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보낸 것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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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는 한, 이 세계는 언제까지 다채롭게 빛나겠지."


 우리는 종종 어떤 음식을 먹을 때 '그리운 맛이 난다.', '왠지 고향의 맛이 느껴져.' 같은 표현을 통해서 음식의 맛을 표현할 때가 있다. 사람은 언제나 바쁜 일상 속에서 옛날의 일을 잊은 채로 지내지만, 언제나 쉽게 옛날의 향수를 다양한 감각으로 느끼면서 잠시 추억에 빠지는 그런 생물이다.


 그래서 사람은 추억으로 만들어지는 생명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추억이 없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테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악질적인 범죄자도 알고 보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장소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았던 한 페이지에서 '애틋하다.'고 말할 수 있는 추억을 가졌을 수도 있다.


 과거를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일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즐거움 중 하나다. 어릴 적에 함께 놀았던 친구를 기억하고, 아빠와 엄마와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하고, 처음으로 해 보았던 사랑을 기억하고, 특별한 장소를 기억하는 일은 지친 일상 속에서 짧은 따뜻한 미소를 머금은 눈물을 만드니까.


 가만히 어릴 적의 나를 돌아보면 나도 그런 몇 개의 추억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있는 것 같다.'는 추상적인 말을 사용할 수밖에 이유는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다시 꺼내어 보고 싶은 기억을 찾으려고 해도 그저 흑백의 풍경밖에 보이지 않아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화이트 앨범2


 갑작스레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한 이유는 이번에 읽은 소설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보낸 것>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의 중심은 '과거에 흩어진 조각'들이 비로소 퍼즐을 하나둘 맞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괜히 어렵게 '과거에 흩어진 조각'이라고 말했지만, 쉽게 말하면 추억 같은 거다.


 추리 소설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인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보낸 것>에서는 과거 타비토를 납치했던 형사 시라이시 타카노리의 회상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그는 경찰청에 들어와 권력의 장기말로 움직이면서 벌인 일을 타비토 앞에서 이야기하게 된다.


 물론, 쉽게 타비토에게 그런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납치를 당하자 타비토가 자신에게 복수를 하려고 했다고 생각해 요코를 납치했는데, 알고 보니 범인은 과거 18년 전에 벌인 사건과 연관되어 있던 야쿠자 쿠마가이가 그의 아들을 납치했었다. 게다가 요코까지 그 녀석에게.


 그래서 시라이시는 타비토를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하고, 자신이 알던 모든 사실에 관해 털어놓는다. 히구라시 타비토는 즉시 요코를 찾기 위해서 쿠마가이가 있는 장소에 향했고, 그곳에서 겨우 요코와 쇼이치(시라이시의 아들)을 구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쿠마가이는 놓쳐버리고 말았다.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보낸 것, ⓒ노지


 타비토가 시라이시와 함께 움직이고 있을 때, 다른 쪽에서는 유키지와 형사 마스코가 야마다 수첩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유키지는 야마다 카이세이의 딸로부터 사건 일부를 듣게 되고, 급히 타비토를 찾고자 떠난다. 이 과정에서 타비토를 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추억'이었다.


 쿠마가이와 동반 자살을 꾀했던 타비토는 '로스트' 마약에 일부 노출되어 환각에 빠졌지만, 덕분에 과거를 떠올린 요코의 외침 덕분에 악마에서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 장면을 읽는 동안 잠깐 눈물이 고이기도 했는데, 타비토의 가슴에 남은 그 추억의 힘을 여기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사랑의 여행'에서는 마약 '로스트'를 만들었던 인물이 등장한다. 그 인물은 과거 선택받지 못한 불행한 삶에서 살고자 발버둥 쳤었던 인물이며, 내가 생각한 <히구라시 타비토가 보낸 것>의 소재 '추억'이라는 퍼즐을 이루는 마지막 조각이기도 했다. 정말, 비참한 삶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타비토 덕분에 조금이나마 구원을 받았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책을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비록 <히구라시 타비토가 보낸 것>의 이야기 중 많은 부분을 해버린 듯한 기분도 들지만, 책을 읽어보는 데에 지장이 없을 거로 생각한다. 역시 몰입력은 상당히 높았다!



 오늘 읽은 <히구라시 타비토가 보낸 것>은 이번 4권으로 끝을 맺지 않았다. 저자 후기를 읽어보니 마지막 권이라고 했는데, 국내에서는 5권이 발매될 것 같다. 아마 저자 후기에서 말한 '창고에 집어 넣어버린 '물건 찾기' 이야기의 소재'들을 엮은 추가 이야기가 있는 작품이 아닐까?


 히구라시 타비토는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그의 주변은 사랑으로 다채로운 색채를 띠고 있기에 그가 결코 혼자가 남겨지는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뭐, 개인적으로 추가 에피소드에서 타비토와 요코의 뒷이야기를 읽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건 5권에서 기대를 해보아야 할 것 같다.


 아무쪼록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 조금 가슴이 따뜻한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 시리즈를 추천하고 싶다. 잃어버린 물건 속의 추억, 그리고 강한 몰입력을 가진 추리는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내내 '즐겁다.'고 말할 수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줄 수 있을 테니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피아노를 '다시' 배우기 시작한 것에는 단순히 애니메이션을 통해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 욕심만이 아니라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 어릴 적에 배운 피아노에 대한 추억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즐겁게 피아노를 치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다시 피아노를 칠 일은 없었겠지.


 오늘은 여기서 이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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