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졌다는 것을 여기서 느낍니다.
- 일상/사는 이야기
- 2015. 10. 24. 07:30
일상 속의 풍경을 눈으로 감상하며 사진으로 담아보세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지만, 솔직히 내가 가을의 정취를 즐기는 일은 별로 없다. 책 읽기 좋은 계절이라는 말에 맞게 높이 솟은 가을 하늘 아래에 서 있으면, 나도 모르게 '오늘은 딱딱한 책이 아니라 한 편의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그래서 가을은 책 읽기 좋은 계절이라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정겨운 이야기가 아니라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면, 우리는 가을임에도 초여름 못지않은 더위를 느끼고 있다. 과학적인 원인에 의하면 지구 온난화로 지구의 평균 온도가 상승했기 때문에 이런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게 상당히 아쉽다.
그래도 우리는 아직 자연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언젠가 가을과 봄이 없어지고, 여름과 겨울만 남는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는 가을과 봄을 느낄 수 있다. 지금 거리를 나가보면 단풍이 색색 들고 있어 가을의 깊은 냄새가 난다. 아무리 이런 나라도 가을을 가슴으로 느끼는 순간이다.
가을 풍경, ⓒ노지
가을 풍경, ⓒ노지
가을 풍경, ⓒ노지
이런 가을을 즐기는 데에는 무언가 큰 것이 필요하지 않다. 그냥 작은 시간만 있으면 충분하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가까이 있는 공원을 걸어보거나 산에 올라가 보거나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면 된다. 단지 그것만으로 우리는 바깥의 가을을 가슴 안의 소중한 한 컷으로 남길 수 있다.
위에서 볼 수 있는 사진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찍은 가을의 풍경이다. 완전히 단풍이 들어버린 풍경이 아니라 단풍이 들고 있는 풍경이라 더 아름답고, 어릴 적에 배웠던 수채화 풍경 미술의 과정이 비로소 이해가 된다. 단 하나의 녹색이 다채로운 색깔로 바뀌는 모습은 지금도 신기하게 느껴진다.
고가의 카메라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지금 손에 쥔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이 정도의 경치를 담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남과 다른 가을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내가 타고 온 자전거 혹은 내 가방에 들어있는 책으로 사진을 찍어보자. 바로 그 사진이 올해 내 최고의 가을 사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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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사진을 찍는 데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사진은 어디까지 시간이 지난 후에 그때 무엇을 보았는지 기록하는 일이다. 그때 '단풍이 정말 아름다웠다.'이라는 말을 되새길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카메라로 찍는 것보다 눈으로 즐기는 게 먼저다.
종종 많은 사람이 이런 사실을 놓쳐버린다. 그래서 눈과 귀와 코로 즐기는 것보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기록하는 데에 급급한 사람이 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 아무런 감동도 없는 사진을 보다가 '에이, 별로다.'라면서 사진을 지운다. 그것은 좋은 추억이 되지 못한다. 그냥 낭비일 뿐이다.
그러니까 가을이 깊어진 것을 느끼고 싶다면, 멋지고 특별한 사진을 찍고자 하는 욕심은 버리자. 그냥 우리가 지나가는 일상 속의 사진이 가장 멋지고 특별한 사진이다. 오늘 주말을 맞아 일부러 멀리 가지 않고, 바로 가까운 곳의 단풍을 소중한 사람과 즐겨보자. 그게 가을을 즐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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