적어본 글이다. 괜히 글을 잘 쓰지도 못하면서 문학청년 흉내를 내보았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나만의 글을 쓰면서 마음을 돌아보고, 다른 생각을 해보는 일이 대단히 즐겁다. 비록 작가의 의도와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게 가슴으로 하는 책 읽기가 아닐까?
고수리 작기의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는 거리가 무척 가깝게 느껴졌다. 대단히 높게 성공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바라보며 강한 비전을 말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인간극장을 촬영하며 겪었던 사는 이야기와 저자 고수리 작가가 겪은 사는 이야기는 우리가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오늘을 살아가는 일이 무척 행복한 사람도 있겠지만, 무척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는 더욱 특별함을 갈구하고, 특별한 권력과 자본이 없으면 한가롭게 숨을 쉬면서 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너도나도 특별해지고자 아등바등 싸우며 살고자 한다.
그런 싸움을 지독하게 이어나가야 하는 삶은 괴롭다. 특별함만 쫓으려 하면, 우리는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우리가 입은 상처는 언젠가 자신도 모르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상처는 언제나 돌고 돌아서 다시 우리에게 온다. 사람의 삶은 항상 그런 법이다.
봄비가 오는 오늘, 문득 삶의 후회가 들어 상처받은 마음을 끌어안고 혼자 괴로워하고 있을 사람에게 이 책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를 추천해주고 싶다. 수리수리 마수리 고수리 작가가 들려주는 가슴 뭉클한 사는 이야기는 상처받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줄 것으로 믿는다.
어두운 게 나쁜 건 아니다. 우리가 부정적이라고 느끼는 우울함, 죽고 싶다는 마음 같은 것들은 유독 이상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살아가는 누구나 한 번쯤은 어둠에 홀리고, 죽음을 떠올리기도 한다. 어둠은 해가 지면 찾아오는 짙은 밤처럼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분이다. 우리는 언제라도 어둠 속에 머무를 수 있고, 원한다면 그곳에서 내내 깊은 잠을 잘 수도 잇다,
예전의 나처럼, 그리고 청년처럼, 어둠 속에서 머물러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괜찮다고. 다만 잠시만 그곳에 머무르라고. 어둠 속을 걷다보면 어딘가에서 당신을 이끌어 줄 빛을 만날 거라고.
어둠 속이 너무도 희미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가 있으니까. (본문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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