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패배주의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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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주의 대신 자긍심을 위해서 국정 교과서가 필요하다구요?


 박근혜 정부가 국정 교과서에 가지는 집착이 날이 가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많은 시민이, 많은 대학생이, 많은 중·고등학생이, 많은 교수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음에도 박근혜 정부를 지지하는 세력은 한국의 절반 이상의 시민을 가리켜 '좌빨'이라면서 손가락질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나는 박근혜 정부가 이렇게 창조적인 줄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할 때 '창조 경제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습니다.'는 취지의 말을 했는데, 경제는 살리기는커녕 한국의 많은 시민이 잊은 쓴웃음과 허탈한 웃음은 충분히 살려냈다고 생각한다. 정말 기가 막힌 창조적인 정치였다.


 오죽하면 네티즌 사이에서 '이제는 허경영이 정상으로 보일 지경이다.'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바보 같은 에피소드로 '개그맨'이라는 호칭이 붙었던 허경영의 말과 행동이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의 허황한 말을 듣는 것보다 더 낫다는 자조 섞인 한탄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서울대도 반대, ⓒ오마이뉴스


 현재 국정 교과서에 대한 의지를 조금도 굽히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은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정통성과 자긍심을 길러주기 위해서 국정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패배주의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다르다. 도대체 박근혜 대통령은 무엇을 패배주의로 보는 걸까.


 개인적으로 추측해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 우리나라가 일본에 식민지로 시간을 보내면서 겪은 갖은 수탈과 독재 시절에 겪은 후퇴한 정치와 사회가 패배주의로 보였지 않나 싶다. 그때 분명히 한국은 근대화를 기틀을 다졌고, 경제 성장을 위해 소수를 희생한 과감한 선택을 했다고 볼 테니까.


 오랫동안 친일에 몸담았다가 독재 정권 시절에 교묘하게 물을 갈아타면서 부와 권력을 축적한 세력은 모두 다 그렇게 말한다. '나라를 위한 결단'이었고, '다소 힘들기는 했지만 일본 덕분에 우리는 성장했다'고 에둘러 변명을 하면서 자신이 벌인 갖가지 만행이 "열심히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땐 다 그랬다."고 말한다.


진상필 "뭐가 열심히 사는 겁니까!", ⓒ어셈블리


 드라마 <어셈블리>를 보면, 국무총리에 반대하는 진상필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통해서 국무총리 임명을 저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당시에 다운 계약서와 함께 갖은 비리를 저지른 국무총리가 말했던 '열심히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 것에 강력히 반발하며 소시민의 삶을 들려준다.


"뭐가 열심히 사는 겁니까. 약삭빠르고 꼼수 피우고 그게 열심히 사는 겁니까. 이 사람들이 열심히 사는 겁니다. 법 안 어기고 아등바등 사는 이 학생들의 엄마 아빠들이 열심히 사는 겁니다"


 나는 진짜 '패배주의'라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돌아보지 못하고, 뉘우치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고, 부정하는 지금의 그 모습이라고 한다. 사람은 살다 보면 누구나 다 잘못하기 마련이다. 그 잘못을 통해 다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사람이다. 그게 진짜 앞을 바라보는 방법이다.


 패배주의자는 자신이 한 잘못을 부끄러워하면서 잘못을 숨기기만 한다. 그리고 잘못을 저지를까 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새로운 일을 하더라도 진작 잘못될 것만 예상하며 교묘하게 술책을 써서 최대한 자신의 과오가 드러나지 않게 한다. 이게 패배주의자다. 과연 패배주의에 빠진 건 누구인가?


ⓒ아이엠피터


 한국에서 노벨 과학상 후보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자 정부는 노벨 과학상 후보자를 위한 투자를 한다고 했다. 나는 이 소식을 듣고 코웃음을 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노벨 과학상 후보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투자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패배주의. 한 번 실패하면 완전히 인생이 쫑 나버린 것으로 취급하는 한국 사회에서 수없이 실패를 반복해야 하는 과학에서 뛰어난 인재가 나올 수 없다. 과학만이 아니라 스타트업 부분에서 성장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이유도 똑같다. 두 번째 기회를 주지 못하는 제도와 환경적 어려움 때문이다.


 정치와 역사도 마찬가지다. 패배주의에 빠져서 잘못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면, 결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올바른 역사를 똑바로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남한테 말하기 부끄러운 친일이고, 독재라고 하더라도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더 나은 오늘을 만들 수 있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김무성을 비롯한 새누리당 여러 정치인은 왜 그렇게 패배주의에 빠져있느냐고. 당신들이 말하고 부정하는 진실을 마주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패배주의이며, 한국의 발전에 결코 이바지하지 못하는 것을 정녕 모르는 것이냐고.


 그리고 말하고 싶다. 진짜 패배주의는 잘못을 똑바로 마주하지 못하는 것이고, 자긍심을 위해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더 나은 한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노벨 과학상 후보가 될 수 있는 인재를 만들어? 역사 교과서를 통해 자긍심을 고취해? 개소리하지 마십시오.


 한국이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정치적 한계와 모순을 넘는 데 필요한 것은 불편한 과거를 똑바로 마주하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다. 지금처럼 패배주의에 빠져서 얄팍하게 역사 교과서를 고치려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나마 나아가는 한국에 흙을 뿌리는 일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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