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이 자자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읽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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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넓고 얕은 지식으로도 알지 못하던 사회를 똑바로 볼 수 있다.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 자체도 좋아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책 속의 세계에 들어가 상상을 해보거나 저자가 책을 통해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해보는 일 전부를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소설, 에세이, 인문학 등 다양한 종류의 책을 즐거운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모든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가끔 만나게 되는 저자가 '난 이렇게 많은 것을 알고 있어. 넌 이해하지 못하겠지? 원래 그래. 이건 어렵거든.'이라고 말하는 듯한 지식 자랑을 하는 책은 싫어하고, 읽을 때마다 눈이 감기는 나와 맞지 않는 책도 만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러 종류의 책을 읽다 보니 책의 제목과 간단한 설명을 읽는 것으로 내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언제나 내가 모르는 작가의 책을 읽는 일은 선택 실패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는 두려움도 있지만, 알지 못했던 좋은 책을 만나는 즐거움이 더 크다.


 오늘은 책을 즐겨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 연일 화제가 되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통해 책에 흥미가 생겨서 검색을 통해 조금 더 책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다 읽고 싶은 마음이 강해져서 다른 소설과 함께 구매하게 되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노지


 일반적으로 인문 교양서적으로 분류되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사람들이 쉽게 손을 뻗어서 읽기 어려운 책이다. 왠지 모르게 어려운 내용을 그림 하나 없이 딱딱한 돋움체로 인쇄되어 책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잠이 올 것 같은 걱정을 품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인문 교양서적임에도 전혀 읽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저자가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분야에서 일어난 일을 쉽게 설명을 해주어서 '그동안 왜 나는 그렇게 어렵게 배웠을까?'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였다.


 저자 채사장 님은 프롤로그에서 '지적인 대화에 목말라 있거나,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이 복잡하다고 느끼거나, 가난하면서도 보수 정당을 뽑고 있거나, 정치는 썩었다고 습관적으로 말하면서도 뉴스는 사건 사고와 연예·스포츠 부분만 보거나…' 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연 책을 읽는 동안 왜 그런 사람에게 저자가 권하고 싶다고 말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너무 어렵게 교과 과정을 통해 배우느라 꿀 먹은 벙어리로 있었던 경제 구조와 사회 정치 대립 문제 토론에서 지적 대화를 할 수 있는 넓고 얕은 지식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직썰


A와 C 사이에는 C가 결코 넘을 수 없는 '자본력'이라는 장벽이 있다.

초기 자본주의의 또 다른 문제는 이로 인해서 노동 환경이 열악해진다는 것이다. 결국 가격 결정의 모든 희생은 알바생들이 감수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알바생들만의 희생으로 끝나지 않는다. 알바생들은 또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소비자다. 알바생들의 임금이 극히 적어지면 소비자의 소비력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소비가 줄어들면 아메리카노의 수요는 더 줄어들 것이다. 아메리카노의 수요가 더 줄어들면 공급과잉의 문제가 생길 것이다. 공급과잉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A, B, C는 가격 경쟁력을 빌미로 알바생들의 임금을 더 삭감할 것이다. 그러면 소비자의 소비력은 더 열악해질 것이다. 가만, 이런 반복을 어디선가 본 듯하지 않은가? 근현대의 역사 중 세계 경제 대공황이 발생하게 된 모습니다. (p134)


 윗글은 '경제' 분야에서 자본력과 세계 경제 대공황, 소비 위축과 공급 과잉의 문제를 간단히 설명하는 일부분이다. 소비 위축과 공급 과잉이 불러일으키는 문제에 관해 우리는 너무 쉽게 그 설명을 알 수 있다. 과거 경제 수업을 통해 여러 그래프를 보면서 분석했던 방식과 판이한 접근이다.


 그러나 <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읽는다고 해서 각 분야에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넓고 얕은 지식'이기 때문에 깊은 지식을 아는 전문가와 비교하면 다소 깊이에서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도 책을 통해 이런 부분에 주의를 준다.


 그런데도 사람들 사이에서 '올해 최고의 책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가 쉽게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파악하고, 흐름을 눈여겨보기 위해서는 꼭 전문 지식이 아니라 이 정도의 넓고 얕은 지식만 있어도 충분하다.


무상급식 문제

무상급식이란 학교에서 학생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고 식사를 제공하는 제도를 말한다. 누가 무상급식에 찬성하고 누가 반대하겠는가? 분석해보자. 무상급식은 복지에 대한 문제다. 무상급식을 시행하려면 복지 예산이 필요하다. 복지가 높아지려면 당연히 세금을 올려야 한다. 세금이 인상될 때 가장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기업과 자본가다. 이들의 세금 부담이 커질 것이고 그에 따라 손해를 볼 것이다. 결론적으로 무상급식은 보수는 반대하고 진보는 찬성하는 문제가 된다. 우선 기업과 자본가의 익을 대변하는 보수 정당은 무상급식이 과도한 재정 지출을 일으킨다고 강조할 것이고, 이로 인한 세수 증가가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보도할 것이다. 기업의 측면에서는 세금이 인상되므로 무상급식에 대해 부정적일 것이다. 군과 종교가 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다면, 과도한 복지 지출의 발생을 우려하는 내용이 될 것이다. (p236)

…(중략)

사회에서 발생한 특정 사안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 신문을 보고 정보를 검색하는 것은 실제 그 사안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회 문제를 보수와 진보로 구분하지 못하고,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으로 구분하지 못하고, 시장의 자유와 정부의 개입 간의 갈등으로 구분하지 못하고, 세금의 인상과 인하의 관점에서 보지 못하는 사람은 세상이 혼란스럽고 복잡하며 어렵다. (p237)



 방학을 맞아 많은 청소년, 대학생, 그리고 휴가를 맞이하는 직장인 사이에서도 유익한 책 한 권 읽기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 어떤 책을 읽어볼지 결정하지 못했다면, 나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고 싶다.


 <지대넓얕> 책 한 권이 더 팔린다고 나에게 인센티브가 돌아오지는 않는다. 작가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도 아니다. 내가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고 싶은 이유는 오직 하나다. 이 책이 우리에게 지속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식을 이해하기 쉽고, 흥미를 붙일 수 있도록 해주니까. (특히 보수/진보에 대한 축구 경기의 비유는 아주 재밌었다.)


 그동안 우리가 본 인문 교양서적은 아무리 유익하더라도 마지막 한 페이지까지 읽기 어려운 책이 많았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등의 저서도 분명히 좋은 책이었지만, 마지막 한 페이지에 도달하는 과정이 어려워 포기한 사람도 많았었다.


 그러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그렇지 않다. 저자가 <지대넓얕>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를 눈으로 따라 읽어가면 어렵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 생활 속의 문제에 접근해서 응용해볼 수 있고, 지식을 알아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대단하다.


 단순히 책을 읽는 데에 투자할 시간을 만들 수 있다면, 분명히 아주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는 게 힘이다.'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아는 만큼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전문가처럼 깊이 파헤치지 않더라고 넓고 얕은 지식만으로 우리는 지적 대화가 언제든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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