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치명적인 소리에 중독되었다

소리와 떨어지고 싶지 않아 스마트폰을 손에 쥐는 사람들

 우리는 하루 동안 몇 가지의 소리를 들을까? 아침에 눈을 뜨게 만들어주는 스마트폰의 알람 소리, 샤워를 하기 위해서 들어갈 때 여는 욕실의 문소리, 샤워기를 틀면 나오는 물소리, 샴푸로 머리를 감을 때 나는 소리, 화장실에서 변기의 물을 내리는 소리, 아침을 먹기 위해 냉장고를 여는 소리… 등 얼마나 있을까?

 아침에 눈을 뜬 것으로 우리는 이미 열 가지가 넘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우리는 지나치게 많은 소리가 있는 도로로 나가 소음에 시달린다. 자동차 경적 소리, 경전철이 지나가며 내는 소리, 아침부터 싸우는 사람들의 소리, 직장 상사와 후배를 욕하는 소리 등 다양한 소음이 우리를 맞이한다.

 그런 소음에서 귀를 막고 싶어 우리는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꽂고, 최신 가요 혹은 클래식 음악 때때로 영어 단어가 들리는 스피커를 귀에 꽂는다. 그렇게 우리는 또 다른 소름으로 우리의 귀를 막고 빛 바란 풍경으로 들어가 우리 자신을 찾을 수 있는 풍경에 스며든 하나의 그림이 되어버린다.

우리가 생활하는 풍경

 우리는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막으면 소음이 들리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듣기 싫은 소음을 듣기 좋은 소음으로 덧칠한다고 해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진짜 소리는 소리가 없을 때 비로소 들을 수 있다.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는 언제나 형형색색의 소음을 내는 기계에 둘러싸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을비가 땅을 적시고 나서 비록 온도가 조금 떨어졌다고 해도 여전히 돌아가는 에어콘, 차가운 얼음을 정기적으로 만들어내는 얼음 정수기, 아직 창고에 넣기 아쉬운 선풍기… 열 손가락을 넘어간다.

 이런 소리를 내는 기계의 전원을 가능한 꺼보자. 잠시 기계의 전원을 끄는 것으로 우리는 기계의 소리에 감춰졌던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의 발소리, 남몰래 한숨을 내쉬는 동료의 숨소리, 형광등에 몸을 부딪치고 있는 길 잃은 벌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풍경 속의 소리, ⓒ노지

 이윽고 점점 우리 귀는 우리가 소음 속에서 듣지 못한 진짜 소리를 듣게 된다. 바로 얼굴을 들면 보이는 산에서 나뭇잎이 바람에 흩날리며 만드는 소리, 가을비가 여름의 더위를 적시면서 '이제 너는 물러갈 때가 됐어.' 하고 말을 건네는 소리, 그리고 내 몸의 기관이 활동하는 소리가 서서히 들린다.

 어두운 방 안에서 그런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우리는 굳게 잠겨있던 마음속의 문 하나를 열 수 있게 된다. 그 문의 팻말에는 '고독'이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리는 우리가 외면했던, 혹은 귀를 괴롭히던 소음 속에서 잊고 있던 내가 듣고 싶었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인터넷에서 늘 검색을 하면서 마음에 드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듣고 싶어하는 소리는 우리가 소리를 멈추었을 때, 세상이 만드는 혼잡한 소음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들을 수 있었으니까.

 우리는 소리에 중독되었다.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소리가 아니라 늘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치명적인 소리에 중독되었다. 사람으로 가득 찬 도시를 걷노라면,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끊이지 않고 소리가 들려온다. 모두 표지판을 자처하지만, 모두 우리를 미아로 만드는 소리다.

 잠시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공원을 찾아도 공원에 달린 스피커에서는 알지도 못하는 클래식 음악이 소음을 만들어낸다. 클래식은 좋은 음악이지만, 그때는 소리 없는 세상을 방해하는 소음일 뿐이다. 우리가 들어야 하는 소리는 자연이 만드는 소리이고, 그리고 우리 마음속에 있는 소리여야 한다.

 소리를 듣기 위해서 소리에 의존하지 말자. 소리에 중독될수록 우리는 소리를 점점 더 들을 수 없게 된다. 단맛에 중독되면 단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소리 중독에서 벗어나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오늘날 치명적인 소리에 중독된 우리에게 말한다. 소리를 잠시 멈춰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