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아니라 가슴으로 기억하기
- 일상/사는 이야기
- 2015. 10. 28. 07:30
우리는 데이터로 저장하는 게 아니라 추억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
사람이 무엇을 기억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최근 현대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 촬영을 통해 데이터로 남겨두는 일이다. 스마트폰은 확실히 우리가 무엇을 데이터로 처리하여 기록하는 데에 도움을 줬지만, 스마트폰 때문에 잃어버린 것도 있다.
그것은 바로 마음이다. 이전에 우리는 지나고 나면 사라질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 두 눈을 또렷이 뜨고 보았던 것을 이제는 너무나 가벼운 마음으로 본다. 어차피 동영상으로 촬영하거나 사진으로 찍어서 다시 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시간이 지나 동영상과 사진으로 보면 상당히 허무하다.
분명히 그 당시에는 재밌거나 특별한 순간이라고 생각해 기록했을 텐데, 데이터로 처리한 동영상과 사진으로 보면 그런 게 하나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감정의 사라짐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은 어떤 추억을 기억할 때, 언제나 기억과 감성을 섞는다. 그래서 추억이 된다.
주인을 기다리는 개, ⓒ노지
그런데 스마트폰은 그런 게 없다. 오로지 사실관계를 명백히 기록한 데이터로 치환할 뿐이다. 얼마 전에도 한국의 한 피아노 연주자가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동영상이 페이스북을 통해 퍼진 적이 있었다. '훌륭하다.'는 말을 하더라도 우리는 그 자리에 없었기에 그 이상은 느낄 수 없다.
세상의 모든 게 마찬가지다. 우리는 언제나 직접 눈으로 보아야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고, 직접 체험해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에 너무나 쉽게 세상을 대하고 있다. '어차피 나중에 다시 돌려보면 된다.'는 생각이 지나고 나면 과거일 오늘의 가치를 모르는 거다.
그래서 함부로 소중한 기억을 대하는 사람이 많다. 이전에 한 책을 통해서 스마트폰으로 아이의 재롱잔치를 기록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일이라는 문구를 읽은 적이 있다. 눈으로 보면 가장 선명하고 깨끗한 화질인데, 눈으로 보지 않고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보는 걸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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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맞는 말이다. 분명히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해 남겨두고, 나중에 다시 되돌려 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기록하고 싶은 그 순간은 눈으로 볼 때 진짜 가치를 발하는 법이다. 오죽하면 여행을 떠날 때 고가의 카메라는 들고 갈지 말라는 말이 있을까.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솔직히 눈으로 감상하는 것을 잊었던 것 같다. 불꽃놀이 축제가 있을 때, 그냥 눈으로 '와, 멋지다.' 하면서 감상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의 렌즈 혹은 DSLR의 렌즈로 투과된 풍경을 바라볼 뿐이다. 사진을 남겨두는 건 멋진 일이지만, 그냥 눈으로 즐기는 것도 멋진 일임을 잊고 있었다.
그러니 오늘은 잠시 스마트폰의 렌즈를 먼저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바라보자. 그냥 바라보는 것 또한 컴퓨터의 데이터로 남기는 것만큼 가슴 속의 추억으로 남기는 중요한 과정이다. 데이터는 한 번 사라지면 복구하기 힘들지만, 추억은 언제라고 다시금 우리가 떠올릴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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