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신으로 피자 못 시키겠다고 했더니
- 일상/일상 다반사
- 2015. 7. 22. 07:30
피자가 너무 비싸 제정신으로 못 먹겠다고 했더니, 동생이 한 말에 '빵' 터져
나는 치킨, 피자, 빵, 케이크, 초콜릿 등의 제품을 상당히 좋아한다. 매주 한 번은 치킨을 먹을 정도이고, 빵과 케이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구매해서 먹는 정도이다. 뭐, 케이크는 큰 케이크가 아니라 치즈 케이크 작은 조각을 사서 먹는데, 일본처럼 다양한 종류가 없어 상당히 아쉬운 항목이다. (이러니 살이 찐다.)
이렇게 빵, 케이크는 개별 단가가 크게 비싸지 않아 자주 먹지만, 치킨의 경우는 단가가 조금 비싼 편이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줄여가고 있다. 특히 치킨보다 1.7배 이상은 비싼 '피자'는 거의 6개월에 한 번 먹는 음식이다. 피자를 먹는 날은 정말 먹고 싶어서 안달이 난 딱 그 날에만 먹는다.
(O네치킨 고추 바사삭 19,000원, O자헛 포테이토 치즈크러스트 26,900원)
이런 말을 주변 사람에게 하면 '피자 학교' 같은 곳에서 싼 피자를 주문해서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데, 솔직히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 피자를 먹은 이후 좀 더 비싼 피자를 맛보게 되면 확실히 피자의 맛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져 비싼 피자를 먹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나는 이런 바보 같은 상황을 또 마주하지 않기 위해서 '피자는 금물! 피자 먹을 바에 치킨을 먹자! 그리고 치킨을 과하게 먹을 바에 햄과 계란을 먹고, 햄 살 돈도 없을 때는 그냥 김과 김치로 밥을 먹자!'이라는 목표를 남몰래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게 합리적인 소비이니까.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마기 브릴리언트 파크 편집
그런데 얼마 전에는 갑작스럽게 피자가 너무 먹고 싶었다. 예능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통해 캐나다에 방문한 멤버들이 음식을 사는 모습을 보면서 도중에 '치즈'를 사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을 멀뚱히 보다 '치즈 맛있겠다. 치즈 보니까 피자가 생각나네.'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어버린 거다!
하지만 나는 피자를 먹고 싶다고 바로 먹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서 오랜 시간 동안 고민했다. 그러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 다 되어갈 때 가족 채팅방에 '템 판 돈으로 피자 먹을까…'이라는 톡을 날렸더니 제 돈을 쓸 생각이 전혀 없는 동생은 시키려면 지금 미리 시키라는 톡을 보내왔다.
그 메시지를 보면서 나는 '너무 비싸서 제정신으로 피자를 먹을 수는 없다'면서 햄이나 구워 먹든가 하자고 보냈더니 동생이 아주 웃기는 메시지를 답으로 보내왔다. 그 메시지는 바로 아래와 같다!
동생의 메시지, ⓒ노지
제정신으로 피자를 먹을 수 없다고 했더니 동생은 "집에 좋은데이 한 병 원샷 해라 ㅋㅋㅋ"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메시지를 받은 순간 빵 터져서 웃다가 곧장 답장을 보내면서 '그냥 햄이나 먹자'고 답했다. 막상 메시지는 그렇게 보냈지만, 나는 인터넷에서 피자 가격을 보며 계속 고민했다.
결국, 그 고민은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는 6시 20분까지 이어졌다. 정말 바보 같은 일이지만, 거의 치킨 한 마리하고 반 마리 가격에 이르는 돈으로 피자 한 판을 먹기는 좀 그랬다. 둘 중 어느 음식이라도 배부르게 한 끼를 먹지만, 가격의 차이가 너무 심했다. (요즘은 치킨도 가격이 올라서 부담인데!)
그렇게 '피자를 먹을까, 말까?'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동생이 집에 도착했고, 이후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께서 "피자 시켰나?"고 물어보셔서 "아직 안 시켰다. 햄 구워서 먹으려고." 하고 답했더니 "오랜만에 피자 먹자. 시켜라. 엄마가 돈 줄게."라고 말씀하신 덕분에 피자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마침내 주문한 피자는 30분도 지나지 않아서 뜨거운 상태로 집에 배달되었고, 오랜만에 피자를 먹는 나와 동생은 '오오, 역시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구나!'라는 감탄을 하면서 피자를 먹었다. 역시 자주 먹지 못하는 음식이면서 긴 갈등의 시간이 지난 후에 먹으니 더 맛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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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를 보자마자 먹는 데에 혈안이 되어 사진을 찍는 일을 깜빡했지만, 피자 한 조각을 떼어낼 때마다 맛있게 쭉 늘어나는 치즈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어머니 덕분에 먹은 피자이기도 하고, 긴 고민 끝에 먹은 피자이기도 한 탓에 오랜만에 '맛있다.'는 맛을 느끼며 먹을 수 있었다.
동생이 즉흥적으로 생각해서 보낸 메시지 때문에 잠시 웃었고, 어머니 덕분에 맛있는 피자를 먹으면서 잠시 웃을 수 있었다. 그러나 피자를 먹으면서도 '아, 역시 먹다 보니 조금 아쉽네. 앞으로 겨울이 될 때까지는 피자를 먹는 일은 생각도 하지 말자. 너무 비싸.'이라는 생각은 멈출 수가 없었다.
올해 2015년. 벌써 피자를 두 번이나 시켜 먹었는데, 과연 3분기와 4분기에도 한 번씩 먹게 될지, 아니면 크리스마스에 피자를 먹기 위해서 틈틈이 절약하게 될지 모르겠다. 아, 정말! 언제 한 번 피자 가격을 걱정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피자 쿠폰을 손에 넣었으면 좋겠다.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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