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 보인다', 한 가지만 버려도 인생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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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야만 볼 수 있고, 알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말하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대형마트에 혼자서 장을 보러 간다. 내가 장을 보러 가서 사는 물품은 대체로 인스턴트 라면, 인스턴트 카레, 우유, 시리얼, 냉동식품 등 혼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식료품이 대부분이다. 어머니와 함께 살지만 365일 중 330일 정도는 늘 혼자서 밥을 먹기 때문이다. (아침 제외)


 그런 까닭에 나는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마다 '오늘은 4만 원만 쓰자!'는 작은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막상 장을 보다 보면 빵 굽는 냄새에 이끌려 '얼마 안 하니까 하나만'이라며 담고, 야구를 보거나 글을 쓸 때 간식용으로 먹을 과자를 몇 개 담다 보면 종종 4만 원의 금액을 초과할 때가 있다.


 이미 계산대에서 물건을 빼서 다시 갖다 놓을 수도 없으니 그대로 구매해버리는데, 집으로 와서 생각해보면 굳이 사지 않아도 될 과자를 샀다는 일에 꽤 후회할 때가 많다. 단지 '먹고 싶다'가 아니라 '먹을지도 몰라'이라는 그 안일한 판단을 세운 욕심을 버렸으면, 내 예산은 초과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런 장보기는 우리가 일상에서 '욕심이 가장 쉽게 드러나는' 한 개의 사례다. 우리는 장보기를 할 때만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면서도 지나치게 많은 것을 손에 넣으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늘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넘게 되고, 지나치게 욕심의 기준을 맞추려다 심하게 고꾸라져 일어서지 못한다.


욕심의 대표적인 예가 복권, ⓒ노지


 우리는 지금 손에 쥐려고 하는 것 중 정말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서 필요하지 않은 것을 버릴 필요가 있다. 한 가지만 버려도 우리는 좀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가 목표로 하는 깃발이 있는 곳에 전력 질주로 달려나가면서 내 몸의 땀을 식혀주는 바람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오늘 소개할 책 <버려야 보인다>는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의 저자 앤디 앤드루스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세계의 흩어진 인물 48명이 직접 자신의 인생을 바꿔 놓은 '버려야 할 한 가지'를 말하는 책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짧은 에세이는 내가 버려야 할 것을 고민하게 해주었다.


 책을 읽는 동안 생각했던 '내가 버려야 할 것'은 지나치게 체계적으로 어떤 목표를 이루겠다는 욕심이 아닌가 싶다. 솔직히 나는 20년 후를 상상하며 인생 계획서를 쓰라는 일부 사람들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면서 비판하지만, 나는 오늘 하루와 한 달의 계획을 조금 지나치게 세울 때가 많았다.


 내가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서 목표를 세우고,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기 위해서 계획을 세웠던 것이지만 언제부터 계획이 나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내가 계획을 씹어 먹어야 했는데, 오히려 계획에 잡아먹히면서 즐기지 못하는 하루를 이어가면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불평했었다.


버려야 보인다, ⓒ노지


 그러나 생각해보면 꼭 오늘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있었고, 지나치게 계획을 세운 탓에 실천하지 못해서 괴로워할 때도 있었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은 꼭 해야 할 일이지만, 인터넷 서점 블로그와 브런치를 비롯한 다른 곳에도 매일 글을 발행하자는 계획은 그냥 욕심에 불과한 일이었다.


 내가 하는 일은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이고, 그 글을 쓰면서 시간이 있을 때마다 인터넷 서점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다른 곳에 글을 썼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자유롭게 하는 게 아니라 형식적으로 계획표에 따라 매일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휘둘리면서 아이디어를 고민했다.


 글을 작성하는 데에는 분명히 마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에게 채찍질하는 계기가 되어 좋은 글을 작성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자유롭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는 가벼운 마음이 없으면 절대 좋은 글을 쓸 수가 없다. 나는 그 점을 간과하고, 나에게 지나친 욕심을 품고 있었다.


 책에서 "미리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지만, 생각 없이 일을 시작하는 것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상상력을 일깨운다."는 말이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토요일마다 꼭 인터넷 서점에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그냥 글을 쓰고 싶을 때 쓰기로 했다. (횟수는 정해 놓았지만. 일주일에 1번.)


운영 중인 인터넷 서점 블로그, ⓒ노지


 가끔 우리는 지나치게 '나는 완벽해야 한다.'는 완벽주의 콤플렉스에 빠질 때가 많다. 내가 계획을 세웠던 이유는 그냥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서'라는 목표 때문이었지만, 언젠가 계획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에 시달리면서 과정을 즐기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쩌면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한 게 아닐까? 완벽주의는 우리가 자연스럽게 몸에 익힌 하나의 습관이다. '공부해야 성공한다.'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으면서 자란 우리는 그렇게 공부를 하면서 계획과 완벽해야 한다는 함정에 빠져 내가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라 계획에 따라갔었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이 정한 인생 계획에 따라가려고 했다. 내가 계획을 실천하지 못해서 내 손에 하나라도 쥐지 못했다면, 타인이 나를 비웃는 것 같아 무서울 정도로 우리는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완벽에 대한 환상과 욕심 하나만 버리면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는데 말이다.


내가 최연소 사업가가 된 비결


다른 사람들이 나를 비웃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버려야 한다. 다행히 나는 잼 만드는 것을 친구들이 비웃지 않을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집에서 빵을 굽거나 요리하는 남자아이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잼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계집애 같다고 놀림을 당하면 어떡하지? 왕따를 당하면 어떡하지?'

하지만 남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기로 했다. 나는 잼을 만들어 선생님들에게도 팔고 이웃을 돌며 집집마다 팔기도 했다. 사실 나를 비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용돈까지 버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오히려 아주 멋진 녀석이라고 칭찬해주었다. 잼을 만들어 팔면서 나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것, 남들이 뭐라 하건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소신대로 살아가는 것.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타인의 시선에 노예가 되어 살다가는 자신의 꿈을 좇지 못하는 인생,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사람이 되지 못하는 초라한 인생으로 남을지 모른다. (p164)



 버려도 아무렇지도 않은 것을 우리는 굳이 끝까지 매고 달릴 필요 없다. 내가 걷는 길의 풍경을 돌아보면서 시원한 바람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무거운 가방을 양손에 들고 가는 것은 멍청한 일이다. 가방을 풀어보면 분명히 한 가지 정도 버릴 게 들어 있기 마련이다.


 내가 손에 쥔 짐 중에서 버려야 할 짐은 내 그릇에 맞지 않는 탐욕일 때도 있고, 내가 제자리걸음을 하게 하는 두려움일 때도 있고, 내가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성적 욕구일 때도 있다. 나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버림으로써 우리는 과거에 내가 넘지 못했던 벽을 넘을 수 있다.


 나다운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괜히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이것저것 '내가 가져야 할 품목'과 '내가 실천해야 하라 계획'을 추가하지 말자. 나처럼 계획을 씹어 먹으려다 어느 순간에 계획에 내가 잡아 먹히는 순간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마지막으로 <버려야 보인다> 책을 읽는 동안 개인적으로 정말 인상 깊게 읽은 이야기 일부분을 남긴다. 이 글이 친구가 지나치게 많다면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이정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진정한 친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면 둘 중의 한 명꼴로 이런 식의 대답이 돌아온다.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죠."

곧장 고개를 끄덕인 사람이라면 특히 이 말에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우리가 진정한 친구에게 원하는 게 정말 이것일까? 다른 어떤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을 경험과 감정을 기꺼이 함께 나눌 친구에게 기대하는 것이?

이 점을 명심하라. 당신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무조건 받아준다는 것은 당신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와 같다.

생각해보라. 당신에게 정말 소중한 누군가가 있다면, 당신은 그 사람이 그저 그렇고 평범한 성과를 거두기를 원하는가? 아닐 것이다! 당신은 그 사람이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무언가를 얻기를 바랄테고, 최대한 높은 기준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길 원할 것이다.

모름지기 진정한 친구는 무조건 고개를 끄덕여주는 '예스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친구란 당신을 응원해주고 기쁜 일이 있을 때 축하해주는 존재다. 하지만 당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눈감아버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해줄 줄도 알아야 진짜 친구다. 당신이 스스로 발전을 가로막거나 삶을 망칠 수도 있는 행동을 할 때 그것을 말해주는 사람이야 말로 진심으로 생각하고 아끼는 사람이다.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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