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 안드레아스가 놀란 한국 대학의 수업 방식
- 시사/학교와 교육
- 2016. 1. 29. 07:30
아직도 일방통행으로 이루어지는 한국의 교육 문화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가게 되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연애나 자취 같은 소소한 일이 아니라 새로운 수업이었다. 고등학교에서 오로지 수능 시험을 위해서 들었던 한 방향으로 흐르는 수업이 아니라 어떤 주제를 놓고 활발하게 토론을 하는 수업이었다.
보통 자료 화면으로 보여주는 외국 대학교의 모습은 대체로 그런 수업이 많았고, 나는 당연히 한국 대학도 그런 수업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동안 무조건 받아쓰기 형식으로 공부해야 했던 고등학교의 수업 방식에 진절머리가 나 있었는데, 이제 좀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대학교에서 듣는 수업은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선생님의 말씀을 받아쓰기 형식으로 받아 적으면서 공부해야 하는 초·중·고등학교 수업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준만 조금 더 높아졌거나 내가 좋아하는 과목을 들을 뿐, 고등학교 수업의 연장선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내가 다니는 대학교가 서울의 명문대학교가 아니라 지방의 작은 대학교인 탓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EBS 채널에서 보여준 서울에 있는 명문대를 비롯한 몇 대학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은 내가 기대했던 수업은 '스타일을 그렇게 정한' 외국 교수의 수업이 아닌 이상 기대할 수가 없었던 거다.
멍청하다는 생각 안 들어요?, ⓒ비정상회담
일방적인 수업 진행이 이상했다, ⓒ비정상회담
지난 월요일(25일)에 방영된 <비정상회담>에서 그리스 비정상대표 안드레아스가 한국에 와서 놀랐던 일 중 하나로 한국 대학의 수업 방식을 언급했다. 아주 짧게 언급이 되었지만, 일방통행 수업에 놀랐다고 말한 안드레아스의 지적은 분명히 많은 외국 유학생이 공감하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이 던진 "한국 교육제도를 보면 멍청하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이라는 화제는 분명히 우리도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다. 나는 대학교에서 교양 수업으로 정치와 사회·과학 부분을 들었는데, 그나마 이 수업은 어느 정도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전공과목과 다른 교양 수업은 모두 한결같이 고등학교 수업의 연장에 지나지 않았다. 그냥 고등학교의 내용에서 배운 사건을 조금 더 어렵게 설명하고, 어렵게 답해야 하는 과정에 불과했다. 나는 이런 일방통행 수업을 벗어날 수 있다고 기대했는데, 찬물은 끼얹은 것처럼 재미가 전혀 없었다.
도대체 내가 왜 암기만 해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우리 한국 교육에서 나타나는 심각한 부작용의 사례인 학교 폭력의 심각한 잔인성은 언제나 일반적으로 어른의 의사를 강요하기 때문이다.아이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들으려고 하지 않고, 어른의 고집만 부리니 항상 엉망인 것이다.
전공을 중요시하는 독일, ⓒ비정상회담
물론, 전공과목 중 일부는 암기가 필요할 것이다. (외국어는 특히 더.) 그런데 대학에서 듣는 많은 과목이 그냥 교수님이 수업 때 해주는 말을 그대로 기억해야 하는 암기 과목에 지나지 않는다. 시험도 얼마나 교수님의 말을 잘 기억했다가 그대로 요점을 정리해서 정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런 시험과 교육제도가 창의적 인재를 만들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멍청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런 교육 방식과 제도는 단지 점수만 좋을 뿐인, 생각하지 못하는 인재를 만들어 내는 데에 그친다. 이미 한국 대학은 배움의 시각을 넓히는 게 아니라 좁은 시각 그대로 유지한 채,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작은 관문으로 전락해버렸다.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그냥 쉽게 점수를 받을 수 있으면 그만이고, 대학교수 중 일부도 임시직이라 큰 문제 없이 한 해가 넘어가면 그만이다. 대학 운영재단은 그냥 취업률 홍보만 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니 어찌 썩지 않을 수 있을까. 교수 비리, 재단 비리, 학생 군기… 가지가지다.
애초에 인성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하는 시점에서 그저 암기해서 그대로 베껴쓰기를 하는 교육 제도는 얼마나 멍청한가. 사람 개인의 의견이 존중받지 못하고, 오로지 한 명의 어른이 중심이 되어 일방적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수업에서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는 길러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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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는 대학에 복학이 예정되어 있다. 솔직히 가기 싫었다. 고등학교 수업의 연장선에 불과한 대학교에서 어떤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고 기대할 수가 없었다. 일본어를 좋아하고, 자신이 있어서 그나마 숨통이 트이지만, 다른 과목은 '암기'라는 단어를 천 번 이상 반복하는 수업이다.
과연 올해는 암기에서 벗어나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수업을 찾을 수 있을까? 애초에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걱정하며 '왜 다녀야 하는 걸까?'는 이유도 모른 채 대학에 다니는 시점에서 나는 그런 기대를 오래전에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 교육의 연장선에 있는 대학교에서 분위기가 달라지길 기대했던 내가 어리석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교육 분야만 아니라 정치와 사회, 경제 각 분야에서 한국은 언제나 일방적인 의견 수렴을 통한 시스템의 기능 유지를 중시하고 있다. 아직 부딪히고 있는 국회 개정안과 관련 법안이 그렇다.
우리가 이런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초등학교부터 시작하는, 아니, 좀 더 일찍 가정 교육에서 시작해서 대학교와 대학원까지 이어지는 틀에 박힌 생각을 형성하는 교육에 원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유'를 갈망하거나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고민에 빠지는 사람이 많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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